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문화 부흥 꿈꾸는 양조장…천혜의 여주 물과 쌀로 만든 한국 술 선보여

[막걸리 열전]

경기도 여주는 예부터 물과 쌀이 좋기로 유명하다. 선사시대 때 벼농사의 흔적인 ‘탄화미(炭化米)’가 발견됐고 조선 시대에는 여주 물과 여주 쌀이 한강 수로를 통해 한양의 임금에게 진상됐다고 하니 그 진가를 시대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여주 연하산 자락 점봉동에는 양조장 ‘술아원’이 있다.

술아원은 이 천혜의 물과 쌀로 술을 빚어 다섯 가지 과하주와 소주·약주·막걸리 등 다채로운 전통주를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10년 전 강진희 대표를 시작으로 아들 임승규 씨까지 의기투합해 우리의 전통주를 빚고 이를 넘어 전통주 문화 복원에까지 힘쓰고 있는 술아원을 찾았다.
△예부터 물과 쌀이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여주의 연하산 자락 점봉동에 자리한 술아원.
△예부터 물과 쌀이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여주의 연하산 자락 점봉동에 자리한 술아원.
△여주햅찹쌀과 국산 밀누룩, 그리고 정제수 만을 이용해 만든 ‘술아 막걸리’.
△여주햅찹쌀과 국산 밀누룩, 그리고 정제수 만을 이용해 만든 ‘술아 막걸리’.
술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쌀·물·누룩 등 세 가지다. 그러므로 물과 쌀이 술의 맛을 좌우하는 데 큰 요소가 된다. 술아원은 청정 팔당 상수원의 물과 그 물로 농사지은 여주산 햅찹쌀만을 고집해 술을 빚고 있다.

그 덕분에 술에도 여주 찹쌀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배어 있다. 밥을 지어 맛있는 쌀이 술로 빚어도 맛있다는 술아원 강진희 대표의 지론에 따라 술아원은 다른 지역에 비해 쌀값이 비싸도 오롯이 여주산 찹쌀만 고집하고 있다.
△술아원의 연구실장 임승규 씨.
△술아원의 연구실장 임승규 씨.
술아원의 연구실장이자 강 대표의 아들 임승규 씨에 따르면 술아원은 실제로 좋은 술맛을 내기 위해 이곳 여주에 터를 잡았다. 또한 임 실장은 어머니 강 대표의 뜻을 잇기 위해 4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술아원에 들어왔다.

그는 술아원의 처음을 되새기며 말을 이었다. “10여 년 전 전업주부였던 어머니가 가양주를 배우면서 전통주의 세계에 입문하셨어요. 술을 빚는 일이 체력을 요하는 일이라 어머니가 무척이나 고생했죠. 저도 학업과 병행하면서 이곳에 일손을 보탰어요. 술아원에서 전통주를 잇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술과 누룩 냄새가 지금의 저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술아원의 자랑 ‘과하주’

술아원의 이름을 달고 처음 세상에 나온 술은 막걸리가 아닌 ‘과하주’였다. 과하주(過夏酒)는 1670년 한글 최초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달고도 독한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고 소개된 조선 명주다. 냉장 시설이 없던 그 옛날, 발효 과정에 증류수를 더해 도수를 높여 술의 변패(변질돼 썩음)를 막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유럽에도 이와 비슷하게 발효 중 블렌디를 첨가해 만든 술이 있어요. 포르투갈에서는 포트 와인, 스페인에서는 셰리 와인이라고 하죠. 일반 와인보다 더 가치 있는 술이라고 평가돼요. 그런데 우리는 그보다 100년이나 앞서 이 과하주를 만들었던 거죠.” 임 실장은 술을 빚고 배우며 마주한 전통주의 역사가 자신에게 큰 동력이 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술아원은 천혜의 물과 쌀로 술을 빚어 다섯 가지 과하주와 소주, 약주, 막걸리 등 다채로운 전통주를 선보이고 있다.
△술아원은 천혜의 물과 쌀로 술을 빚어 다섯 가지 과하주와 소주, 약주, 막걸리 등 다채로운 전통주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하나 빚어 만든 ‘술아 막걸리’

술아원의 또 다른 라인 ‘술아 막걸리’는 무려 4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제품이다. 그 어떤 첨가물 없이 여주 햅찹쌀과 국산 밀누룩 그리고 정제수만을 이용해 만들었다. 더구나 누룩도 이곳에서 직접 만들어 시중 막걸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양을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 만들고 있어요. 빚고 나면 손끝이 저릴 정도예요. 이 때문에 시중의 다른 막걸리보다 점도가 있고 알코올 도수도 8도로 높은 편에 속해요. 그 대신 맛은 정말 좋아요. 우리 막걸리는 입에 머금으면 과실향과 감칠맛이 올라오고 뒤에는 깔끔한 청량감만 맴돌아요.” 그는 술 빚는 과정이 고되다고 말하면서도 연신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술아원의 미래를 물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주 문화를 알리고 싶어요. 와인이 지금 젊은 세대에게 다가간 것 만큼 우리 전통주 문화도 부흥시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진실되게 술을 빚고 있어요. 늘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죠. 또한 ‘술아원’만 잘되고 싶다는 욕심 대신 전국 모든 전통 양조장과 함께 나아가고 싶어요. 그래야만 전통주가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술과 나(我)를 한데 부른다’는 술아원의 의미처럼 임 실장의 꿈은 전통주와 함께 깊고 진하게 익고 있다.

손유미 객원기자 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