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조용한 한가위’
해외 대신 국내에서 미래 전략 준비
반도체·배터리·수소·전장·AI 경영 현안 챙겨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추석 황금연휴를 맞은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전념하는 ‘조용한 한가위’를 보낼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따라 해외 출장 대신 국내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출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국내에서 반도체·배터리·수소·전장·인공지능(AI) 등 주력 사업 현안을 챙기며 하반기 미래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할 전망이다.

그동안 명절 연휴를 이용해 활발한 해외 현장 경영을 이어왔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추석에는 자택에 머물며 미래 사업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8월 13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한 이유로 경제 회복과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을 언급한 만큼 이 부회장이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과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를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취업 제한 논란 등을 고려해 출장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시급한 사업 현안인 반도체와 글로벌 인수·합병(M&A)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가석방 후 이 부회장의 첫 외부 공개 일정은 9월 14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난 것이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김 총리와 만나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맺고 3년간 총 3만 개의 일자리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는 8월 24일 발표한 3년간 4만명을 채용한다는 계획과는 별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국내에서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9월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에서 ‘수소 비전 2040’을 선포했다.

2040년을 수소 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차 신모델을 수소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로만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친환경 전략의 추진 상황을 살피고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도 챙겨볼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내에서 하반기 경영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열리는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논의할 현안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사회 구현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방안과 반도체·배터리 사업 전반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0월 제주나 이천에서 열리는 CEO 세미나는 SK그룹의 대표적인 연례 행사다. SK그룹은 CEO 세미나에서 그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해 경영 전략을 논의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한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자택에 머물며 전자·배터리·화학·전장 등 경영 현안을 챙기고 미래사업 구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최근 구 회장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 전략에 따라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LG노바’를 출범시켰다. 구 회장이 벤처투자에 관심이 높은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준비를 위해 그룹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혁신 스타트업과의 협력과 투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