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섬 막는 차열 페인트 시장 공략 나서...‘인체 무해’ 넘어 탄소 중립 제품 개발

[비즈니스 포커스]
부산시 구서역 도로에 노루페인트의 에너지세이버 쿨로드가 시공된 모습.
부산시 구서역 도로에 노루페인트의 에너지세이버 쿨로드가 시공된 모습.
현재 서울 성동구와 송파구는 구내 일부 도심 지역에서 열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도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열섬 현상은 도심지의 온도가 교외 지역보다 2~5도 정도 높은 것을 의미한다.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 대기의 순환을 막는 건물, 태양열을 흡수하는 거리 위 아스팔트 등이 열섬 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열섬 현상은 인근 건물의 에어컨 가동률을 더 끌어올려 환경 오염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돼 왔다. 하지만 마땅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문제였다.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 차량 통행을 아예 금지하거나 건물을 철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가 꺼내든 방법은 도로 위에 열을 반사하는 기능을 가진 ‘차열 페인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노루페인트가 자체 개발한 ‘에너지 세이버 쿨로드’라는 제품을 활용해 열섬 현상 해소에 나섰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에 맞춰 노루페인트가 신성장 동력으로 친환경 페인트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세우고 역량을 집중해 이목이 쏠린다. 거세게 불고 있는 ESG 경영 흐름에 맞춰 건설·자동차·철강 등 여러 산업의 중간재 역할을 하는 페인트 시장에서도 향후 친환경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배경이다. 성큼 다가온 친환경 페인트 시대특히 지자체를 중심으로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차열 페인트’는 노루페인트가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친환경 페인트 시장 중 하나다. 노루페인트는 2010년 업계 최초로 차열 페인트 제품들을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출시 당시엔 시장에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아 제품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페인트 시장에도 친환경 니즈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성동구와 송파구처럼 지자체들이 열섬 현상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도로 위 차열 페인트에 주목하고 나서면서 노루페인트가 10년 전 선보인 제품 판매량 역시 덩달아 뛰고 있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가 높아지고 기후 변화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도로용 차열 페인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노루페인트가 자체 개발한 도로용 차열 페인트는 아스팔트 온도를 감소시켜 열섬 현상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환경 개선 효과를 거두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여름철 한낮 도시의 기온이 섭씨 영상 30도 이상이 면 아스팔트 도로 표면의 온도는 최고 섭씨 영상 80도에 달한다.

이 제품을 도로에 활용하면 신규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와 비교해 표면 온도를 10도 이상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시공 후 건조 시간이 1시간 이내에 불과해 차량 통제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내구성과 부착성 또한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이런 입소문이 나며 최근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많은 지자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는 대안으로 차열 페인트가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향후 기술력을 한층 보완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여 차열 페인트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친환경 방오 도료 시장도 넘봐

선박용 친환경 ‘방오 도료’ 시장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 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면서 선박 온실가스 저감 규제 또한 크게 강화되고 있다.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선박용 방오 도료는 수면 아래 잠기는 선박 표면에 따개비·굴·해초류 등 수중 동식물들이 부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런데 일부 방오 도료는 수중에서 코팅 도막이 서서히 녹아 방출되면서 해양 오염 등 나쁜 영향을 미친다.

노루페인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필름형 방오 도료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7년 정부 과제를 수주하며 처음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는데 지난해 이와 관련한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노루페인트가 선보일 필름형 방오 도료는 코팅이 녹지 않는 것 외에도 기존의 방오 도료에 비해 선박의 마찰 저항을 4%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

계획대로 개발이 완료되면 선박의 연비 향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까지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28억원 정도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고 대형 컨테이너선 1척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1300톤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용차로 따지면 2800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은 규모다.
노루페인트 연구소 연구원이 방오 필름을 연구하고 있다.
노루페인트 연구소 연구원이 방오 필름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해 약 7300억원으로 추산되는 한국의 방오 도료 시장에 친환경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가정용·건축용 페인트 시장에서도 보다 친환경 제품들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노루페인트는 최근 ‘바이오매스’ 기반의 바이오 도료인 건축용 페인트 2종(팬톤 우드&메탈, 에코 바이오 우레탄 라이닝)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친환경 인증인 미국 연방 농무부의 ‘바이오 소재 기반 인증(USDA)’을 한국 페인트 제품 중 최초로 획득했다.

USDA는 미국에 판매되는 공산품에 석유 화학 원료 대신 천연 원료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서류 심사와 제품 시험을 통해 적합성을 미국 정부가 보증한다.

USDA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이 바이오 소재로 만들어져야 하고 해당 제품군 기준치 이상의 바이오 탄소 함량을 포함해야 한다. 이번에 USDA 인증을 취득한 ‘팬톤 우드&메탈’과 ‘에코 바이오 우레탄 라이닝’은 각각 바이오 탄소 함량 기준보다 높은 43%, 48%로 제품 인증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팬톤 우드&메탈은 아파트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어린이 놀이 시설의 철재·목재 부분 도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 농무부의 ‘USDA’ 인증을 받은 건축용 페인트 2종 제품.
미국 농무부의 ‘USDA’ 인증을 받은 건축용 페인트 2종 제품.
노루페인트는 계속해서 친환경 트렌드에 맞춘 페인트 제품들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자동차 내장재, 가구 및 가전, 모바일 도료에 바이오매스 원료를 적용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친환경 도료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까지 출시를 마치고 USDA 인증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기존 친환경 페인트 제품이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제품’ 정도를 의미했다면 현재 노루페인트가 개발하는 제품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탄소 저감,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