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에 약물 결합해 부작용 줄이고 항암 효과 극대화
2025년 20조원 시장 전망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실험 중인 셀트리온 연구원. /셀트리온 제공
(사진) 실험 중인 셀트리온 연구원. /셀트리온 제공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체·약물 접합체(ADC : Antibody-Drug Conjugate)’를 적용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DC’는 최근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항체의 표적화 능력과 약물의 세포 독성을 이용한 기술로, 항체와 결합한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최소의 약물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개발 속도는 알테오젠이 가장 앞서

ADC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은 희귀 의약품 등록 또는 혁신 신약·패스트 트랙에 지정돼 기존 의약품에 비해 개발이 빠른 것도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현재 50억 달러(약 5조5830억원)에서 2025년 180억 달러(약 20조988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ADC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국 기업 중 ADC 항암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유방암 치료용 ADC 파이프라인 ‘ALT-P7’의 한국 임상 1상을 최근 완료했다. ALT-P7은 인간상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 항암제다.

알테오젠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중 표준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또는 재발성 환자를 대상으로 ALT-P7을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평가했다.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용량에 대한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임상 2상을 검토하고 있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ALT-P7은 동물 대상 전임상에서 로슈의 캐싸일라 대비 위암 억제율이 15배 이상 높았던 만큼 임상 2상 진행 시 높은 효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임상 2상에서 1조~2조원 수준의 계약금을 수령할 수 있는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최근 자체 ADC 플랫폼 ‘넥스맵’을 활용해 추가 ADC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난소암 치료용 ADC 파이프라인 ’ALT-Q5‘의 항체를 개량하는 기술을 개발해 한국 특허 등록을 마쳤다.
‘암세포 정밀 타격’ ADC 신약 개발 경쟁
셀트리온은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이하 익수다)’에 지분 투자하며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상태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미래에셋금융그룹과 함께 총 4700만 달러(약 530억원)를 투자해 익수다의 최대 주주가 됐다.

셀트리온은 2017년 미래에셋금융그룹과 15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투자조합1호’를 조성했다. 그 첫 투자 대상으로 익수다를 택했다. 기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등을 넘어 항체를 기반으로 자체 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익수다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셀트리온의 설명이다.

익수다는 자체 ADC ‘링커 페이로드’ 플랫폼을 비롯해 혈액암 치료용 후보 물질 등 4개의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익수다의 ADC를 기존 제품 등에 적용하는 한편 자체 ADC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렉키로나와의 시너지를 내는 동시에 차세대 항암 신약으로 파이프라인을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치료 영역 확대와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스위스 기업과 협력

한미약품은 ADC 신약 개발을 위해 레코켐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와 손을 잡았다. 한미약품과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7월 북경한미약품의 이중 항체 플랫폼 ‘펜탐바디’를 적용한 차세대 ADC 공동 연구·개발(R&D)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권세창(왼쪽 둘째) 한미약품 사장과 김용주(오른쪽 셋째)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등이 공동 연구·개발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사진) 권세창(왼쪽 둘째) 한미약품 사장과 김용주(오른쪽 셋째)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등이 공동 연구·개발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펜탐바디는 한미약품의 중국 법인 북경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이다.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이중 항체 플랫폼 기술로 꼽힌다. 면역 항암 치료와 표적 항암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의 이중 항체 파이프라인에 레고켐바이오의 ADC ‘링커·톡신’ 플랫폼을 적용한 차세대 이중 항체 ADC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글로벌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두 회사는 내년 전임상 진입을 목표로 파이프라인 공동 개발에 돌입했다. 한미약품은 협약에 따라 개발 중 단독으로 글로벌 사업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술 이전 옵션도 보유한 상태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ADC와 이중 항체 분야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지닌 두 회사가 만나 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서게 됐다”며 “한미약품과 북경한미약품은 공동 R&D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후보 물질의 성공적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파이프라인 추가 확보와 자체 임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16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 증자를 결정했다. 매년 2~3개의 ADC 파이프라인을 신규 개발하고 그중 1개 이상을 초기 임상 단계까지 진입시켜 글로벌 기업에 기술 수출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미국 보스턴에 현지 법인을 세워 독자 임상도 진행한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보유 중인 ADC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한 1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차례로 기술 수출했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수석부사장(CFO)은 “유상 증자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독자 임상 파이프라인을 구축함과 동시에 기존 항체 보유 회사와의 수익 배분 모델 중심에서 벗어나 초기 기술 도입 모델로 전환시키는 등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임상 개발을 담당할 미국 자회사 설립이 마무리 단계여서 내년부터 자체 임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 개발과 기술 수출의 투 트랙 전략을 이어 가는 만큼 올 하반기 2~3개 파이프라인의 라이선스 아웃은 물론 내년에도 다수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면역 항암제 기업 지놈앤컴퍼니는 스위스 디바이오팜과 협력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개발 중인 항체 신규 타깃 파이프라인과 디바이오팜이 보유한 플랫폼 ‘멀티링크’의 병용 임상을 통해 ADC 파이프라인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