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지자체 등쌀에 적자에도 복수의 스포츠단 운영
실적 부진으로 경영평가 D등급…채희봉 사장도 경고받아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사옥 전경  /한국경제신문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사옥 전경 /한국경제신문
한국가스공사가 최근 인천에 연고지를 둔 프로 농구단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인수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이미 태권도팀을 운영하고 있고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요구에 무리하게 화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경제 기여도 미흡” 질타 받고 프로 농구단 인수

한국가스공사는 2020~2021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이 종료돼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의 인수를 최종 확정하는 프로 농구단 인수 협약을 6월 9일 체결했다. 정식 창단은 9월이며, 농구팀의 연고지는 현재 인천광역시에서 한국가스공사의 본사가 있는 대구광역시로 이전될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가 프로 농구단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대구시의 요구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경기 성남에 본사를 두고 있었으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014년 10월 대구로 본사를 이전했다.

대구에는 축구·야구·농구 3대 스포츠 중 야구(삼성 라이온스)와 축구(대구 FC)팀만 있다. 과거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라는 농구팀이 있었으나 대구에 제대로 된 홈구장이 없어 2011년 경기 고양시를 새 연고지로 정하고 대구를 떠났다. 이 때문에 프로 농구단을 통해 3대 스포츠 구단을 모두 보유한 광역시로 거듭나려는 대구시의 의지가 한국가스공사의 프로 농구단 인수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금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국민의힘·대구 북구갑)은 2020년 10월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역경제 발전에 한국가스공사의 역할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대구에 연고를 둔 농구단 등 단체종목 스포츠단 운영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미 태권도팀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프로 농구단 인수로 복수의 스포츠단을 운영하게 됐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인수 배경에 대해 “그동안 대구시와 한국가스공사는 지역 상생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고 그 결과 프로 농구단 인수를 하게 됐다”며 “한국전력이나 한국도로공사 등도 복수의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태권도팀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농구단 인수로 수소 등 신성장 사업을 더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스포츠를 매개체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B2C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한국가스공사 제공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한국가스공사 제공
가스公, 1607억원 적자…부채비율 364%

문제는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19년만 해도 583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607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4조9826억원에서 20조8337억원으로 줄었다.

한국가스공사의 2020년 부채비율은 약 364%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 자원 개발 제2차 태스크포스(TF)는 최근 한국가스공사 측에 2029년 글로벌 가스기업 수준의 부채비율(280%) 달성을 위한 재무개선 목표를 세우고 재무 건전성 확보 전략을 마련하도록 한 바 있다.

해외 해상 가스전(FLNG)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분 투자하고 미국 쉘이 운영하는 호주 프렐류드 가스전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 가동 중단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봤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지분 투자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고 있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현지 군부 쿠데타로 인해 가스전 사업 수익이 군부 자금으로 흘러 들어간다며 국제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제 시민단체들은 한국가스공사에 미얀마 군부 기업과의 합작관계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 수익이 군부와 직접적인 연결이 안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의 이익 보호도 고려해야 하고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하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경제성 평가 조작 지시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영 실적도 부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20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아 지난해 ‘보통(C)’ 등급에서 한 계단 내려갔다. D등급은 성과급 미지급 대상이다. 일부 직원의 신도시 투기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D등급을 받았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경영 평가에서 실적 부진으로 기관장 경고 조치도 받았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