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추고 품질은 높인 야심작 갤럭시 Z 폴드3·갤럭시 Z 플립3…폴더블 대중화 이끈다

[비즈니스 포커스]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펼칠 준비를 하라(Get ready to unfold).’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접는 스마트폰)으로 올 하반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전작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지난 2년간의 부진을 딛고 폴더블폰 대중화에 힘을 쓸 계획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폴더블폰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 애플은 오는 9월 아이폰 차기작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출하량 기준)에 오르며 삼성전자(1위)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폴더블폰이 삼성전자의 돌파구가 될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폴드3/플립3 출격 삼성전자는 8월 11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1(Samsung Galaxy Unpacked 2021 : Get ready to unfold)’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Galaxy Z Fold3, 이하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Galaxy Z Flip3, 이하 플립3)’를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크게 저렴해진 가격, 세련된 디자인, 새로운 기능들이 인상적이었다”며 “삼성전자는 올해 노트 시리즈 출시를 포기하면서까지 폴더블폰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전작 대비 다양한 측면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당길 만한 매력적 언팩 행사였다”고 호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행사 이후 ‘갤럭시 Z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폴드3와 플립3의 사전 예약을 시작한 첫날인 8월 17일 삼성전자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리며 트래픽 과부하로 먹통이 됐다.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다.
애플·샤오미와 다투는 삼성전자의 승부수 3세대 폴더블폰
가격
“전작보다 40만원 인하…대중화 원년 의지”
소비자가 첫째로 주목한 것은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시리즈의 가격을 전작 대비 크게 낮췄다. 폴드3의 가격은 199만9000원부터 시작된다. 전작 대비 40만원 인하됐다. 여전히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S펜·디지타이저, UDC, IPX8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했음에도 출고가는 낮췄다.

플립3의 가격은 125만4000원부터다. 이 역시 전작 대비 40만원 저렴하다. 이에 따라 플립3의 가격은 갤럭시 S 시리즈의 가격대(S21플러스 기준 120만원부터)와 겹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 많은 사용자가 폴더블폰의 독특한 사용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갤럭시 Z 시리즈의 가격을 전작 대비 대폭 낮췄다”고 설명했다.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부품 생산 수율이 높아져 원가 부담이 다소 낮아진 측면이 있지만 폴더블폰의 대중화를 위해 목표 영업 이익률을 낮추면서까지 가격 인하를 단행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기능이 추가됐음에도 출고가를 대폭 낮췄다는 점에서 올해를 폴더블 폼팩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은 삼성전자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선택이 시장에서 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 애널리스트는 “폴더블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가격이었다”며 “다행히 이번 시리즈의 가격은 합리적으로 보여 삼성전자 플래그십에 대한 위기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샤오미와 다투는 삼성전자의 승부수 3세대 폴더블폰
기술
“전작 사용자의 피드백 반영해 내구성 크게 향상”
세련된 디자인과 기술 역시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노트 시리즈의 ‘S펜’ 경험을 폴더블폰 최초로 폴드3에 적용했다. 플립3는 전작 대비 4배 커진 커버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스마트폰을 열지 않아도 최대 8줄까지 알림이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위젯을 활용해 일정이나 날씨, 걸음 수를 확인하고 스마트폰 색상과 어울리는 배경 화면도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 타깃 층으로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색상을 적용한 점도 돋보인다.

다만 문제는 접히는 부분에 있다. 전작은 내구성이 약점으로 꼽혔다. 영하의 온도에 취약하고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프레임이 뜨거나 접히는 액정 부분이 자주 깨진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폴더블폰은 뽑기 운이다’란 오명이 따라붙을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3세대에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자신했다. 회사 측은 역대 가장 튼튼한 스마트폰 알루미늄 소재인 ‘아머 알루미늄’과 ‘코닝 고릴라 글래스 빅투스’ 강화 유리를 사용해 긁힘이나 낙하로부터 폴더블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디스플레이 패널 구조를 최적화하고 연신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ET) 소재의 새로운 보호 필름을 적용해 메인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을 전작 대비 약 80% 향상시키는 동시에 터치감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세대 시리즈는 독일 인증 기관인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에서 20만 번의 폴딩 테스트 검증을 받았다. 방수 기능도 개선했다. 폴더블 스마트폰 최초로 IPX8 등급을 지원, 사용자가 실수로 제품에 물을 엎질러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부사장(무선사업부 전략제품개발1팀장)은 “방수와 내구성 향상은 새로운 폴더블폰의 개선을 위해 힘쓴 핵심 기능”이라며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거나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할 때 등 모든 상황에서 편하게 휴대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곧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3세대 시리즈는 8월 27일 한국·미국·유럽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애플·샤오미와 다투는 삼성전자의 승부수 3세대 폴더블폰
경쟁
“삼성 폴더블폰 대중화 선도…2023년 애플 가세 전망”
마지막 남은 폴더블폰 성공의 조건은 경쟁사, 즉 애플의 데뷔다.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폴더블폰 시장의 판을 키우고 이는 시장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애플은 현재 폴더블폰을 출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애플 폴더블폰의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이미 애플의 특허 현황에서 세로형으로 접히는 폴더블 디바이스 관련 특허가 확인됐다. 더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마트폰 화면에 흠집이 생겨도 스스로 복구하는 자가 치유 기능을 갖춘 폴더블 기기 특허가 지난해 등록됐다. 열·빛·전류를 사용해 디스플레이 위의 보호층을 수리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신작 출시로 폴더블폰의 대중화가 일러질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애플의 진입이 시장을 더 키울 것이란 의견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이번 3세대 폴더블폰 시리즈를 통해 폴더블폰 시장의 문을 활짝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정한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올해 840만 대에서 2022년 1550만 대, 애플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3400만 대다.
애플·샤오미와 다투는 삼성전자의 승부수 3세대 폴더블폰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