치매 치료제부터 유전 질환 분석 서비스까지…매출 1위 제약사도 반려동물 사업 강화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반려견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고 있다./ 마크로젠 제공
(사진) 반려견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고 있다./ 마크로젠 제공
한국 제약·바이오업계가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반려’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하는 짝이나 친구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결혼한 ‘예쁜 남의 자식’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고 의미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이가 늘고 있다. 미혼 1인 가구에도 반려동물은 애인과 같은 존재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사람의 건강을 책임져 온 우리가 나서면 다르다’며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 ‘건기식’도 신사업으로

유한양행은 5월 11일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치료제 ‘제다큐어(성분명 크리스데살라진)’를 출시했다.

한국 매출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한국 동물 의약품 생산 1호 기업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유한양행은 1962년 동물용 구충제인 ‘PC과립’과 ‘PC액’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들 제품은 ‘윌로벳피씨액’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35개의 축산 의약품과 7개의 수산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다. 반려동물 사료 등 46개 애완 전용 품목도 판매 중이다. 제다큐어를 통해 반려견 치료제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제다큐어는 지엔티파마가 개발한 반려견 CDS 치료용 의약품이다. 지난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다. CDS는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증상이 비슷하다. CDS를 앓는 반려견은 배변 실수는 물론 한밤중에 이유 없는 짖음 등의 행동을 보여 보호자와의 반려 관계에 영향을 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제다큐어의 주성분인 ‘크리스데살라진’을 알츠하이머 치매 동물 모델에 투여하면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뇌신경 세포 사멸이 유의적으로 줄고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제다큐어 출시를 맞아 ‘반려동물 전용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등으로 헬스케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다큐어는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처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반려견을 사람으로 치면 해당 제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인 셈이다.

경보제약도 동물 의약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경보제약은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제품 브랜드 ‘르뽀떼’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필름형 구강 관리 제품 ‘이바네착’을 출시했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용 안구 건조증 치료제와 아토피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의 원료 의약품 계열사인 종근당바이오는 반려동물 전용 건기식 브랜드 ‘라비벳’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려견 등 반려동물의 장 건강은 물론 피부·관절·구강 건강을 케어하는 파우더 타입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3종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장 건강은 물론 신장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기식 제품을 오는 8월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의 자회사인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반려묘 영양제 브랜드 ‘후시펫’을 앞세워 반려동물 건기식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프로바이오틱스는 물론 유산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 유산균의 대사 산물인 포스트바이오틱스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글루코사민을 함유해 반려묘의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 등 반려묘 영양제 3종을 선보이고 있다.

동국제약도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동국제약은 3월 19일 정기 주주 총회에서 ‘동물용 의약품 제조·수입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에 추가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구체적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며 “반려동물 의약품을 단순 도입해 판매하기보다는 직접 개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 판 키우는 제약·바이오업계
‘피 한 방울’로 건강 검진 가능

최근 들어선 정밀 의료 진단 기업들이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피 한 방울’로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전용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부터다.

GC녹십자랩셀은 최근 동물 진단 검사 전문 업체 ‘그린벳’을 설립했다. 그린벳은 박수원 전 한국임상수의학회 이사 등 수의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전용 검진 센터를 만들었다. 반려동물 전용 백신과 진단 키트, 의약품, 특수 사료 등의 분야에서 직접 개발은 물론 전문 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GC녹십자랩셀의 첫째 반려동물 사업인 진단 검사 항목은 GC녹십자의료재단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기존 방식과 비슷한 형식이다. 보호자가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건강 검진 등의 검사를 하면 GC녹십자랩셀 바이오 물류 체인을 활용해 검체(피)를 운송, 그린벳으로 수거하는 방식이다. 그린벳은 분석 장비로 해당 검체의 검사 결과 값을 도출해 동물병원에 최종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후 동물병원이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검사 결과를 직접 알리는 형태다. 검사 대상 항목은 알레르기와 종양 등 150여 개다. 검사 비용은 종합 검사 기준 5만원 선이다.

유전체 바이오 기업들은 사람 대상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반려동물로 연관 지어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의 유전체를 분석해 유전적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 마크로젠은 반려동물 전용 유전 정보 검사 서비스 ‘마이펫진’을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의 DNA 분석을 통해 고유한 유전자 정보, 혈연 관계, 유전 질병 정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테라젠바이오도 지난해 8월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 서비스 ‘어헤드진’을 출시했다.

이들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계기로 동물병원이 아닌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검사받을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면 집으로 반려동물 DNA 샘플 채취 키트(면봉 등)가 발송된다. 키트로 반려동물의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고 모근을 동봉해 반송하는 식이다. 반려동물의 잇몸과 볼 사이에 면봉을 넣고 10여 회 문지른 후 공기 중에 20초 정도 흔들어 말려 키트에 동봉해 보내면 된다. 가격은 10만원 내외다.

테라젠바이오 관계자는 “반려동물 유전체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특정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예측하고 식단이나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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