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에 공들이고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선박 기술력 확보에도 박차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경. /삼성중공업 제공
(사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경. /삼성중공업 제공
매년 수주 목표를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온 조선업종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한국 ‘빅3’ 조선사는 올해 들어 5개월여 만에 수주 목표치의 60% 이상을 채웠다. 이 속도라면 연간 목표치를 거뜬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에 글로벌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량을 늘린 데 따른 결과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이 오고 있다는 얘기까지 더해지면서 과거 ‘불이 꺼지지 않는 조선소’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은 부담이다. 업계는 저가 입찰 경쟁을 피하는 것은 물론 미래 기술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탄소 중립 목표에 발맞춰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40년 뒤에는 전체 선박의 절반 이상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 추진선 또는 수소 추진선 등으로 바뀔 전망이다.

‘수주 풍년’,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6월 7일 기준 해양 플랜트 2기를 포함해 130척, 112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올해 목표 149억 달러의 75.2%를 채웠다. 지난해 전체 수주 실적인 92억 달러를 이미 뛰어넘었다.

삼성중공업도 순항하고 있다. 올 들어 48척, 59억 달러어치를 수주하며 목표의 64.8%를 달성했다. 조선 3사의 연간 수주 목표 달성률은 62.6%를 기록하고 있다.

‘수주 풍년’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1~2022년 연평균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전 세계에 발주된 901척보다 30% 이상 증가한 약 1200척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세계 경제 회복과 글로벌 물동량 증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선박 발주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IMO가 2023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제가 노후 선박 교체 시기를 앞당겨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EXI는 2013년 이후 건조된 선박에만 적용되던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현존하는 모든 선박에 확대 적용하는 규제다.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5년에는 2008년 대비 30% 감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CII는 선박의 연비를 조사해 5단계(A~E) 등급으로 평가하는 온실가스 규제다. IMO는 특정 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에 대해 연비 개선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고개 든 ‘조선업 슈퍼 사이클’…조선 ‘빅3’ 올해 수주 목표 63% 채워
수주 절벽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업계를 압박하는 장애물은 여전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철광석과 철 스크랩 가격이 과거 조선업 호황 때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선박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후판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인건비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조선사들은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 1~3년에 걸쳐 선박을 건조해 선사 측에 인도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증가에 따른 선수금 유입이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자재와 인건비가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6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2129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적자 전환(-705억원)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중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1분기 506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로도 6790억원의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 다만 선박 인도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삼성중공업은 내후년 흑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상 운임이 상승하고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건조 단가를 그만큼 올릴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조선 산업에도 2003~2008년 상반기까지의 슈퍼 사이클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2024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 목표

업계는 2~3년 치 먹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한 만큼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LNG·LP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에 집중하는 중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빠르게 성장 중인 LNG 추진선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18년 8월 세계 최초로 LNG 추진 대형 유조선을 인도한 이후 현재까지 총 50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했다.
(사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추진 컨테이너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사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추진 컨테이너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한국조선해양은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 선박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한국 최초로 영국 로이드선급(LR)에서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기본 인증서(AIP)를 획득했다. 최근에는 롯데정밀화학·포스코·HMM·롯데글로벌로지스·한국선급과 암모니아 추진 운반선·벙커링선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합성 화합물이다.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공급 안정성은 물론 보관·운송·취급도 비교적 용이해 탈탄소 시대에 적합한 선박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추진선 기술 확보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한국선급과 세계 첫 수소 선박 국제 표준 개발에 나섰다. 선박이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IMO의 선박 규정에 따라 건조돼야 한다. 현재는 수소 선박 관련 기준이 없는 상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의 가스 저장, 연료 공급 시스템, 화물 처리 시스템 등 수소의 안전한 취급을 위한 조건을 한국선급과 함께 검토하고 수소 추진선의 국제 표준을 개발해 2022년까지 IMO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상업용 액화 수소 운반선에 대해 한국선급 기본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미래 선박 기술력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LR에서 암모니아 추진 원유 운반선에 대한 AIP를 따냈다. 10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이 2만3000TEU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AIP를 획득했다. 두 회사는 각각 2024년,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IEA는 ‘2020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60년 전체 선박의 60% 이상이 암모니아와 수소 등을 연료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건조가 복잡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AIP를 마친 만큼 향후 일반 선종에 대해서는 더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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