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사활 건 SK에코플랜트·SK지오센트릭…임팩트 투자로 탄소 중립 앞당기는 한화임팩트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9월 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친환경 사업 전략 등을 설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사진)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9월 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친환경 사업 전략 등을 설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올해 들어 사명을 바꾼 기업이 부쩍 늘었다. 화학·건설·식품·유통 등 업종에 상관없이 회사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시장에서 익숙한 이름을 버려서라도 생존을 위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유통 전문 기업으로 변신하는 hy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친숙한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3월 사명을 hy로 바꿨다. 기존 식음료 기업의 한정적 이미지를 벗고 유통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기 위해서였다.

사명 교체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hy는 누구나 인정하는 안정적 사업 구조를 가진 회사다. 다양한 히트 제품은 물론 타사에는 없는 프레시 매니저(이하 FM)라는 독특한 자체 유통망 덕이다. 1969년 설립 이후 50년 이상 지녀 온 ‘야쿠르트’라는 단어를 사명에서 지우는 선택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의 고민은 깊었다. 지난해 초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 트렌드가 급격히 바뀌면서다. 유제품 중심의 제품 카테고리는 안정적이긴 했지만 성장 폭이 완만했다. 기존 아날로그 중심의 유통 시스템으로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컸다. hy가 다가올 100년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였다.
(사진) 비대면 제품 전달을 위한 개인형 냉장고 ‘코코픽’ /hy 제공
(사진) 비대면 제품 전달을 위한 개인형 냉장고 ‘코코픽’ /hy 제공
hy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핵심 역량인 ‘냉장 배송 네트워크’에 물류 기능을 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품 카테고리도 무한 확장하기로 했다. 첫 조치로 지난 7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정보기술(IT)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FM을 기반으로 한 hy의 통합 물류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50년 배송 노하우를 지닌 FM은 1만1000명 규모의 전국 단위 물류 네트워크다. 전체 FM이 하루에 처리하는 제품 수만 500만 개에 달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주문 취합과 송장 처리, 실시간 재고 관리 등 FM과 물류 사업을 실시간 연결하는 IT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hy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자체 유통망이 없는 기업 등에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휴사는 합리적 비용으로 hy의 냉장 물류 서비스를 활용하고 고객은 제품을 FM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전달받는 식이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 코로나19로 침체된 골목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는 게 hy의 설명이다.

hy는 유통 전문 기업을 향한 한 축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B2B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hy는 다양한 균주를 보유했지만 자체 제품 생산에도 그 양이 모자라 외부에 판매하지 못했었다. 2014년 프로바이오틱스 플랜트를 완공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면서 기업 간 거래를 통해 고농축 분말 형태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hy는 종근당건강을 비롯해 휴롬·뉴트리 등에 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66.7% 증가한 5000kg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판매했다. hy 관계자는 “50년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외길의 뚝심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된 셈”이라며 “B2B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한 체계적 영업 활동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CJ온스타일 라이브쇼. /CJ온스타일 제공
(사진) CJ온스타일 라이브쇼. /CJ온스타일 제공
CJ ENM의 커머스 사업 부문인 CJ온스타일은 ‘라이브 취향 쇼핑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브랜드명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TV홈쇼핑 채널인 ‘CJ오쇼핑’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CJ몰’을 CJ온스타일로 통합했다.

CJ온스타일은 새 브랜드 론칭 이후 라이브 커머스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의 원조 격인 TV홈쇼핑을 25년 넘게 운영해 온 상품·방송 전문성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고퀄리티의 라이브 커머스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정제된 방송과 심의 규정, 검증된 상품만 판매하는 홈쇼핑 본연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라이브 커머스 채널 ‘라이브쇼’는 차별화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5월 10일 브랜드 론칭 이후 4개월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유입 고객 수는 7배 증가했다. 유아동·패션·뷰티 등 카테고리 특성에 적합한 방송 포맷으로 온라인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최신 트렌드 아이템을 핵심 타깃 고객에 소개한 점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상품과 방송의 시너지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 전문 셀러를 육성하고 운영 조직도 강화할 예정”이라며 “기존 쇼호스트 인력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플루언서도 적극 영입해 방송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사업 중점 육성하는 DL

건설업계도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주와 도급 위주의 불확실한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대림은 지난 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함께 그룹명을 DL로 변경했다. 지주회사 DL(주)을 중심으로 대림산업 건설 사업부는 DL이앤씨, 석유화학 사업부는 DL케미칼로 분할했다. 계열사인 대림에너지·대림에프엔씨·대림자동차는 각각 DL에너지·DL에프엔씨·DL모터스로 사명을 바꿨다. 건설·석유화학·에너지 등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탄소 중립 흐름에 발맞춰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사업을 중점 발굴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한국 최대 규모의 친환경 건축 소재 생산 설비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충남 서산의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탈황석고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탄산화 제품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DL이앤씨는 생산된 제품을 시멘트와 콘크리트 등 건축 자재의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DL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점 확대하고 있다. DL에너지는 한국·칠레·파키스탄·요르단 등 7개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풍력·태양광 발전소 등을 운영 중이다. 최근엔 요르단 타필라 풍력 발전소를 준공하고 상업 운전에 돌입했다. DL에너지 관계자는 “파키스탄에서 운영 중인 풍력 발전소 150MW에 더해 총 200MW의 풍력 발전소를 보유하게 됐다”며 “한국과 칠레의 태양광 발전소 40MW 등을 더해 총 283M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 DL에너지가 준공한 요르단의 타필라 풍력 발전소. /DL(주) 제공
(사진) DL에너지가 준공한 요르단의 타필라 풍력 발전소. /DL(주) 제공
SK건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 기업’을 목표로 지난 5월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바꿨다.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에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를 합성한 이름이다.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SK에코플랜트는 특히 폐기물 처리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환경 폐기물 처리 전문 업체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폐기물 처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환경시설관리는 전국 970개의 수처리 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 매립장 1곳을 운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명 변경 후 환경시설관리를 앵커로 활용한 볼트온(유사 기업과의 인수·합병)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지난 6월 클렌코·대원그린에너지·새한환경·디디에스 등 폐기물 소각 업체 4곳을 인수했다. 8월엔 도시환경·이메디원·그린환경기술 등 3개 업체를 추가 인수하면서 하루 968톤의 사업장 폐기물 소각 용량을 보유한 한국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의료 폐기물 소각 용량 또한 하루 139톤으로 시장점유율 2위로 뛰어올랐다.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순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 기술을 연결하는 등 지역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도 ‘딥 체인지’

최근엔 석유화학 기업들이 연이어 사명을 교체해 눈길을 끈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체질 개선 전략의 핵심은 친환경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9월 1일 SK지오센트릭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지구(geo)를 중심(centric)에 두고 순환 경제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석유로 만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유전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목표다. SK지오센트릭은 1972년 한국 최초로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가동한 곳이다.

SK지오센트릭은 연간 90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설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7년엔 처리 능력을 연 250만 톤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해마다 전 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폐플라스틱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한국 최초 석유화학 회사에서 세계 최고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기반한 도시 유전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플라스틱 순환 경제와 친환경 확산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 개선 위해 간판 바꿔 단 기업들
한화종합화학은 9월 6일 한화임팩트로 사명을 바꿨다.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와 지구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화임팩트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난 7월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해 수소 혼소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서부발전과 수소 혼소 가스 터빈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고 향후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 전소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화임팩트는 차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농업 기술(애그 테크) 기업 이나리 어그리컬처에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탄소 발생을 줄이고 생산량을 증대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김희철 한화임팩트 사장은 “기존 전통 산업의 틀을 깨는 혁신과 새로운 기술 확보, 지속적 투자를 통해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등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