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등기부 열람이 최선의 방법…집주인 변경 여부 확인해 이의 제기하면 구제 가능

[법으로 읽는 부동산]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명의 이전에 따른 금전 부담 없이 오히려 수백만원을 받고 주택을 넘겨받을 수 있으니 사람을 구한다’는 취지의 구인 광고가 인터넷에 공공연히 올라오고 있다. 이런 광고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갭 투자’ 전세 사기에 이용하기 위해 명의를 빌릴 사람을 구하는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임대인이 전세 계약 후 타인에게 해당 주택을 이전할 때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할 수 있는 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갭 투자 사기의 대략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한 채에 2억원에 분양(매매)하는 주택은 분양의 방법으로는 처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의 방법으로는 충분히 처분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악용해 분양업자와 중개업자 등이 전세 사기를 설계한다.집 낙찰 받으면 형사 고소 불가분양과 달리 임대차 계약은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 후에 받은 보증금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을 수 있어 보증금 반환의 연결 고리를 끊어 낼 수 있는 방법이 핵심인데 들러리 집주인을 끌어들여 사기에 참여시킨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는 번듯한 사업자 이름으로 소유 명의가 있다가 임대차 계약이 완료되면 들러리 앞으로 소유 명의가 넘어가면서 이를 통해 기존 분양업자는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 채무를 합법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배경은 대항력에 관한 다음의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이 1989년 10월 선고한 판결문을 살펴보자.

당시 대법원은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구비한 후에 그 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것”이라며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해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세입자로서는 집주인의 변경 사실 자체를 한동안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연히 알게 되더라도 집주인이 변경된 내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결국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돼 보증금 반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서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집에 들어간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만기에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들러리 집주인은 애초부터 거액의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주택은 결국 경매에 처해지게 되는데 비록 등기부상으로는 선순위 다른 제한 물권이 없는 깨끗한 집이지만 시세에 비해 워낙 보증금이 높다 보니 보증금 피해는 불가피하다.

주민등록이나 확정일자를 제대로 갖춘 세입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금액의 보증금은 반환받지 못하게 된다.

일부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보증금에 상당하는 높은 금액에 해당 집을 낙찰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구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을 형사 고소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

보증금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낙찰 받게 되면 외관상 보증금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차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세입자의 주의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주택을 임대차 계약하고 거주하던 중에 갭 투자 사기로 의심되는 소유권 변동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은 없을까. 세입자는 집주인 변경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해 본다. 이전 등기에 따른 세금 부담은 물론 소정의 명의 대여료까지 부담하면서까지 왜 굳이 들러리 집주인 앞으로 명의를 변경하는 것일까. 대항력이라는 법리를 악용하면서 합법적 방법으로 기존 집주인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는 기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자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력이 없다면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까지 명의 이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주인 변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는 법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이 2002년 9월 선고한 판결문에 따르면 임차인 보호를 위해 예외적으로 임차인이 임차 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이후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당연 승계라는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임대차로 거주하는 동안에 적어도 1~2개월에 한 번 정도씩 주기적으로 등기부를 열람하면서 집주인의 변경 사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갭 투자가 의심되면 즉시 기존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면서 보증금 반환을 요청한 후 그 사람의 재산을 찾아 가압류 조치를 하는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주택은 처음부터 임대차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일단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이상은 위와 같은 방법이 현행법상으로는 세입자를 위한 최선의 조치다.

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