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중앙은행,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주가 잡으려 금리 인상 고민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뜨거워진 자산 시장을 식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다우지수는 7월 23일 역사상 최고가인 3만5000을 돌파했다. 나스닥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6월 미국 평균 주택 가격도 38만1800달러(약 4억4000만원)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주가와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미국의 통화량은 20조2784억 달러로 지난해 2월과 비교해 32.1%나 늘었다. 1년 3개월 만에 통화량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시장에 풀린 돈이 자산 시장을 뜨겁데 달구고 있어 미국 재무부 장관이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한·미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집값과의 상관관계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집값 상승 제어 수단으로 금리 인상 고민

금리를 인상한다고 집값이 잡힐까. 미국은 한국보다 금리에 민감한 경향이 크다. 대출 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 차원의 대출 규제가 없고 은행의 자율에 의해 결정된다. 담보물의 가치에 비례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80% 정도다.

집값의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하는 관례상 미국은 대출 이자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지만 상환 능력(소득)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은 팔려는 고민에 빠진다.

집을 새로 사려는 이들도 이자 상환 문제를 크게 고려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집값 상승 속도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것이다.

단, 금리 인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과거 금리 인상 시기의 집값 추이를 보면 금리와 집값이 연동돼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의 금리부터 살펴보자.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로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은 2008년 12월 역대 최저 수준(0~0.25%)까지 금리를 내렸다. 금리를 다시 인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이다. 8년간의 초저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2018년 12월까지 9차례나 금리가 인상되는 동안 집값은 내려가지 않고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12월 26만6100달러였던 미국의 평균 집값은 2018년 12월 29만3800달러로 10.4%나 올랐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주거지역. /한국경제신문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주거지역. /한국경제신문
금리와 대출 연체율의 상관관계 ‘無’

더 흥미로운 것은 주택 담보 대출 연체율 추이다. 일반적으로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 연체율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한 달에 1000달러의 이자를 부담하던 사람이 한 달에 2000달러로 이자가 늘어나면 상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연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와 대출 연체율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이 낮아지는 기이한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어떤 사람이 45만 달러의 대출을 끼고 50만 달러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집값이 10% 하락해 45만 달러가 됐다면 그 사람은 대출을 갚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 시점에선 대출 이자의 높고 낮음이 크게 상관이 없다. 본인의 집값에서 개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이미 사라졌고 빚만 남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값 반등 가능성마저 낮다면 그 사람은 대출 이자와 원금에 대해 연체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50만 달러에 산 집이 10% 올라 55만 달러가 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 집에는 대출 45만 달러도 있지만 본인의 순자산이 10만 달러가 된 셈이다. 이때 금리가 올라 대출 이자가 늘었다고 연체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집은 압류되고 경매로 넘어간다. 본인의 순자산 10만 달러가 허공에 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 사람은 대출 이자나 원금을 연체하는 대신 다른 소비를 줄이더라도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낸다. 집값이 오를수록 개인이 잃을 수익이 많아져 대출 연체를 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체제에서 정한 룰을 따르게 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집값을 잡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꾸준한 집값 상승이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낮다. 한국은행이 집값을 잡겠다고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이유는 없다.

결과적으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금리 인상 여부에 신경 쓰기보다 본인의 자금 여력에 맞춰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이 올바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