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유통·공공기관도 앞다퉈 실시...향후 3년간 연평균 12% 성장 예상

IBK기업은행은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종이를 대체한 태블릿PC를 활용해 전자신청서를 작성하는 ‘IBK전자문서시스템’을 전 영업점에서 시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은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종이를 대체한 태블릿PC를 활용해 전자신청서를 작성하는 ‘IBK전자문서시스템’을 전 영업점에서 시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되고 정보기술(IT)·핀테크가 발전하면서 아날로그 종이 문서를 디지털화된 문서로 대체해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페이퍼리스(paperless)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면서 종이에 쓰인 내용을 전자화하는 광학식 문서판독장치(OCR) 기반 문서전자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자원부 및 기획재정부 등의 경제부처에 따르면 문서전자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은 금융업계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보험업계 최초로 보험 및 대출 등의 업무 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했다. NH농협은행은 공무원연금공단·금융결제원과 데이터를 연계해 블록체인 기반 자동 대출 자격정보검증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종이 융자추천서 발급·제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문서전자화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내년까지 종이 영수증 제로 발급을 목표로 전자 영수증 발급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에 발급하던 종이 영수증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영수증을 발급하는 형태다. 매장 내 가격표도 전자 가격표시기로 대체할 계획이다.

국내 OCR 기업 '주목'

이런 가운데 문서전자화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OCR 기업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들은 문서전자화 산업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까지 사세를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악어디지털은 2014년 문서전자화 O2O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출발해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문서 전자화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누적투자액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며 2017년에는 일본 자회사를 설립하고 일본어 인식 기술을 고도화한 뒤 일본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악어디지털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OCR 기술인 KANDA OCR을 통해 문자를 인식하기 어려운 환경과 비정형 필체에도 99.34%의 높은 인식률을 자랑한다. 인식률이 낮은 데이터는 사람이 교정하는 학습 과정을 반복하면서 인식률과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 및 국립중앙도서관 등의 공공기관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S·삼정KPMG·한화솔루션 등이 있다.

국내 전자문서 솔루션 기업인 포시에스는 1995년 설립된 후 솔루션을 확장해왔다.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전자문서 개발 솔루션 ‘오즈 이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성 인식 기술을 접목한 ‘음성을 통한 지능형 전자문서’ 특허를 취득해 전자문서 활용이 어려운 사용자도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성뿐 아니라 챗봇이나 제스쳐·손글씨 인식 등 다양한 입력 방식에 대한 특허 취득을 계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시에스는 2014년 일본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 2015년에는 싱가포르, 2019년에는 유럽으로 진출했고 최근 베트남, 싱가포르 등 글로벌 은행에서 페이퍼리스 솔루션을 구축한 바 있다. 향후 북미를 중심으로 자사를 설립하고 해외 거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파피루스는 2003년 출범해 지난 19년간 국내 산업계에 최적화한 페이퍼리스 솔루션을 개발·공급해 왔다. 국세청과 관세청, 대법원, 네이버, 우리은행 등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등에 전자문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고장 예측 솔루션을 개발하며 해외 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미국 법인 ‘모터센스 아메리카(MotorSense America)’를 설립하고 텍사스 오스틴에 사무소를 마련했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활동을 시작하는 등 제품 개발 단계부터 성능 테스트와 해외 고객 유치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자문서 기본법 도입으로 날개 달아

이처럼 점차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전자문서 시장과 OCR 기업의 성장에는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시행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전자문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특정 조건에서만 법률적 효력이 있었다. 공식 문서 인정에 한계가 있다 보니 시장 확대가 좀처럼 쉽지 않았는데, 관련 법령이 제정 및 시행되면서 문서전자화 시장의 발전은 더욱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가 발간한 ‘2020 전자문서산업 편람’에 의하면 전자문서 사업 전체 공급시장 규모는 2018년 10조 35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75억 원 증가했다. 전자문서 교환업이 전년도 대비 약 76% 증가하면서 3조 3827억 원의 시장을 형성했고 전자고지와 전자증명서, 전자영수증 등의 서비스 모델까지 활성화되면서 매출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전자문서 시장은 향후 3년간 연평균 약 12.1%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문서 관리업이 14.6%로 가장 많이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고 전자문서 교환업이 14.3%, 전자문서 생성·획득·변환업은 7.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