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부터 대체제 개발까지…진정한 플라스틱 활용 방식

[ESG 리뷰]
플라스틱과 공존하는 방법 제안하는 소셜 벤처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플라스틱류의 재활용률은 2020년 기준 41%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재활용률’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재활용률은 선별 업체에 반입된 총량을 지표로 삼고 있고 실제로 그중 폐기물이 얼마나 재활용됐는지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플라스틱 중 깨끗한 상태로 잘 분리되고 순도가 높으면 재활용할 수 있지만 오염되거나 색깔이 있는 용기는 재활용하기 어렵다. 생산된 플라스틱 중 실제 재활용 비율은 41% 이하라고 봐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포장재 사용량이 늘어났다. 2020년 폐플라스틱의 양이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이에 천연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생산-소비-폐기’ 단계로 구성된 선형 경제를 ‘생산-소비-관리-재생’의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를 제안하는 소셜 벤처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플라스틱과 공존하는 방법 제안하는 소셜 벤처
플라스틱 순환 시스템 대응하는 ‘초록별’

소셜 벤처 초록별은 폐트병 파쇄 무인 수거기(RVM : Reverse Vending Machine)를 운영한다. RVM은 카페나 아파트 단지 등 페트병이 다량 배출되는 거점에 설치돼 주민이 페트병을 투입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투입된 페트병은 압축과 파쇄를 거쳐 플레이크(flake) 형태로 저장된다.

특히 RVM에 파쇄 기능을 내재화해 부피 때문에 수거가 어려웠던 점을 개선했다. 초록별의 RVM은 파쇄 기능을 통해 최대 하루 1000개 이상의 페트병을 수집할 수 있다. 이에 수거와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초록별의 이러한 서비스는 플라스틱의 순환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초록별은 버려진 페트병의 ‘배출-수거-가공-소재화’까지 이어지는 업사이클링 전반의 과정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봤다. 수거 효율을 높여 재활용 소재의 원가를 낮추거나 지역 기반의 사회적 경제 조직의 참여를 유도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공헌한다.

또한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RVM을 설치할 유휴 공간을 확보하고 수거된 플레이크를 대기업에서 구매,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주체의 협업이 가능하게 지원하기도 한다.
플라스틱과 공존하는 방법 제안하는 소셜 벤처
플라스틱에서 벗어나 ‘다회 용기’ 제작하는 트래쉬버스터즈

하지만 단순히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소셜 벤처 ‘트래쉬버스터즈’는 ‘플라스틱보다 더 큰 문제는 일회용’이라는 접근으로 다회 용기 사용을 권장한다. 기업·단체·지자체 등을 시작으로 축제장·영화관·야구장·장례식장·사내 카페 등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장소에 다회 용기 서비스를 접목한다.

올해 GS 강남 사옥, KT 광화문 사옥은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컵 렌털 서비스를 도입했다. 사내 카페에서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주면 사용 후 각 층의 전용 수거함에 넣는다. 이후 트래쉬버스터즈는 그것을 수거·세척해 다시 사내 카페에 비치한다.

트래쉬버스터즈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 일회용품 구매에 비해 추가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KT 광화문 사옥은 매일 1000개 정도의 일회용 컵 쓰레기가 줄었고 총 쓰레기 배출량도 10분의 1로 줄었다. 효과가 확인되자 일반 기업부터 관공서까지 총 13개의 기업과 기관이 다회용 컵 도입을 논의 중이다.

CGV는 등촌점에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 용기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영화관 매점에서 탄산음료 구매 시 다회용 컵을 선택하고 상영 종료 후 퇴장 시 수거함에 컵을 반납하는 구조다. ‘버스팅 스코어(다회용 컵 반납 시 일회용품을 줄인 개수를 표시하는 기계)’를 설치해 고객이 친환경 활동에 동참한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위생 관리도 철저하다. 이들의 다회 용기는 총 3단계의 세척·건조 시스템과 자외선 램프 살균, 열풍 소독을 거치며 건조 후에는 전용 박스에 보관해 세균 번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컵 오염도는 식품 안전 기준인 200RLU(Relative Light Unit : 오염도 측정 단위. 물체에 묻은 유기 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는데 수치가 클수록 오염도가 높다고 판단)보다 낮은 19RLU로 측정됐다. 이는 일회용품보다 30배 낮은 미생물 수치다.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제품을 제작하며 수명이 다한 제품은 재활용 공정을 거쳐 새 제품으로 만들어 쓴다. 최근에는 기업에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허들링과 함께 단체 도시락 다회 용기를 선보이는 등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플라스틱과 공존하는 방법 제안하는 소셜 벤처
편리함은 그대로,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체제 개발하는 마린이노베이션’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원료 및 제품 개발에 주목한 소셜 벤처도 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우뭇가사리·미역·꼬시래기 등 해조류를 이용해 종이와 플라스틱을 대체한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SV2 임팩트 파트너링을 체결하고 구성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하기도 했다.

우뭇가사리 부산물로 만든 친환경 계란판은 세계포장기구가 개최한 ‘2021 월드스타 글로벌 패키징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해조류 30%에 펄프 70%로 구성한 이 계란판은 일반 종이 생산 대비 공정 단계를 3분의 1로 단축해 원자재 비용의 30%와 사용 에너지의 80%를 절감했다. 90일 이내 완벽하게 생분해되며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 또한 확보했다.

이 밖에 친환경 과일 포장 용기, 종이컵, 커피 캐리어 등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마린이노베이션은 일반 종이컵이 내부의 폴리에틸렌 코팅으로 인해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해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으로 코팅 물질을 대체했다. 이 종이컵은 3개월 내 생분해된다.

소셜 벤처 ‘에코펄프'는 버려지는 커피 부산물과 폐지를 활용해 농업용 플라스틱 육묘 화분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지류 화분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토양에 그대로 식재가 가능하며 식물의 생육 기간 동안 생분해되기 때문에 따로 수거할 필요가 없다. 식물 생장의 양분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쓰레기·비료 사용 절감과 토질 개량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엠와이소셜컴퍼니 정유나 선임연구원, 노성진 선임컨설턴트, 류민지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