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빵·네이버 오디오클립 등 청취자 급증…소셜 미디어의 미래이자 미래차 경쟁력의 한 축으로 성장

[테크 트렌드]
아날로그 오디오가 테크 트렌드가 된 이유 5
콘텐츠 시장은 무조건 유튜브가 대세고 비디오가 최고일까. 비디오의 대항마, 오디오가 뜨고 있다. 오디오가 콘텐츠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연간 청취 시간은 2017년 4000만 시간에서 2020년 약 2억5000만 시간으로 6배 늘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2021년 1월 기준 월간 사용자가 37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그랜드뷰 리서치는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19년 26억7000만 달러(약 3조원), 2027년까지 연평균 24.4%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디오가 뜨는 이유는 뭘까.

1) 콘텐츠 시장의 성장

전문가나 연예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모두가 공급자이자 소비자인 프로슈머인 시대다. 특별히 오디오 콘텐츠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전체 콘텐츠 수가 늘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많아졌다. 아이디어나 능력은 있지만 자본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장치도 늘어났다. 모바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주문 받아 최소 주문 수량을 넘기면 생산이 가능해졌다.

콘텐츠가 팔리는 장르도 시사·정치·경제·사회·문화·어학·예술 등 굉장히 다양하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 활동이 줄어든 사람들은 오디오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여유도 많아졌다. 콘텐츠 시장 자체가 최대 호황이다.

2) 크리에이터들의 블루오션

크리에이터들 스스로 오디오 시장에 모이고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디오 시장 역시 실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모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팟캐스트 시장은 스포티파이·애플·아마존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2월 30일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팟캐스트 제작 업체 원더리를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음원을 스트리밍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팟캐스트 방식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내보낼 수 있으므로 해당 팟캐스트만의 차별화된 정체성과 시장성을 가질 수 있다.

3) 오디오 인프라 성장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성인 24%가 스마트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무선 이어폰 시장도 뜨겁다. 오디오를 즐길 수 있는 시장 여건 인프라가 좋아지고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는 스피커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전자 기기 역할까지 해내면서 오디오 팬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명품 스피커로 유명한 브랜드인 뱅앤울룹슨의 제품 ‘베오사운드’를 보면 책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오브제 역할도 한다. 스피커가 놓인 공간과 환경을 스피커가 스스로 분석해 청취자 위치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전달한다. 또 다른 브랜드인 발뮤다의 ‘더 스피커’는 곡의 생생함을 더할 수 있도록 소리에 반응하는 조명이 있어 오디오를 즐기는 맛이 배가된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오디오를 전문으로 다루는 오디오 애플리케이션(앱)이 느는 것도 오디오 열풍에 힘을 실어 준다. 클럽하우스는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참석자간 토론하고 세미나를 여는 오디오 문화의 포문을 열었다. 클럽하우스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오디오 토론 열풍을 타고 2020년 말 1억 달러로 평가받았던 기업 가치가 2021년 1월 21일 기준 10억 달러로 10배가 뛰었다. 클럽하우스 열풍 이후 여러 오디오 앱, 오디오 토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아마존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은 편의뿐만 아니라 음질도 잡는다. 24bit/384kHz 같은 고해상도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동일 네트워크상의 기기로부터 압축하지 않은 고품질 음원의 디지털 신호를 송신 받아 음질 저하 없이 곡을 재생해 준다. 이런 기술과 인프라의 발전은 오디오를 즐기는 환경을 더욱 만족스럽고 재미있게 해준다.

4) 멀티태스킹, 마이크로 러닝 니즈

밀레니얼 세대, Z세대는 1시간짜리 드라마보다 10분짜리 웹 드라마를 즐긴다. 단시간 내에 끝나는 콘텐츠를 즐긴다. 자리잡고 앉아 본격적으로 시청하기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틈새 시간에 콘텐츠를 즐기기 때문이다. 이는 비디오든, 오디오든 마찬가지다.

특히 오디오는 멀티태스킹, 마이크로 러닝에 매우 적합하다. 비디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체 재생 길이도 짧다. 눈은 다른 곳에 두고도 성우, 전문 낭독자가 읽어 주는 오디오북으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공부할 수 있다.
아날로그 오디오가 테크 트렌드가 된 이유 5
5) 미래 차의 경쟁력

오디오는 두 가지 면에서 미래 차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첫째는 새로운 자동차인 ‘HMI(Human Machine Interface)’로서의 역할이다. 요즘 스마트 카들의 음성 인식 기술을 보자. ‘이 경고등 왜 켜졌어’, ‘내일 우산 가져가야 할까’, ‘조수석 온도 높여줘’와 같은 음성에 차가 답을 준다. 사용자는 두 손이 자유로워 편하고 재미있다. 제조사로서는 하드웨어 버튼의 개발·탑재·검증 과정이 적어져 물리적인 공정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음성 검색은 새로운 차원의 검색 엔진 마케팅이자 수익원이다. 사용자가 어느 상황에서 음성 검색을 하고 정보를 원하고 차 기능을 조정하는지에 대해 독보적인 사용자 빅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 카 제조사에 중요한 기술이다.

둘째는 ‘자동차 정체성’의 역할이다.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모터나 배터리에서는 제조사만의 차이를 바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특정 전기차만이 내는 고유한 소리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직관적으로 전기차를 차별화해 느낄 수 있다. 전기차 브랜드별로 독창적인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원래 전기차는 조용하고 엔진 특유의 사운드가 없다.

하지만 포르쉐 타이칸은 우주선 같은 모터 사운드를 인공적으로 탑재해 전기차 주행의 재미를 살렸다. 속도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묘미가 있다. 벤츠는 물리학자, 음향 디자이너, 미디어 디자이너, 기계공학·전기공학을 융합한 메카트로닉스 전문가가 사운드 팀을 이뤘다. 주행 모드, 회생 제동 강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전기차의 사운드를 개발한다.

BMW는 전기차 사운드를 위해 ‘라이온 킹’,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주제가를 작곡한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 독점 계약했다. 이렇게 오디오는 미래 차 경쟁력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운영하는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새로운 힙한 앱들이 다시 음성을 소통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며 “소셜 미디어의 미래는 오디오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오디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정순인 LG전자 VS사업본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