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의 건치 이야기]
치과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전환 사례
최근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치과 관련 국제 회의를 열었다. 가을에 열리는 세계치과의사협회 학술 대회 역시 온라인으로 열릴 예정이고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는 세계 치과의사 대표단 회의 역시 비대면으로 준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상이 디지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치과 진료는 과연 어떨까.

치아 본 대신 데이터로 어디든지 활용

가장 먼저 바뀌고 있는 것은 치아 모형을 만드는 일이다. 과거 충치가 생기면 치아를 삭제하고 본을 떠 치아의 충치가 있는 부위나 치아 전체를 씌웠다. 지금은 치아 본을 뜨는 과정이 사라지고 휴대전화 카메라 사진을 찍는 것처럼 입안에 작은 스캐너를 넣어 치아의 구조를 3차원으로 스캔해 치아 모형의 입체 파일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입안을 스캔한 파일을 가지고 바로 3차원 프린트를 이용해 구강 모델을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충치가 있거나 치아를 씌워야 될 부위를 3차원 파일을 이용해 인레이라고 부르는 충치 치료 재료 혹은 크라운이라고 하는 도자기 치아를 만들기 위한 파일을 만든다. 이것을 다시 인레이나 크라운을 만드는 밀링기를 통해 도자기 재료를 직접 깎아 만들 수 있게 됐다.

즉 치아를 만들 때 본을 떠 왁스로 치아를 만들고 손으로 다듬는 작업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상에서 디자인하고 이것을 3차원 프린터로 프린트하거나 치아를 깎는 밀링기를 통해 치아를 제작하는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여기에 과거에는 치아의 본을 떠 여기저기에 들고 다녔다면 지금은 스캔한 환자의 치아 데이터를 전 세계 어느 곳이든지 보낼 수 있어 미국 환자의 치아를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임플란트 치료를 할 때 ‘디지털 내비게이션 임플란트 치료’가 쓰인다. 안전하게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미리 컴퓨터로 모의 수술을 하고 가이드를 제작해 임플란트 수술을 하는 방법을 디지털 가이드 수술 또는 내비게이션 임플란트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임플란트 수술을 하게 되면 잇몸을 열고 잇몸 뼈가 많은 곳에 임플란트를 식립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임플란트가 치아의 수직적인 힘을 받는 곳에 자리해야 오래 쓸 수 있다. 그 위치에서 벗어나면 장기적으로 임플란트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임플란트의 정확한 수술이 필요하다. 3차원 잇몸 뼈 영상과 환자의 입안을 스캔해 만든 3차원 자료를 이용해 컴퓨터로 미리 가상 수술을 한다. 그것을 실제 수술과 똑같이 진행할 수 있는 디지털 가이드를 만들어 그 계획대로 수술해 임플란트 치아를 제작하는 방법을 디지털 가이드 임플란트라고 한다. 가이드는 통상적으로 투명한 재질의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30분 안에 가이드를 제작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많이 바뀌는 것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방사선 사진의 판독이다. 치과에서 찍는 파노라마라는 사진이 있다. 다양한 병소를 판독하고 ‘세팔로그램’이라는 치과 교정을 하기 위해 얼굴뼈의 다양한 형태의 각도와 크기 등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자동으로 AI를 이용해 정확하게 알아내고 계측하는 방법이다. 물론 아직은 초기여서 다양하게 많이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거의 실용화되고 있다. 또 얼굴의 3차원 사진을 찍어 치아의 디자인이나 얼굴의 모습을 디자인하는 것 역시 치과 임상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물론 치료라는 분야는 ‘최신의 것’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결과’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첨단으로 변화하는 치과 치료를 관심 갖고 지켜본다면 좀 더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