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안정적으로 복귀, 경쟁사와의 점유율 싸움이 유지 관건

[마켓 인사이트]
1년 만에 신용도 회복… ‘특수강 터줏대감’ 체면 되찾은 세아베스틸
특수강 시장의 ‘터줏대감’인 세아베스틸이 1년 만에 하락했던 신용도를 회복했다. 세아베스틸은 탄소강에 니켈 등을 첨가해 강도를 높인 특수강 시장에서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보여 왔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해 잇따라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투자 부담이 늘어나 재무 상태가 불안해 신용도가 흔들렸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전방 산업이 위축되면서 실적도 나빠져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 받았다. 단, 올 들어 시장 안팎의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고 흔들리던 재무 구조도 빠르게 개선되면서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다시 평가 받는 데 성공했다.
1년 만에 신용도 회복… ‘특수강 터줏대감’ 체면 되찾은 세아베스틸
시장 예상 웃돌며 털어낸 ‘부정적’ 꼬리표

세아베스틸은 지난 5월 ‘부정적’ 신용 등급 전망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현재 ‘A+’인 신용 등급이 강등될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세아베스틸은 1937년 관동기계제작소로 출발했다. 1982년 기아그룹에 편입되면서 자동차·기계 부품용 특수강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외환 위기 이후 재무 구조가 나빠지면서 1998년 정리 절차를 거쳐 세아그룹에는 2003년 편입됐다. 올해 3월 기준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 지분 61.7%를 보유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수강 생산 능력은 지난해 기준 310만 톤이다.

세아베스틸은 자동차·기계 부품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강 봉강 한국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5년 스테인리스 봉강과 선재 시장에서 50~60% 수준의 점유율을 가진 세아창원특수강을 인수해 탄소강·합금강·스테인리스강 등 특수강 품목 전반에 걸쳐 내수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주력 사업의 실적이 주춤해지자 알루미늄 압출과 금속관 제조 등을 하는 세아항공방산소재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특수강 부문에서 94.8%의 매출이 발생한다. 대형 단조 등 기타 사업이 5.2%다.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부문에서 탄탄한 사업 경쟁력을 갖춰 줄곧 ‘A+’ 신용 등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굳건하던 신용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 말부터다. 신규 경쟁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영업 기반이 축소됐다.

주요 전방 산업인 한국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이 둔화된 상황에 시장 경쟁자까지 등장하면서 이익 창출 능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반영해 유형 자산 손상 차손 2822억원을 인식했다. 이로 인해 큰 폭의 순손실이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3월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세아창원특수강 잔여 지분을 1000억원에 매입하고 세아항공방산소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745억원의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당시 세아베스틸의 현금성 자산은 1100억원 수준이었다. 보유 현금성 자산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지만 이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대폭 커졌다.

시장 환경도 좋지 않았다. 한국의 신용 평가사들은 세아베스틸이 중·단기적으로 자체 창출 현금으로 차입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신용 평가를 시작으로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지난해 4월 세아베스틸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중·단기적으로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에 알린 셈이다.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시장 안팎의 우려를 받은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이 기간 세아베스틸이 실적 회복에 성공하자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복귀시켰다. 비경상적 자금 소요가 대부분 마무리돼 투자 부담이 완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완화되면서 전방 산업 수요가 살아나 판매량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줄고 있다”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이 판가에 반영되면서 실적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1년 만에 신용도 회복… ‘특수강 터줏대감’ 체면 되찾은 세아베스틸
거세진 경쟁 강도와 축소된 입지는 여전히 고민

‘부정적’ 신용 등급 전망 꼬리표를 1년 정도 달고 있으면서 실제 신용 등급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신용 평가사가 특정 기업의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판단하면 3~6개월 안에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아베스틸이 ‘부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받고서도 1년 동안 별다른 조정 없이 신용도가 회복된 것은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신용 평가사의 믿음 덕분에 가능했다.

세아베스틸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84억원, 347억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0% 증가했고 순이익은 89.9% 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가가 내놓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표다.

지난해 실적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악재에 속절없이 흔들렸다. 시장 참여자들은 ‘부정적’ 꼬리표를 달게 된 세아베스틸의 신용 등급이 빠르게 강등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신용 평가사는 당장의 실적보다 펀더멘털(기초 체력) 수준을 더 유심히 관찰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완화되면 펀더멘털이 회복돼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봐서다. 이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 전방 수요가 회복되면서 영업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세아베스틸은 올 1분기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이 4.6%를 기록했다. △2018년 1.7% △2019년 1.5% △2020년 마이너스 0.1% 등을 나타냈지만 올 들어 크게 회복됐다. 자회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의 양호한 영업 실적과 수익성이 높은 세아항공방산소재 등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신용도가 개선되면서 세아그룹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의 신용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주력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의 차입 부담 완화와 실적 회복세를 근거로 세아홀딩스(신용 등급 ‘A’ 보유)의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당분간 신용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세아베스틸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기준 핵심 사업 부문은 자동차와 기계, 건설·중장비 등에 집중돼 있다. 자동차가 33%, 기계와 건설·중장비가 각각 22.4%, 11.4% 순이다. 다변화된 모습이지만 자동차용 제품의 비율이 높아 관련 산업 업황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업체의 성장도 불안 요소다. 세아베스틸은 한국의 탄소강·합금강 시장에서 50%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수입 철강재가 25%, 나머지는 현대제철·동일산업·진양공업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차츰 변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100만 톤 규모의 특수강 설비 투자를 완료하고 2016년부터 상업 생산에 나서면서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직 계열화 강화 추세가 부각되면서 주요 품목의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세아베스틸로서는 물량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요 전방 산업의 수요 변화와 현대제철의 시장 진입 본격화에 따른 경쟁 환경 변화, 운전 자금 등락에 따라 향후 세아베스틸의 신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