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으로 중무장한 신개념 쇼핑…9월 10일엔 의왕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 오픈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롯데백화점 동탄점 외경. /롯데쇼핑 제공
(사진) 롯데백화점 동탄점 외경. /롯데쇼핑 제공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요즘 내부에 강하게 전하는 메시지는 “외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다. ‘백화점 1등’이라는 지위에 자족하지 말고 혁신을 꾀하라는 주문이다. 8월 20일 개장한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9월 10일 첫선을 보이는 의왕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는 다시 ‘롯데의 시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야심작이다. 두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 여부에 ‘쇼핑 명가’ 롯데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도권 남서부의 랜드마크 동탄점

준비 과정에서부터 롯데쇼핑은 총력을 기울였다. 강 부회장 등 롯데쇼핑 경영진은 1년여 전 동탄점 인력으로 누구를 보낼지 검토한 끝에 2030세대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기존 관행이나 문법에 젖어 있지 않은 젊은 감각으로 채우라”는 의미였다. 꼭 입점시켜야 할 유명 브랜드엔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직접 나서 협상했을 정도다.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동탄점 개장도 수개월 미뤄졌다. “하루라도 운영을 미루면 그로 인한 손실이 상당하다”며 “개장일이 정해지면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문을 열고 자투리 공간도 꽉꽉 채워 손익 계산에 열심이던 기존의 롯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유통업계 관계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의왕 타임빌라스는 점장이 배치된 5년 만에 개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점장으로 배치받으면 길어야 3년 정도 준비하고 문을 열던 관행에 비춰 보면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만하다. 타임빌라스 개장과 함께 화제를 몰고 올 ‘글래스빌’은 달라진 롯데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롯데쇼핑은 타임빌라스만의 차별화된 무언가를 원했다. 바라산을 병풍으로 삼은 녹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화두였는데 롯데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글로우서울이라는 스타트업에 일을 맡긴 것이다.

글로우서울은 폐공장, 오래된 가옥 등을 ‘힙 플레이스(인기 장소)’로 바꾸는 등 상업 공간에 순수 미술을 결합하는 데 장점을 가진 업체다. 이들은 ‘시간이 머무르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타임빌라스를 총 10개의 유리 온실 콘셉트관으로 구현했다. 쇼핑을 즐기다가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신비로운 인디언들의 마을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하다. 롯데쇼핑이 점포를 출점하면서 스타트업에 공간 설계를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 내부에서조차 “실제 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을 정도로 파격적인 시도다.

롯데가 동탄점과 타임빌라스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입지 조건 때문이다. 동탄점만 해도 수도권 남서부의 ‘롯데 타운’이 될 만한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탄 뉴타운을 비롯해 인근 화성·오산·평택·용인·안산시 등 구매력이 풍부한 지역의 소비자들이 동탄점의 잠재 고객이다.

동탄점은 롯데쇼핑의 서른다섯째 신규 백화점이다.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 만의 출점이다. 롯데쇼핑이 기존 상권이 아닌 새로 조성된 신도시에 새 점포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소공동 본점(1979년)과 잠실점(1988년)에 버금가는 ‘롯데 타운’을 경기 남부에 만들겠다는 게 롯데쇼핑 경영진의 청사진이다.

롯데쇼핑이 구현하려는 동탄점의 콘셉트는 ‘스테이플렉스’로 압축할 수 있다. 머무르다(stay)와 다목적 건물(complex)의 합성어로, ‘머무르고 싶은 백화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총면적 24만5886㎡(지하 2층~지상 8층)에 달하는 경기 지역 최대 규모의 부지 위에 롯데만의 파격적인 ‘공간 실험’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자투리 공간도 알뜰히 활용한다는 ‘롯데의 문법’을 처음으로 깼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층고를 18m에 달하도록 높이고 천장에는 자연빛이 들어오도록 거대한 채광창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가두형 쇼핑몰과 백화점 건물을 결합한 것도 새로운 시도다. 건물 내부에 나무를 심는 정도가 아니라 백화점과 연결된 3층 외부에 대형 정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스트리트 쇼핑몰’을 만들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건물 안에만 있다 보면 아무리 공간이 넓어도 갑갑함을 느낄 수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하이브리드형 백화점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의 파격적인 ‘공간 실험’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동탄이라는 신도시가 갖고 있는 독특한 상권 특성 덕분이다. 동탄은 면적 1억3300만㎡(1000만 평)에 계획 인구만 42만 명(6월 말 기준 37만 명)에 달한다. 수도권 최대 규모다. 동탄 시내에 진입해 롯데 동탄점이 있는 상업 지구를 관통해 차를 달리다 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동탄 1~2기 신도시를 합한 규모는 인근 광교 신도시와 비교해도 규모와 인구가 각각 3배, 5배다. 수원 등 인근 10km 이내 경제 인구는 126만 명에 달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기 신도시들이 주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을 위한 베드타운용으로 조성된 데 비해 동탄은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연구 단지와 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선 자족형 도시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의 시각에서 동탄의 경쟁 상권은 판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 있는 판교에 자리잡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높은 소비력 덕분에 경기권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동탄 상권의 잠재력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본사를 비롯해 기흥·화성 단지에 삼성 임직원만 4만 명 규모다. 여기에 현대차 남양연구소(8000명), 기아 화성공장(1만3000명), 평택 LG디지털파크(1만 명), 동탄 테크노밸리의 삼성전자 협력사(2만 명), 두산중공업 3M연구소(1000명) 등을 합하면 소득 수준 높은 직장인들의 수는 10만 명을 웃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도시 특성상 3040세대의 비율이 높고 인근 지역에 대기업 본사와 사업장이 많아 안정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가구가 거주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곳이 동탄”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잠실 못지 않은 대형 롯데 타운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과 하나 된 최초의 관광형 아울렛
(사진) 9월 10일 오픈 예정인 경기 의왕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조감도. /롯데쇼핑 제공
(사진) 9월 10일 오픈 예정인 경기 의왕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조감도. /롯데쇼핑 제공
‘머무르고 싶은 백화점’을 만들기 위해 콘텐츠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쇼핑에 ‘아트테라피(예술 작품을 통한 치유)’를 본격 접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쇼핑 동선을 따라 곳곳에 배치된 거대한 미디어 아트 작품은 방문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명품 다음은 아트’라는 관점에서 기획한 것으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개점과 함께 ‘온라인 갤러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1층에 꾸며진 ‘럭셔리관’도 일반적인 해외 명품관과는 다른 개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예컨대 루이비통(입점 미정)은 ‘디지털’을 주제로, 구찌(입점 미정)는 ‘히스토리(브랜드 역사)’ 등 특정한 콘셉트로 매장을 꾸미는 식이다. 아직 입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동탄점의 고객 유입 파워에 따라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속속 들어올 예정이다. 식품관도 축구장 2.5개 크기, 1만8400㎡ 규모로 전국 최대다. 전국 맛집 100여 곳이 입주했다.

의왕 타임빌라스의 입지 조건도 탁월하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교외형 아울렛이라는 점을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서초·강남·송파·분당·판교에서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바라산과 의왕 호수가 지척에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 관광과 쇼핑을 결합한 공간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의 ‘공간 실험’은 의왕 타임빌라스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매장 전체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건물을 배치하고 공간을 설계했다. 점포 입구로 들어간 소비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1000㎡ 규모의 대형 광장은 천장이 유리 돔으로 제작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한국 최초의 관광형 프리미엄 아울렛”이라며 “건물과 건물 사이 천장을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우천시에도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바라산 아래에 있는 약 6610㎡(2000평)의 잔디 광장에 대형 유리 온실을 연상시키는 글래스빌을 설치하고 정문 앞 스케이트 파크에는 야광 페인트를 칠한 스케이트 볼 조형물을 설치했다. 야간에도 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 1등’으로서 롯데쇼핑이 갖고 있는 모든 업력을 쏟아부었다”며 “기존의 관행과 문법을 완전히 버리고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만든 미래형 백화점과 아울렛”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한국경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