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바라보며 낚시도 즐기고 곶감도 만들고
한국여성수련원, 코로나 블루 극복 위한 색다른 여행 프로그램 ‘우리 가족 셀프 힐링 투어’ 선봬

[트렌드]
동해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여성수련원 전경
동해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한국여성수련원 전경
1년 넘게 계속되는 재택근무와 강화된 거리 두기로 코로나 블루를 토로하던 회사원 김광회(43) 씨는 지난 주말 강원도 강릉에 있는 한국여성수련원의 ‘우리 가족 셀프 힐링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김 씨는 오랜만에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자연 속에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란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올여름 들어 2000명대까지 늘어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보며 도저히 여름휴가를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해 두문불출했던 터라 근 1년 반 넘는 기간 동안 세 식구가 집에만 콕 틀어박혀 지내온 셈이니 모처럼의 가족 여행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레드? 국민 중 절반 심리 상담 필요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이 힘든 것은 비단 김 씨만의 일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신 건강에 대한 정보, 심리 상담 등 정신 건강 서비스 수요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정신 건강 정보 서비스 수요가 전년 3월 48.9%에서 올해 3월 58.1%로 증가했고 일반 심리 상담을 받은 사람들 역시 전년 12월 말 41.4%였던 것이 올해 6월 말 50.7%까지 늘었다. 국민 중 절반이 심리 상담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생기는 우울증을 일컫는 신조어 ‘코로나 블루’를 넘어 이제는 ‘코로나 레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우울감이 쌓여 불안·공포·분노 등의 감정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사태가 빨리 끝나지 않자 정부와 각 지자체는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을 덜기 위한 극복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찾아가는 심리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고 5개 국립병원은 지난 6월부터 권역별로 트라우마센터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19 극복 여행 프로그램인 한국여성수련원의 ‘우리 가족 셀프 힐링 투어’ 역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색다른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힐링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솔숲 해먹 체험
힐링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솔숲 해먹 체험
한적한 자연 속에서 힐링 여행으로 재충전

한국여성수련원(원장 고창영)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활동으로 지친 각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참가자들의 호응도가 높아 참가 대상을 일반인들로까지 확대했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 자리한 한국여성수련원은 여성과 가족을 위한 전문 교육·연수 기관으로, 여성의 능력 개발과 사회 참여 확대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 강원도가 출연해 2009년 개원한 공공 기관이다. 대강당·다목적실·강의실 등을 갖추고 있고 숙박도 한실과 양실 등을 포함해 최대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9월 중 양성평등 주간을 맞아 관련 기관과 함께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도 했고 지난 5월에는 수련원 방문객을 대상으로 물품을 기부 받아 지역 소외 이웃을 돕는 나눔 캠페인 ‘오월애(愛)’를 진행해 수익금으로 지역 내 미혼모 가족을 위한 생필품 꾸러미 지원 사업 등도 펼쳤다.

바다를 바라보고 솔숲으로 둘러싸인 수련원의 탁월한 환경을 더 많은 이들이 누리도록 상설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여가 프로그램도 그동안 다수 진행했다. ‘우리 가족 셀프 힐링 투어’는 가족 건강 목적과 함께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지친 국민들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수련원 이홍표 팀장은 “팬데믹이라는 비정상적인 일상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치유 및 마음 건강 충전 계기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추석 연휴 이후 10월 대체 휴무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참가를 신청하면 수련원 체크인 시 1인당 4만원 상당의 쿠폰북을 제공받아 쿠폰으로 주변 연계 식당을 이용하거나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솔숲 해먹 치유, 갯바위 바다낚시, 곶감 만들기, 코티지치즈 만들기, 커피드립 체험, 두타산 무릉계곡으로 떠나는 가족 가을 소풍, 서핑보드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금진바다 서핑보드 등 총 7개로 가족 단위 3개까지 신청할 수 있고 프로그램 이용료는 각 5000원에서 4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호텔 수준의 깔끔하고 쾌적한 수련원 객실
호텔 수준의 깔끔하고 쾌적한 수련원 객실
한국여성수련원 ‘우리 가족 셀프 힐링 투어’

10월 대체 휴무일을 활용하거나 주말을 포함해 2박 3일 일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총 7개 프로그램 중 3개 이내로 신청할 수 있고 체크인 시 지급받은 쿠폰북으로 주변 연계 식당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일정 : 2박 3일 일정, 총 4회 차에 걸쳐 모집 중
참가 대상 : 성인 백신 1차 접종(14일 경과) 이상, 유아를 포함해 4인까지만 신청 가능
프로그램 : 가족 단위로 프로그램 3개 이내 선택 가능
구분1차2차3차4차
기 간10.2~4
(토~월 : 대체 휴무)
10.9~11
(토~월 : 대체 휴무)
10.15~17
(금~일)
10.22~24
(금~일)
객 실차수별 36~50실(방역 단계에 따라 조정)
인 원차수별 108~150명(방역 단계에 따라 조정)
참가비1인당 16만원(솔숲객실), 17만원(바다객실)
※3인 기본 요금 적용, 만 3~18세 50%, 만 3세 미만 무료(행사 시작일 기준)
한국여성수련원 고창영 원장
한국여성수련원 고창영 원장
인터뷰-고창영 한국여성수련원 원장

“가족 건강을 위한 다양한 기획 행사와 교육 마련”


고창영 한국여성수련원 원장은 시인이자 문화·예술 분야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 온 여류 인사다. 2003년 원주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소장을 지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기부금심사위원, (사)강원도문화도민운동협의회 사무총장, (재)강원문화재단 이사, 강원도의회 의정자문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여성수련원 원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강원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 등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수련원을 맡으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2020년 10월 부임했는데 지금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돼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대신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반영한 비대면 교육 연수 시행, 여성과 가족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쉼터 조성과 대국민·공무원 코로나19 증후군 치유 프로그램 제공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며 수련원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 셀프 힐링 투어’를 기획한 동기와 취지는 무엇인지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삶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방역 행정과 백신 접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증후군 치유를 위해 공공 기관으로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마련했어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가족 단위로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드문 환경이라 그런 기회가 절실하죠. 특히 솔숲 해먹 치유, 갯바위 바다낚시, 곶감 만들기, 가족 가을 소풍 등 총 7가지 가족 단위 셀프 체험 프로그램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될 겁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어려움도 많았을 듯합니다.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수행해 누적된 스트레스와 심각한 피로로 인해 우울증·무기력·불안감을 겪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심신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각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어요. 특히 6월부터 진행 중인 영월군 공무원들을 위한 ‘영월군 2021 마음 충전 힐링 캠프(2박 3일 과정)’를 진행하는 동안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공직자들이 다시 더 힘차게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다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지 않을 수 없었죠. 또한 올해로 8년째 진행하고 있는 젠더 폭력 시설 종사자들을 위한 힐링 연수인 ‘나눔을 위한 채움’ 프로그램은 매년 더 많은 종사자들이 신청하고 싶어하지만 아쉽게도 예산 규모상 모두 모실 수 없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KSD나눔재단같은 귀한 뜻을 함께해 줄 뜻있는 재단들이 늘어나기를 기다립니다.”

-그동안 원장님은 강원도 문화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매번 귀한 소임을 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져 감사할 따름이에요. 지역에서 ‘가정폭력상담소’ 소장을 맡아 관련 교육 활동을 하기도 했고 박경리 문학공원 초대 소장을 맡으며 연간 10만 명이 넘게 찾는 최고의 문학관으로 자리 잡는 데 온 힘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행정의 달인’이라는 칭호도 주어졌고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연변조선문독서사와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에서 ‘고마운 한국 지성인상’을 줬는데 조선족 어린이들을 위해 수년 동안 1만 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보내는 등 다양한 문화 교류를 통해서였습니다. 몇 해 전 원주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에 선정됐는데 군사 도시라고 불리던 원주가 문학을 통해 변화를 가져오는 도시로 나아가는 데 십수 년 전 시민들과 함께 꽃씨를 뿌렸던 일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책임을 맡아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큰일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릅니다. 마치 바다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과 이야기로 바다를 들은 사람과 다르듯이 말이죠. 감자바위 산골처럼 여겨졌던 강원도민들은 당당히 세계 속의 중심에서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는 올림픽, ‘너무 흠잡을 게 없는 게 흠’이라는 최고의 격찬을 받는 세계의 잔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강원도민들의 가슴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저력으로 마침내 성공을 이루는 에너지를 갖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도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돈과 권력과 사람이 수도권 중심으로만 집중화 돼 왔던 것은 결국 지역이 온갖 수혜에서 배제되며 심각한 기형적인 모습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역 소멸은 철저한 지역 주민의 소외감 이상의 것으로 정치적인 것이나 정권 바뀜과 상관없이 지역의 균형 축을 구축하고 지속해 가는 데 우선적으로 관심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수련원도 지자체 간 협력 사업으로 지역 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지역의 문화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 중 최우선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 관심을 둬야 해요.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고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국민의 창조적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보편적인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는 다양한 정책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울 때일수록 빵만큼이나 문화가 중요한 것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수련원의 발전 방향과 비전은 무엇인지요.

“한국 유일의 여성, 가족 관련 전문 교육·연수 기관으로 기관별 맞춤형 교육, 여성 인재 육성 등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교육과 함께 강원도의 사회·문화·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힐링 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공공 공간의 문턱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성장과 능력 개발, 나아가 여성과 가족이 행복한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 사업을 추진해 시대적·지역적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새롭게 도전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이선정 한경무크 기자 sjl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