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때 ‘백기사’로 힘 보태
박 전무는 금호그룹 오너 일가 중 첫 여성 임원으로 주목받았다. 금호그룹은 형제 공동 경영 체제를 고수하며 총수 일가 중 여성의 경영 승계를 철저히 배제해 왔다. 승계와 관련해 우선 지분 상속을 남성으로 제한한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자의 유지 때문이다.
하지만 부친인 박 회장은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며 70년 가까이 이어 오던 ‘금녀의 벽’을 허물고 박 전무에게 가장 중요한 ‘돈 관리’를 맡겼다. 박 전무가 회사에 발을 들인 2015년 금호석유화학은 구매 담당 부서 직원들의 비리가 적발돼 떠들썩했던 시기였다.
이에 박 회장이 투명 경영 강화 차원에서 믿을 수 있는 딸에게 자금 관리를 맡겼다는 후문이다. 박 전무가 현재 보유한 회사 지분은 0.98%(29만7515주)로 7.17%(218만3120주) 지분을 가진 오빠 박준경 부사장보다 많지 않지만 지속적인 지분 매입으로 승계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올해 초 금호석유화학을 흔들었던 박철완 전 상무와 박 회장의 경영권 분쟁 사태 속에서도 박 전무의 존재감이 빛났다. 박 회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이 6.69%로 개인 최대 주주인 박 전 상무(10.00%)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자녀들의 지분을 합쳐 14.86%의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24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금호리조트와 계열사 금호폴리켐 지분 50% 인수와 관련해 박 전무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석유화학·에너지 부문에 치중돼 있는 상황에서 금호리조트 인수를 계기로 레저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다.
금호폴리켐은 금호석유화학이 공동 투자자인 JSR로부터 50%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7월부터 금호석유화학의 100% 자회사가 되는데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업계는 금호리조트 정상화와 금호폴리켐 시너지를 높이는 작업에서 박 전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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