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 등 지분 매각에 우호적 환경 조성돼
M&A 작업·신사업 구축 속도 내야

[스페셜 리포트]

우리금융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숙원 사업인 ‘완전 민영화’는 20년째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금융에 투입된 정부의 공적 자금 회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는다. 남은 시간은 ‘1년 반’.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 매각 작업이 앞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시동 속 남은 과제는
우리금융 주가는 우리금융이 은행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2019년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9년 2월 1만6000원을 찍었던 주가는 약 1년 만에 6320원까지 폭락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태가 한꺼번에 겹친 데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금융사를 상대로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배당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지속해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하지만 올 초 경기 회복 기대감과 실적 반등으로 주가가 회복세로 전환돼 현재 1만1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상황이 반전되자 정부는 지난해 올스톱됐던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민영화 로드맵(2022년까지 지분 매각) 작업을 다시 가동했다. 우리금융 최대 주주이자 준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지난 4월 우리금융 지분 2%를 시간 외 블록세일(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공적 자금 약 1500억원을 추가 회수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6월 예보를 통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의 잔여 지분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최대 10%씩 분산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가 급락과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1년 동안 로드맵이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금융도 완전 민영화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8개월 만에 다시 회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완전 민영화를 위한 ‘주가 부양’ 취지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손 회장은 그간 회사 주식 매입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은행장 재직 시절 5000주씩 3차례 주식을 매입했고 우리금융이 은행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2019년 이후 주식 매입에 속도를 냈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5000주씩 5차례 주식을 매입했다. 올해 8월 5000주까지 총 14번을 사들였다. 총 매입 금액은 약 8억6400만원이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손 회장의 지난 한 해 보수(11억원) 대부분을 주식 매입에 쏟아부은 셈이다.

직원들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금융 임직원은 매월 월급의 일부를 주식 매입에 쓴다. 회사도 직원들에게 매월 15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지급해 주식 매입을 독려한다. 우리사주조합은 2019년 6%대였지만 3년 만에 8%대로 증가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예보와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다.
‘주가 부양’ 왜 중요하나
손 회장과 임직원들이 주가 부양에 똘똘 뭉치는 이유는 뭘까.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에 왜 ‘가격(주가)’이 중요할까.

공적 자금 원금 회수 기준에 주가가 절대적 지표는 아니지만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예보가 우리금융 지분을 모두 털어내기 위해선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도 그만큼 받쳐 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주가가 하락했을 때 매각하면 공적 자금을 덜 회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만큼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로선 헐값에 매각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주가가 하락하면 보유 지분 매각이 다시 연기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적정 가격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2~3회에 나눠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적정 주가의 80~90% 수준에서 일부 매각을 진행하면 ‘완전 민영화’라는 재료로 주가 상승의 모멘텀(원동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후 적정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우리금융을 적정 주가에 맞추기 위해선 앞으로 주가를 약 1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예보가 우리금융지주로부터 받는 배당 수익이 공적 자금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감내할 수 있는 주가 마지노선은 1만2000원 초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시동 속 남은 과제는
일단 증권가에선 향후 우리금융의 주가가 현재보다 35~50% 정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1만7000원, 교보증권과 IBK투자증권‧유안타증권은 1만6000원 이상, 하나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은 1만5000원 이상을 목표 주가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예고에 따라 시장 금리가 상승하며 순이자 마진(NIM)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이자 이익이 전체 영업 수익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반기 개선된 실적과 중간 배당 등을 통한 주가 부양도 향후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14.9% 증가한 1조419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1조3073억원)을 반년 만에 돌파한 것이다.

증권운용부를 재신설하고 대기업 여신 본부와 중소기업 여신 본부를 통합하는 등의 조직 개편이 주효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기업 대출을 통해 이자 이익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었는데,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에서도 기업 대출 증가율이 6.9%로 가장 높았다.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3조3230억원이다.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비은행 부문의 실적도 개선됐다. 상반기 비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1% 증가한 7213억원이다.

올 8월엔 우리금융캐피탈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우리은행·우리카드·우리종금 등 자회사들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금융그룹 지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2%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시동 속 남은 과제는
또 다른 숙제는
완전 민영화 작업 재개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하반기 활발한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손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그룹 성장 동력으로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적극적인 M&A를 예고했다.

우선 투자 여력만 놓고 보면 충분하다. 우리금융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100% 수준으로, 금융지주사 평균(120%) 보다 낮다.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출자 금액을 금융지주사의 자기 자본으로 나눈 수치인데, 이 지표가 낮을수록 자회사의 투자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만족할 만한 대형 매물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렇다 보니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9년 우리종금과 M&A설이 제기됐던 유안타증권이 잠재적 매물로 떠올라 지난 4월 주가(유안타증권)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유안타증권과 같은 중소형 매물을 최소 두 곳 이상 인수해야 타사와 견줄 수 있다는 평이다.

또 우리금융은 DLF 사태 관련 중징계 조치로 감독 당국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는데 M&A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감독 당국과 갈등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DT),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일단 손 회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으며 디지털 혁신에 힘주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손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위원회 산하 ‘디지털혁신총괄장’ 임무를 수행 중이다. 다만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미래형 점포를 오픈하는 등 DT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어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

마이데이터는 올해 초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재무 설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수집한 여러 기관의 개인 정보를 빅데이터 형태로 분석해 개인별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만큼 금융 계열사들이 서로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주요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는 4~5 계열사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참여 계열사 수로는 타사에 비해 밀리는 셈이다.

델타 변이로 촉발한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완전 민영화의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금리 인상이 지연돼 은행주의 약세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9월 말 종료를 앞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재연장되면 은행 관련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어쨌든 정부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로드맵을 이행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존 과점 주주나 신규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회 10% 내에서 지분을 분산 매각하기로 했다”며 “매각이 안 된 잔여 물량은 5% 내에서 블록세일로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예보가 10% 매각 추진할 때 희망 경쟁 입찰로 7%가 매각되면 나머지 3%는 블록세일로 매각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이르면 9월쯤 추가 지분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 4월 매각(2%) 후 예보의 잔여 지분에 적용됐던 보호 예수(주식 의무 보유)가 지난 7월 풀린 점과 여름휴가철(7~8월) 이후 국내외 투자은행(IB)의 활동이 시작된다는 점이 9월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이에 대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돋보기
우리금융 민영화, 20년째 진행 중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금융그룹은 현재 ‘절반의 민영화’에 성공한 상태다.

앞서 정부는 외환 위기 이후 구조 조정 과정에서 한빛‧평화은행(현 우리은행), 하나로종금(현 우리종금) 등을 모두 합쳐 우리금융지주를 만들었다. 2001년 우리금융에 약 12조8000억원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 주식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100% 전량 보유했다.

금융 위기가 수그러든 2010년 정부는 본격적인 공적 자금 회수에 공을 들이며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2010년 첫 매각 공고 이후 2012년(2차), 2013년(3차)까지 잇달아 민영화에 실패하자 정부는 4차(2014년) 때 일부 계열사를 분리해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 지주사가 해체됐다.

이후 정부는 2016년 IMM 프라이빗에쿼티(PE), 한화생명 등 7개사를 과점 주주로 선정하고 예보가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약 50% 중 약 30%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민간 지분이 정부 지분보다 많아졌기 때문에 당시 우리은행은 형식상 민영화를 달성했다. 다만 단일 최대 주주가 여전히 예보, 즉 정부였다. 이 때문에 ‘절반 민영화’에 그쳤다고 말하는 것이다.

과점 주주 선정 후 3년이 흘렀지만 공적 자금 완전 회수는 요원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정부 지분을 전량 처분하는 완전 민영화 로드맵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약 11조4000억원을 회수했다. 올해 6월 기준 예보의 지분은 15.25%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2017년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우리은행 제공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2017년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우리은행 제공
2019년 1월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지주 출범식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 여섯 번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 내빈들이 우리금융지주 현판 점등식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 체제였던 2014년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을 매각하며 해체됐다. 은행 체제로 바꾼 지 4년여 만에 재출범하게 됐다./사진=한국경제 신문
2019년 1월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지주 출범식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 여섯 번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 내빈들이 우리금융지주 현판 점등식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 체제였던 2014년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을 매각하며 해체됐다. 은행 체제로 바꾼 지 4년여 만에 재출범하게 됐다./사진=한국경제 신문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