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87% 성장 이끈 정몽진 KCC 회장 첫 진입…배재훈 사장, HMM 실적 턴어라운드 이끌어

[스페셜 리포트]
위기 속에서도 빛난 리더십, ‘고성장 CEO 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지난해 기업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조직을 성장시킨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함께 지난해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어 낸 CEO들이 누구인지 조사했다. ‘2021 한경비즈니스 100대 CEO’ 순위권에 포함되지 못한 CEO 가운데 지난해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기업들의 CEO들을 꼽은 뒤 최종적으로 20명을 추렸다. 내년 100대 CEO 진입이 기대되는 ‘고성장 CEO 20’이다.

올해 고성장 CEO 20에 뽑힌 이들의 면면을 보면 위기 속에서 ‘관록이 빛났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1940~1950년대생 CEO 7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령자는 1949년생인 임창욱 대상홀딩스 명예회장이다.

정몽규 HDC 회장, 이현 키움증권 사장,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한성숙 네이버 사장, 이해선 코웨이 대표, 백복인 KT&G 사장,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등은 2년 연속으로 고성장 CEO에 올라 탁월한 경영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1950년대생 CEO, ‘관록’으로 위기 돌파“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올해 고성장 CEO들 가운데서는 이 같은 말을 실적으로 증명해 낸 이들이 여럿 있다.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오랜 기간 쌓아 온 ‘경험’과 ‘안목’을 토대로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끈 주인공들이다.

김기명(1957년생) 글로벌세아 사장이 대표 주자다. 글로벌세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3조384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사장은 2016년부터 글로벌세아를 이끌며 다양한 신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해 왔다. 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패션 유통 전문 기업 인디에프,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 전문 기업 세아STX엔테크, 골판지 포장 수직 계열 전문 기업 태림포장·페이퍼를 차례로 인수하며 의류를 넘어 ‘플랜트·건설’, ‘골판지·포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위기 속에서도 빛난 리더십, ‘고성장 CEO 20’
의류업계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침체에 빠졌지만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온 그의 노력 덕분에 글로벌세아 역시 성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1954년생인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회장 취임 후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 미래 대응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에 집중해 온 그의 노력들이 지난해 빛을 발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약 5조88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약 18%다. 최근에도 그는 벤처캐피털인 수림창업투자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1953년생인 배재훈 HMM 사장은 HMM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최전방에서 이끌었다. 2019년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뒤따랐다. 해운업계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것이 기우였음을 증명해 냈다. 물류 전문가의 경험을 살려 사장에 오른 직후 HMM을 3대 해운 동맹 중 하나인 디(THE) 얼라이언스에 가입시켰다. 또 경영 효율 제고와 함께 해운업과 관련한 영업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내실을 다졌다.

이 같은 노력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HMM의 지난해 매출은 작년보다 약 16% 증가한 6조41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1954년생이다. 2014년 수장이 된 그는 참치를 조업하는 선망 어업과 연승 어업에 대한 해양관리협회(MSC) 인증을 각각 2019년과 2020년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MSC는 수산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비영리 기구다. MSC 인증을 받은 제품은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과 생산 유통 방식을 거친 ‘착한 수산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동원산업의 수출 저변도 더욱 확대됐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MSC 인증 참치의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유럽·미주·일본 등 참치 소비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거래처를 확보해 수출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고성장 CEO 가운데 최고령자다. 그는 1949년생이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경영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임 명예회장은 대상그룹의 사업 영역을 계속해 확장해 나가고 있다. 주력인 식품을 넘어 바이오, 전분당, 광고, 정보기술(IT) 서비스, 해외 자원 개발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며 그룹의 몸집을 매년 키워 내고 있다.
2년 연속 선정되며 경영 능력 증명
2년 연속 고성장 CEO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CEO들도 있다. 지난해 거둔 성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특히 이현 키움증권 사장과 이해선 코웨이 대표는 1950년대 생이면서 2년 연속 고성장 CEO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현 사장은 1957년생이다. 지난해 이 사장은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는 눈이 유독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은 한국을 넘어 해외 주식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이 사장은 여기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수익 구조 다변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키움증권의 지난해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약 333만 개에 달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년 대비 389.6%나 늘었다. 이를 통해 키움증권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 냈다.

1955년생인 이해선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의 주도 아래 코웨이는 2019년 창사 이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위기 속에서도 빛난 리더십, ‘고성장 CEO 20’
그의 질주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약 3조2370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 치운 것이다. 매트리스·의류 청정기와 같은 신가전으로 빠르게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정몽규 HDC 회장은 2년 연속 고성장 CEO에 뽑힌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HDC는 전년 대비 144% 증가한 3조9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위기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 회장의 주도 아래 그동안 꾸준히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효율성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해 온 것이 비결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2018년 HDC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이 같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 그룹사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안정적 수익 구조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썼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성장 동력 마련의 일환으로 리츠 기반의 운영 사업을 본격화하며 빠르게 성장한 것이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카카오의 광고 사업 개편에 나서며 플랫폼의 진화를 꾀했다.

카카오의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하면서 광고주를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실적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카카오의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한성숙 사장이 이끄는 네이버도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롭게 썼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2% 증가한 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간편결제·디지털 금융 등 테크핀·콘텐츠 부문 등에서 골고루 성장한 결과다.
위기 속에서도 빛난 리더십, ‘고성장 CEO 20’
백복인 KT&G 사장,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성장 CEO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백 사장은 2025년까지 KT&G를 ‘세계 톱4’의 담배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궐련과 전자 담배의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이에 힘입어 KT&G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 진출 100개국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해외 시장 판로 확대가 힘든 환경에서도 23개국을 신규 개척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견고한 매출 상승세가 이어졌다.

박 대표가 이끄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온라인 쇼핑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덩치를 더욱 키웠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올해 매출 3조원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기민한 대응으로 성장 이끌어올해 처음 뽑힌 CEO들 중에선 정몽진 KCC 회장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KCC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87% 증가한 5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 회장은 2005년부터 약 15년 동안 KCC를 이끌고 있다.

KCC가 한국 최초로 실리콘 제조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 결과 현재 KCC는 실리콘 기초 원료인 모노머부터 2차 제품(실란트, RTV, LSR, HTV 등)까지 일괄 생산 체제를 갖추는 등 지속 성장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실리콘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KCC실리콘’을 설립했다. 이 부분이 앞으로의 실리콘 사업 실적 개선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성장을 이끈 CEO들도 눈에 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이 대표 주자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비대면 거래 시스템을 모든 해외 법인에 구축하고 상담원 대신 인공지능(AI) 기반의 하이브리드 챗봇 등을 도입했다. 이런 부분에서 큰 효과를 내며 지난해 3조2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기 속에서도 빛난 리더십, ‘고성장 CEO 20’
최진환 SK브로드밴드 사장은 미디어 사업의 수장을 맡아 지난해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에 주력했다.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은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녹록하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두 기업이 매출 증대를 이뤄낸 배경이다.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는 주력 계열사인 넥슨 매출이 한국 게임업계 최초로 3조원을 돌파한 것에 힘입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 갔다.

임성훈 DGB대구은행장은 대구를 넘어 수도권 지역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도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취임 당시부터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하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 힘써 온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야기한 ‘비대면 시대’를 맞아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미래를 꿰뚫어 본 그의 ‘혜안’이 새삼 주목받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