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태양광 발전소 한화빌딩…에너지 저감 기술의 결정체 롯데월드타워

[스페셜 리포트]
(사진) 수축열과 지열로 냉·난방을 하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제공
(사진) 수축열과 지열로 냉·난방을 하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롯데물산 제공
경제계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친환경 사옥’을 보유한 기업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건물 관리 시스템으로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가 하면 수축열과 지열을 냉난방에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중구 장교동의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한화빌딩은 1987년 건립 이후 2년 전 친환경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2016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45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도심 속 태양광 발전소로 거듭난 것이다. 빌딩 남쪽과 동쪽 외관에 설치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과 옥상에 자리한 태양광 패널(PV) 덕분이다. 세계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화큐셀의 태양광 발전 기술을 활용했다.

(주)한화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기술을 통해 하루 약 30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며 “사무실 조명 전력을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사용 전력의 일부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는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주)한화 제공
(사진) 사용 전력의 일부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는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주)한화 제공
한화빌딩은 최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가 주최한 ‘2021 톨+어반 이노베이션’ 콘퍼런스에서 리노베이션 부문 대상에 선정돼 주목받고 있다. 올해 이 학회가 선정한 29개 부문 대상작 중 한국 건축물로는 한화빌딩이 유일하다. 심사위원들은 태양광 패널 등을 접목한 친환경 빌딩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도 곳곳에 친환경 시스템을 적용했다. 사옥 옥상 전체를 덮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사용 전력의 일부를 충당한다.

빌딩 외벽에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2만여 개의 수직 차양을 적용했다. 사계절 채광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사광선을 가리면서도 채광이 고르게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름에는 냉방 전력을, 겨울철에는 난방비를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건물 설계 당시 에너지 수요 예측량 대비 연 37.6%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게 아모레퍼시픽의 설명이다.
(사진) 태양광 발전으로 사용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퍼시픽 제공
(사진) 태양광 발전으로 사용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은 이들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국 ‘녹색 건축 최우수 등급’, 한국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 1등급’,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골드 등급’ 인증을 받았다. LEED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인증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본사를 비롯해 전국의 사업장에서 연간 전기 사용량의 5%를 태양광·태양열·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산 사업장 옥상 등 유휴 부지에 관련 발전 설비를 추가해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 210억원 절감하는 LG사이언스파크

서울 강서구 마곡동은 친환경 빌딩 밀집 지역으로 꼽힌다. LG사이언스파크와 코오롱 원앤온리타워가 대표적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전자·화학·바이오·소프트웨어·통신 등 LG의 연구·개발(R&D) 인재가 한곳에 모여 미래 성장을 위한 기술을 창출하는 복합 R&D 단지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 부지에 건설된 20개 연구 동으로 이뤄졌다. 연구 동의 총면적은 111만여㎡(약 33만7000평)로 서울 여의도 총면적의 3분의 1 이상이다.
(사진) 태양광 발전으로 400가구의 하루 전력량을 생산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주)LG 제공
(사진) 태양광 발전으로 400가구의 하루 전력량을 생산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주)LG 제공
LG사이언스파크는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절감형 R&D 단지로 지어졌다.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사용이 가능해 에너지 절감을 실증하는 대규모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 계열사별로 연구소를 운영하는 데 소요됐던 에너지 비용과 비교할 때 연간 210억원, 약 38%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게 (주)LG의 설명이다.

LG사이언스파크 전체 20개 연구 동 중 18개 동의 옥상과 산책로에는 LG전자의 태양광 모듈 8300개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는 약 400가구의 하루 전력량인 4MW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ESS)가 품었다가 전력 소모가 집중되는 ‘피크 타임’에 쏟아내는 식이다. 이에 LG사이언스파크 통합지원센터는 민간 건축물 최초로 에너지 효율 등급 최상위 등급인 ‘1+++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LEED의 최고 수준인 ‘플래티넘 등급’ 인증도 받았다.

LG전자는 최근 19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해 LG사이언스파크를 증축하기로 했다. LG사이언스파크 내 R&D 시설 4개 동을 최첨단 친환경 건물로 건설할 계획이다. 공사 기간은 2024년 12월까지다. 총 투자 금액은 4154억원이다. 그중 1900억원을 녹색 채권으로 조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축 건물에 고효율 에너지 설비와 환경 공해 저감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도 ‘글로벌 인증 친환경 사옥’이다. 미국 시카고 아테니엄 건축디자인 박물관과 ‘건축예술디자인 및 도시연구 유럽센터’는 지난해 9월 ‘국제 건축 대상 2020’에서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를 기업 업무 빌딩 부문 수상 건축물로 선정했다. 이 건물은 2018년 말 LEED ‘골드 등급’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사진) 섬유플라스틱 패널로 복사열 유입을 조절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코오롱글로벌 제공
(사진) 섬유플라스틱 패널로 복사열 유입을 조절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코오롱글로벌 제공
코오롱글로벌이 2015년 첫 삽을 떠 2018년 4월 완공한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의 외관은 코오롱의 모태 산업인 섬유를 상징하는 소재를 적용했다. 건물 전면부를 의류의 니트 조직을 늘렸을 때 나타나는 섬유의 직조 패턴을 형상화한 패널로 덮은 것이다. 이 차양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강화섬유플라스틱(GFRP)’과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을 사용해 만들었다. 여름에는 태양열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유입시켜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한다.

(주)코오롱 관계자는 “패널을 활용한 계절별 태양 복사열 유입의 최적화와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극대화해 냉난방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제로 에너지 빌딩’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도 두 개의 친환경 사옥이 자리해 있다. GS건설 본사인 그랑서울과 KT 본사 사옥 중 하나인 KT광화문빌딩 이스트가 주인공이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그랑서울은 2013년 12월 준공 당시 설계·시공·운영 등 모든 단계에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건물로 존재감을 뽐냈다. 녹색 건축 인증 최우수 등급을 받은데 이어 LEED 인증도 획득했다.
(사진)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연간 15%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GS건설 그랑서울. /GS건설 제공
(사진)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연간 15%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GS건설 그랑서울. /GS건설 제공
그랑서울은 건물 외관에 커튼월 유리를 적용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도 돋보인다. BEMS는 건물 내 에너지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소비량을 줄이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연간 15%의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게 GS건설의 설명이다.

AI로 새는 에너지 잡는 KT광화문빌딩

청진동의 KT광화문빌딩 이스트는 AI를 활용해 냉난방 설비 등을 제어하는 ‘로보 오퍼레이터’ 시스템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냉난방 공기 조화 설비는 건물의 열 환경과 공기 질 관리를 담당하는 설비를 총칭한다. 이 설비는 건물 에너지 소비의 50% 정도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AI 건물 관리 시스템으로 새는 에너지 잡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KT광화문빌딩 이스트. /KT 제공
(사진) AI 건물 관리 시스템으로 새는 에너지 잡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KT광화문빌딩 이스트. /KT 제공
기존 냉난방 공조 설비의 운영은 관리자가 건물 자동 제어 시스템(BAS)에 룰이나 스케줄을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운영의 효율성이 관리자의 전문성에 의해 좌우되는 단점이 있다. 개인 판단력의 한계로 인해 건물과 설비의 특성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최적의 운영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었다.

로보오퍼레이터는 AI가 이런 판단을 대신한다. 건물 피크 타임 등을 정확히 반영해 냉난방 공조 설비를 최적의 상태로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 AI가 계절별·시간대별 운영 데이터를 학습해 외기와 실내 조건, 설비의 상태 값들로 현재의 상황을 파악한 후 각 설비의 제어 값에 따라 미래의 상태를 예측하는 식이다. 이런 예측을 통해 실내의 온도·습도·공기 질 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값을 찾아 자동으로 제어한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로보 오퍼레이터를 운영한 결과 기존 대비 여름철 냉방 에너지 소비가 11.2% 절감됐고 연간 에너지 비용도 3500만원 정도 아낄 수 있었다”며 “실내 공기 질 또한 이산화탄소(CO₂)를 기준으로 기존 대비 26%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SG 확산 속에 주목 받는 친환경 사옥
사용 에너지의 12% 자체 생산하는 롯데월드타워

한국 최고 높이의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는 에너지 절감 기술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완공과 동시에 세계 신축 초고층 빌딩 중 최초로 LEED 골드 등급 인증을 받았다. 초고층 건축물 중 처음으로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등록하기도 했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단지 지하 6층에는 단지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에너지센터가 있다. 단지 전반에서 생산한 친환경 에너지가 이곳에 모여 다시 단지에 전력과 열을 공급한다.

롯데월드타워 에너지센터에 설치된 친환경 발전 설비 중 규모가 가장 큰 발전 방식은 한강 물의 온도차를 이용한 수축열과 지하 약 200m에서 생산하는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이다. 수축열 에너지 시스템은 물의 온도가 여름에는 대기보다 낮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리적 특성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ESG 확산 속에 주목 받는 친환경 사옥
지열 에너지 시설은 지하 열 교환기에서 생성된 지열을 히트 펌프 냉난방 시스템으로 전달해 에너지로 바꾸는 식이다. 땅속 지하수와 지중열의 계절별 온도차를 이용한 시스템으로 일반 히트 펌프 대비 효율이 높다.

롯데월드타워 수축열·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총 약 6000RT 규모다. 1RT는 총면적 33㎡(10평)의 냉난방이 가능한 에너지 용량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이 두 가지 시스템만으로 19만8347㎡(6만 평)의 냉난방을 가동하고 있다. 이는 전체 냉난방 수요의 20~30%에 달한다.

롯데월드타워는 또한 생활 하수의 폐열을 회수해 재생하는 폐열 회수 설비와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 풍력 발전 시스템, 태양열 급탕 시스템, 연료 전지 시스템, 심야 전력을 이용한 빙축열 시스템, 중수·우수(빗물) 재활용 설비 등을 적용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이러한 최첨단 설비를 통해 총 에너지 사용량의 12% 정도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를 전력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1만7564MWh에 달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약 6500가구(월평균 사용량 228kWh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롯데월드타워는 또한 필요할 때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관리 시스템을 통해 매년 이산화탄소 2만3000톤을 절감하고 있다. 이는 매년 20년생 소나무 85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는 게 롯데물산의 설명이다.

김재현 롯데물산 환경경영 매니저는 “롯데월드타워는 설계 단계부터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효율적 운영을 고려한 친환경 랜드마크”라며 “앞으로도 관련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탄소 중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신축 시 해당 건물에 쓰이는 에너지를 자급하도록 설계하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총면적 1000㎡ 이상 공공 건물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500㎡ 이상 공공 건물과 1000㎡ 이상 민간 건물,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새로 지을 때 강화된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정부가 ‘2050 탄소 중립’의 일환으로 이른바 ‘녹색 건축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친환경 건축물이 점차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재원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지으려면 시공비가 기존 일반 건물 대비 20%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 등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모두에게 득이 되는 정책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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