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청년 겨냥, 토지임대부 등 공공 주도 수십만 채 공급 앞다퉈 공약…“또 다른 포퓰리즘”

[홍영식의 정치판]
(사진)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9월 7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9월 7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부동산 공약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부동산 정책이라고 보고 규제 완화와 공급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규제 완화에 대해선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보다 규제 강화를 통한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도 풀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공급 확대 방안도 내놓고 있다. 크게 투 트랙 전략이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차원의 공급 활성화를 꾀하는 것과 동시에 서민과 청년층을 겨냥한 공공 주도 주택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 주도의 원가 주택, 반값 아파트, ‘반의 반값’ 아파트 등 서민과 청년층을 겨냥한 공급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 주택’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들도 비슷한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시장주의자가 맞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가·반값·반의 반값 아파트 공약은 대부분 토지임대부 방식이다. 토지는 정부가 보유하고 민간에는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다. 집이 거주 개념과 함께 소유 개념이 강한 풍토에서 토지임대부가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이 크다.

“수도권 130만 가구 등 5년간 전국 총 250만 가구 공급”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규모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이 집을 사기도, 보유하기도, 팔기도, 전셋집을 얻기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주택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모든 국민의 주거 수준 향상 실현’에 두고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5년간 수도권 130만 가구 등 전국에 총 250만 가구 이상 새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임기 내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가구 등에 건설 원가로 총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10만 가구는 대도시 역세권의 용적률 규제를 대폭 풀어줘(300%에서 500%) 늘어난 용적률의 50%를 공공 기부채납 받아 공급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또 다른 10만 가구는 국공유지를 개발해 원가로 분양한다.

30만 가구의 ‘청년 원가 주택’은 무주택 청년 가구가 건설 원가의 20%로 주택을 분양받은 뒤 나머지 80%는 30년 동안 낮은 이자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게 했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팔 수 있게도 했다. 매각할 때는 애초 구매 원가와 차익의 70%를 더한 금액을 가져갈 수 있게 해 일정 정도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20·30대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서 자녀가 여럿인 40·50대 무주택자에게로 범위를 넓혀 가기로 했다.

신혼부부·청년층 등에 대해 LTV 80%로 상향, 저리 융자 등 금융 지원도 약속했다. 양도소득세 세율 인하와 공시 가격 현실화 속도 조정을 통한 보유세 급등 차단, 장기 보유 고령층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 경감 대책도 내놓았다. 1가구 1주택자 세율 인하를 비롯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도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임대 기간을 종전 2년으로 돌리고 전셋값을 올리지 않는 이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적자가 이미 100조원이 넘는 마당에 결국 정부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당내에서 견제성 발언이 나온다. 대선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좌파보다 더한 헛된 공약”이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허황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도심에서 시세의 4분의 1 값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방식은 도심 공영 개발이다. 토지는 정부가 보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형태의 토지임대부 방식이다.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역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기부채납 받는 형식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홍 의원은 12년 전 이미 이런 내용의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 공급 특별법안’을 발의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여야 합의로 폐기된 바 있는데, 이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공급 방식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2012년 서울 강남구 자곡동 등에서 성공적으로 분양된 바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반발하면서 박근혜 정부인 2015년 말 폐지됐다. 홍 의원은 “싱가포르는 독립 초기부터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토지임대부 주택 정책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재건축할 때 기부채납 받은 토지에만 적용하고 공영 개발로 재개발할 때는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주자 반값 주택 경쟁, 현실성 있나
“토지임대부 분양, 3.3㎡당 1000만원대 이하도 가능”

모든 아파트를 이런 방식으로 공급하자는 것은 아니다. 홍 의원은 “완전 분양 아파트와 토지임대부 분양 아파트로 이원화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토지임대부 분양은 3.3㎡(1평)당 1000만원대 이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심을 초고층·고밀도로 개발해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공급, 직장과 주거가 근접할 수 있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교통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임기 중 200만 가구 공급을 공약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의 ‘반값 주택’도 내세웠다. 국공유지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한 뒤 기부채납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희망사다리 주택 공약’을 제시했다. 수도권 재개발·재건축으로 민간 주택 100만 가구와 공공 임대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서울 용적률을 400%까지 완화하고 무주택자에겐 LTV 규제를 80% 이상까지 허용하며 생애 최초 및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완화 폭을 더 확대하겠다는 게 유 전 의원의 구상이다. 임대차보호3법 폐지와 취득세·양도소득세 인하 등도 제시했다.

유 전 의원은 △생애 최초 구매자 또는 신혼부부에 대해 개인당 2억원 한도 내에서 저리 대출해 주고 △시장 금리와의 차이는 국가가 보전해 주며 △부부의 경우 4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고 자녀 한 명당 5000만원씩을 추가해 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유 전 의원은 “새로운 부동산 정책으로 다음 정부 초반에 집값과 전·월세를 반드시 안정시키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반반 주택’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와 개인이 주택을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첫 대상은 신혼부부다. 이들이 집을 살 때 정부가 50%를 투자한다. 서울 평균 주택 가격인 9억원 이하부터 우선 적용해 연간 5만~6만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런 방식을 점차 확대해 전체 무주택자에게 적용한다는 것이 원 전 지사의 구상이다.

홍영식 대기자 및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