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품질 관리 통해 원가 경쟁력 확보…CATL 등 탄탄한 고객사 돋보여
[돈 되는 해외 주식]
분리막은 표면에 기공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 분리막은 단순히 기계적 힘으로 필름 원단을 당겨 기공을 만드는 반면 습식은 필름에 여러 첨가제를 추가해 화학적 방식으로 기공을 만든다. 습식 분리막은 제조 공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은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기공의 사이즈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고 건식에 비해 강도가 강하다.
은첩고분의 투자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쉽게 넘볼 수 없는 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분리막 시장은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2020년 기준 63%다. 양극재·음극재·전해액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4%, 56%, 52% 수준인데 비해 중국 2차전지 소재 중 산업 집중도가 가장 높다. 산업 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곧 진입 장벽이 높다는 뜻이다.
중국 분리막 시장의 산업 집중도가 높은 이유는 은첩고분 때문이다. ‘상해은첩’은 2018년 5월 ‘창신소재’와 합병하기 전에도 이미 중국 내 1위 분리막 기업이었다. 합병 이후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 갔다. 2020년 3월과 12월 시장점유율 3위, 10위 기업을 재차 인수하면서 그해 은첩고분의 시장점유율은 40%에 달하게 됐다. 특히 중국 습식 분리막 내 은첩고분의 점유율은 50.1%에 달하는데, 2020년 기준 중국 분리막 산업 내 습식 분리막의 비율이 75%이므로 습식 분리막 내 점유율 상승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중국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의 가파른 성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 50%의 기업은 산업 성장의 수혜를 자연스럽게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품질 경쟁에서의 우위는 물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은첩고분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투자 포인트는 기술력과 원가 관리에서 돋보이는 경쟁력이다. 분리막은 고객사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의 진출이 어렵다. 은첩고분이 생산하는 분리막의 종류는 80여 가지에 달한다. 다양한 제품 종류는 물론 중국 기업들 대비 연구·개발(R&D) 수준도 높다. 이는 향후 취급하는 분리막 제품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이고 은첩고분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로 연결될 것이다.
은첩고분은 원가 관리 면에서도 돋보인다. 은첩고분이 지속적으로 산업 내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리막의 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원가 구조의 58%를 차지하는 제조 비용이다. 은첩고분의 분리막 생산 종합 불량률은 22% 수준으로, 경쟁 업체 대비 제조 비용 관리를 잘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불량률은 매출 총이익률의 격차로 반영된다. 은첩고분의 2020년 매출 총이익률은 30.7%로 타 기업이 10%대 초·중반인 점에 비하면 매우 높다.
은첩고분의 시가 총액을 2021년 생산 능력으로 나누면 분리막 1억㎡의 가치는 8억2000만 달러로, 글로벌 2위 기업인 아사히카세이의 9억5000만 달러보다 낮다. 즉, 현재 은첩고분의 밸류에이션은 높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은첩고분은 또한 최근 이브에너지와 합작 법인을 세워 분리막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분리막 산업 내 기업 M&A를 통한 은첩고분의 생산 능력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하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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