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영역 디지털까지 넓혀…가치 보존, 안정성 측면에서는 기술적 한계 여전

[화제의 리포트]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최지혜·하제훈 헥슬란트 애널리스트가 펴낸 ‘NFT : 메타버스 시대로 가는 첫 발판’을 선정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게임의 한정판 아이템, 가상현실 속 캐릭터 거래 시에만 사용됐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은 현재 그 분야를 확장하며 다양한 거래 활동과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NFT의 기술 동향과 앞으로의 과제를 분석했다.
예술품부터 한정판까지 거래한다…1년 만에 131배 성장한 NFT 시장
대체 불가능 토큰(NFT : Non-Fungible Token)은 토큰마다 고윳값을 가지고 있어 대체 불가능한 개별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 희귀한 게임 아이템, 한정판 상품, 디지털 아트 등이 NFT로 변환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식별자인 해시(hash) 값을 추가해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디지털 영역의 무형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NFT 서비스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이 NFT에 집중하는 이유는 NFT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넌펀저블닷컴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NFT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억3803만 달러를 돌파했다. 2021년 1분기는 이미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31배인 20억 달러를 달성했다.

시장 분포는 게임과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지만 특히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 : 블록체인 기술 바탕의 금융 서비스)나 인공지능(AI)·메타버스와의 결합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다양한 창작자들이 디지털 아이템을 만들어 유통하고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거래 생태계와 메타버스 사이의 공통점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흐름에 따라 저작권과 소유권 확보에 강점이 있는 NFT의 적용 분야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블록체인 경제의 총아로 부상한 NFT를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베이는 최근 NFT 거래와 가상 자산 결제 옵션 도입을 검토 중이고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6월 NFT 마켓 오픈을 앞둔 상태다.

NFT 생태계 넓히는 이더리움…따라잡는 BSC

가상화폐 기술의 발전은 ERC20, ERC721, ERC1155로 이어진다. ERC20은 이더리움에서 정한 표준 토큰 스펙으로, 모든 토큰은 대체 가능한 동등 가치를 지닌다고 정의한다. ERC721은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모두 각각의 가치를 가치고 있는 자산이다. 이후 개선된 형태로 등장한 것이 ERC1155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아도 아토믹 스와프(atomic swap)를 통해 코인을 교환할 수 있고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다중 전송도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의 토큰화를 위해서는 스마트 계약을 지원하는 탈중앙화 메인넷, 사용자들이 NFT 토큰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갑, NFT 토큰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를 보관하는 분산 저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NFT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메인넷은 이더리움(Ethereum)·플로(Flow)·왁스(Wax)·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 등이다.

이더리움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네트워크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큰 탈중앙화 네트워크이고 스마트 계약 기능이 탑재돼 있어 NFT 소유주가 바뀔 때마다 본래 주인에게 일정한 돈이 지급된다. 또한 최초의 NFT 서비스인 크립토키티의 발행지이며 ERC 표준 규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BSC는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메인넷이다. 특히 가장 대중적인 이더리움보다 트랜젝션 수수료가 20배 정도 저렴하다는 점, 이더리움 2.0의 지분 증명 계획과 유사한 합의 메커니즘을 사용해 성능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기존 바이낸스 체인과의 크로스 체인 트랜젝션까지 가능해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편리한 서비스로 이더리움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NFT 서비스 내에는 투자자 보호 장치나 다오(DAO : 탈중앙화 자율 조직)도 찾아볼 수 있다. 플랫폼이나 검증 단체에서는 명품의 진품 여부를 판단하는 보증서처럼 원작자나 업로드하는 콘텐츠를 검증하는 ‘화이트 리스트’를 제공한다. 화이트 리스트 검증이 끝나면 컬렉션 옆에 검증 마크가 붙는다. 플랫폼에서는 화이트 리스트에 등록되지 않은 컬렉션을 판매 등록하면 유저에게 경고 팝업을 띄워 위험성을 고지한다. 각 플랫폼마다 독립적인 화이트 리스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확한 검증과 자유로운 탈플랫폼화를 위해서는 공식적 검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터 기반으로 NFT에 대한 전문적인 투자 정보를 제시하는 DAO는 자체 자금 관리나 멤버십, 의결권이나 소유권을 나타내는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할 수도 있다. 주요 플랫폼은 라리블(Rarible)·민터블(Mintable)·플라밍고(Flamingo) 등이다. ERC20 토큰 없이 NFT 토큰으로만으로도 DAO가 독립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발전의 방향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예술품부터 한정판까지 거래한다…1년 만에 131배 성장한 NFT 시장
아직 풀어야 할 문제, 보안부터 지식재산권 확보까지

급격히 성장한 NFT 시장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정성 측면이다. 자산의 창작자나 NFT 거래 참여자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아직까지는 미비하다. NFT 분야의 국내외 법제도 현황과 방향성을 통해 예상 가능한 이슈를 모아 봤다.

첫째는 지식재산권이다. NFT의 소유가 기초 자산에 대한 저작권 보유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원작자와 NFT 발행자가 다를 수 있다. 저작권 도용이나 같은 기초 자산을 기반으로 NFT의 중복 발행도 가능해 희소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저작물을 NFT화해 판매하거나 위작을 NFT화하는 행위 모두 기존 법리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세금 문제도 있다. 미국 국세청(IRS) 지침에 다르면 가상 자산은 자본 자산으로, 납세자는 가상 자산 판매·전송·교환·획득 등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면 과세 신고를 해야 한다. NFT 매매는 가상 자산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IP를 이용하거나 해외 거주자는 인도의 균형 부담금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NFT의 증권화는 이미 시작됐다. 일본가상자산사업자협회(JCBA)의 NFT위원회는 NFT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증권 구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 NFT 설계에 따라 지불서비스법이나 은행법에 따라 암호화 자산, 선불 결제 수단 내 혹은 금융 상품 및 교환법의 의미 내에서 증권법을 구성할 수 있다.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보안과 안정성이다. 글로벌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3월 NFT의 정의를 대체 가능한 자산에서 전환 가능하고 상호 호환 가능한 자산으로 변경하며 규제 대상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NFT는 실제 가치의 이전이나 교환이 가능하고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NFT의 가치 보존에 대한 의구심 역시 해결 과제다. 오프체인에 저장되는 NFT 데이터는 서비스 변경이나 종료로 인해 NFT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작동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소실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발행자가 운영 기간을 명시하거나 구매자가 분산형 파일 시스템(IPFS) 노드를 실행해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사들이 생태계 모듈화를 진행해 성장 속도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 문제도 있다. NFT 기술 적용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등급 분류를 받지 못한 게임들이 자율 심의 제도를 이용해 오픈 마켓에 게임을 우회 출시하고 있다. 기존 게임 아이템은 게임사의 소유이며 회사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회원들의 이용권을 부여한다. 문제는 이 아이템에 NFT 기술이 적용되면 아이템 소유권이 개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게임산업법상 ‘경품’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현금화가 가능해진 게임 아이템의 사행성화가 우려되고 기존 아이템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개인이 소유한 아이템 가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현금 없는 사회가 현실화되면서 물질적 요소뿐만 아니라 데이터 요소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시작됐다. NFT 시장은 메타버스와의 결합, 디지털 경제 확장 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특히 NFT의 대체 불가능 속성, 용이한 소유권 증명, 위·변조 불가능, 거래 가능 등의 속성이 가상 세계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로 토큰이 활용된다면 양쪽 세계관이 독립적이며 상호 연결도 가능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