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웹툰 확대 개편, 태국·대만 이어 국내 론칭…하반기 카카오 주가 상승 이끌 핵심 동력

[비즈니스 포커스]
카카오웹툰 대만 IPX. /카카오 제공
카카오웹툰 대만 IPX. /카카오 제공
카카오의 전성시대다. 수년 전 국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을 두고도 수익 모델이 없어 성장을 의심받았던 카카오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카카오의 계열사 역시 승승장구하며 카카오의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8월 예정된 상장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면 하반기 카카오를 이끌어 갈 주인공은 ‘엔터테인먼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일 카카오의 웹툰 사업이 새로운 닻을 올렸다. 목표는 세계 시장이다.

웹툰 사업이 카카오의 해외 진출 첨병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구 카카오페이지)는 다음웹툰을 확대 개편한 웹툰 중심 플랫폼인 카카오웹툰을 국내에 선보이고 웹소설부터 영상까지 종합 콘텐츠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와 함께 양대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글로벌 시장 곳곳에 카카오웹툰을 론칭하고 진정한 ‘글로벌 K웹툰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상하좌우 무한 확장…섬네일 나열 방식 탈피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식 론칭에 앞서 7월 27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프리미어 웹사이트를 열고 ‘카카오웹툰’을 사전 공개했다. 카카오웹툰은 기존의 다음웹툰을 확대 개편한 웹툰 중심 플랫폼으로, 전에 없던 웹툰 디자인과 풍부한 지식재산권(IP)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카카오웹툰은 콘텐츠가 무한히 확장하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끝없이 디스플레이가 이어지고 웹툰 속 캐릭터들은 살아 움직이는듯한 형태로 구현됐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크고 작은 직사각형의 섬네일(그림의 축소판) 이미지로 작품을 나열하던 지난 20년간의 관성적 디스플레이 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다”며 “웹툰을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사용자들에게 전하고 게임·음악·영화·드라마로 변주되는 오리지널 IP의 위상과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하도록 사용자 경험(UX) 설계 틀을 파격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로 독자들은 우주를 유영하는 ‘승리호’의 등장인물, 악귀를 물리치는 ‘경이로운 소문’의 카운터들 등 카카오웹툰 작품 캐릭터를 고정된 섬네일이 아닌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변화는 인공지능(AI)의 추천이다. 카카오웹툰에서 독자들은 AI를 통해 연관 작품 추천, 그림체 기반 추천, 키워드 기반 추천을 받아 볼 수 있다.

카카오의 양대 콘텐츠 플랫폼인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선보였던 오리지널 웹툰 IP를 카카오웹툰 안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카카오웹툰은 메인 화면과 함께 웹툰 원작과 소설 원작, 랭킹 탭 등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탭에는 다음웹툰 작품과 ‘웹소설의 웹툰화’를 이끌어 온 카카오페이지의 노블코믹스 작품이 함께 담긴다.

회사는 향후 오리지널 신작들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서 카카오웹툰스튜디오 대표는 “변화무쌍한 카카오웹툰 콘셉트에 맞춰 ‘생각의 다양성’을 담은 여러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네온비&캐러멜·장이·지뚱·조금산·보리·민홍 등 굵직한 작가들의 신작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막 첫발을 뗀 카카오웹툰이지만 첫 성적표는 이미 나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태국과 대만에 카카오웹툰을 먼저 선보이며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6월 7일 론칭한 태국에선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만화’ 분야 1위, 애플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2위를 차지했다. 6월 9일 론칭한 대만에서는 역시 ‘만화’ 분야 1위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넷플릭스 다음인 6위를 차지하며 카카오웹툰의 ‘글로벌 성공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카카오웹툰은 구글플레이 스토어 평점에서 태국과 대만 각각 4.6점, 4.85점으로 높은 평가를 얻었다. 태국 웹소설 플랫폼 픽션로그의 최고경영자(CEO)는 “태국의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업계의 표준을 새롭게 정립했다”며 뜨거운 호응을 보냈고 해당 국가의 누리꾼들은 “디자인이 예술의 경지”라며 호평했다.

태국과 대만의 성공적인 론칭은 카카오엔터가 수년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한 카카오웹툰의 ‘IPX(IP Experience)’에서 기인했다. 카카오웹툰이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한 IPX는 IP를 가장 가치 있게 보여주는 카카오웹툰의 UX와 사용자 환경(UI)으로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IP에 대한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일본·미국 등에서 검증 받은 우수한 오리지널 IP 또한 매출을 견인했다. 론칭 첫날부터 ‘나 혼자만 레벨업’, ‘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 ‘샬롯에게는 다섯 명의 제자가 있다’, ‘녹음의 관’, ‘템빨’ 등 오리지널 IP에 수많은 유료 결제가 진행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태국과 대만에 이어 국내 카카오웹툰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 곳곳에 카카오웹툰을 론칭하고 진정한 ‘글로벌 K웹툰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8월 한국을 시작으로 중화권·북미·인도·유럽 등으로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하고 하반기에는 카카오웹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 등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진수 대표는 “과거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 모델이 웹툰 산업의 판도를 바꿨듯이 이번 카카오웹툰 역시 또 한 번의 산업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IP 시장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적 UX·AI 추천’ 카카오웹툰, 해외 진출 첨병으로
8500개 오리지널 IP 보유…글로벌 공략 자신감 글로벌로 향하는 카카오의 첫째 자신감은 IP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수년에 걸쳐 1조5000억원을 IP 개발에 투자해 한국 최대인 8500개의 오리지널 IP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IP들이 전 세계, 전 언어권으로 뻗어 가며 카카오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장될 수 있도록 올해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IP가 있어도 세계적 플랫폼이 없다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카카오는 이미 2011년 카카오재팬을 설립하며 현지 만화 플랫폼인 ‘픽코마’를 성공시켰다. 올해 7월에는 미국의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Radish)와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TAPAS)의 지분을 각각 99.14%와 100%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지원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래디시와 타파스의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넓은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보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나의 인기 발생 시 효과적인 수익화 구조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8월 예정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연이은 상장 이후 카카오의 주가를 이끌어 갈 주요 동력은 사업 규모와 전략적 협력 관계 확장을 통해 국내 시장 선점을 확고히 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글로벌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라고 말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 사진 카카오 제공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 사진 카카오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구조 조정 아픔 딛고 ‘기다리면 무료’ 모델로 대성공카카오의 웹툰 사업 역사를 보면 미운 오리새끼의 변신이란 말이 실감난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의 웹툰 사업이 카카오톡이란 메가 트래픽의 도움으로 손쉽게 이뤄진 성공이 아니란 점에 주목한다. 카카오는 어떻게 오늘날의 성공에 이르렀을까. 그가 올해 초 쓴 ‘기다리면 대박-웹툰 사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정답이 있다. 다음은 보고서의 부분 발췌다.

“카카오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구 카카오페이지)를 비롯해 카카오페이·카카오택시·카카오게임·카카오뱅크 등 카카오톡 플랫폼에 기반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파생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들이 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엄청난 모바일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플랫폼이다 보니 이러한 여러 파생 서비스들은 카카오톡의 메가 트래픽의 도움으로 손쉽게 성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는 이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진수 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카카오 최대 주주 김범수 의장이 모바일 콘텐츠를 아이템으로 한 사업을 목적으로 2010년 7월 ‘포도트리’를 설립한 것이 오늘의 카카오페이지의 시작이 됐다. 포도트리는 초창기 영어 학습, 전자책 등 다양한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지만 실패했고 전자책뿐만 아니라 주문형 비디오(VOD)와 만화까지 추가하며 2013년 4월 현재의 ‘카카오페이지’라는 이름의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카카오’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트래픽과 수익이 오르지 않자 2014년 절반 가까운 직원을 구조 조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카카오의 이름을 달면 되겠지’란 성공 등식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웹소설과 웹툰이 도입되며 하루 사용자 수(DAU)는 3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월매출액은 6억원에서 13억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 모델이 도입됐다. ‘기다리면 무료’의 도입은 대성공이었다. DAU는 20만 명에서 90만 명으로, 월거래 금액은 13억원에서 75억원으로 급증하고 월간 흑자로 전환됐다.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 만화 강국 일본에서도 통하며 픽코마가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 내 최고의 점유율을 기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