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전고체 배터리 탑재 시제품 첫 공개
LG엔솔, 상온 충전 기술 개발

[비즈니스 포커스]
삼성SDI 연구원들이 경기 수원시 전자소재연구단지에서 전기차 배터리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 연구원들이 경기 수원시 전자소재연구단지에서 전기차 배터리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온에서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간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만든 배터리를 말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1회 10분 충전에 800~900km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시간이 짧으며 외부 충격, 배터리 팽창에 의한 화재·폭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밀어낼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존하는 2차전지 중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발화·폭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양극활 물질에 산소가 들어 있고 액체 전해질이 고온에서 연료로 작용해 불이 붙는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압력 변화에 배터리 내부 구조가 변형되면 온도가 상승해 폭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사용하면 방전되거나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차세대 배터리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높고 빠른 충전과 장수명이 가능해야 하며 가격은 저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도 본격 상용화에 앞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더 필요하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도요타·폭스바겐·포드…기술 확보에 사활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특성에 따라 액체 전해질에 비해 낮은 전도성과 효율 저하가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조6000억원에서 2035년 29조3000억원으로 향후 10년간 18배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도요타·폭스바겐·BMW·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을 통해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시범 양산을 시작으로 2027년 양산 준비, 2030년 본격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폭스바겐·포드·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미국 배터리 개발 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545억원을 투자했다.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은 한국의 현대차·SK(주)·LG그룹도 지분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업체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선 평가를 받고 있는 도요타는 최근 2025년 양산 예정인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 영상을 공개하며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1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도 노스볼트·퀀텀스케이프와 공동으로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밝혀 2025~2030년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진격의 K배터리, 초격차 기술로 승부수

K배터리 기업들도 차세대 먹거리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샌디에이고대와 공동으로 섭씨 영상 25도 이상 상온에서도 고속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 상온에서 충·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 유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0회 이상의 충전·방전 이후에도 80% 이상의 잔존 용량을 유지하고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도 약 40% 정도 높일 수 있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 전후에 양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연구원들.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연구원들.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삼성SDI는 한국 기업 중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I는 자체 개발 프로젝트와 함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 등과 협업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난제로 꼽히는 덴드라이트 현상(분리막 훼손에 따른 전고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낮추는 문제)을 해결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1년 말 5세대(Gen 5) 배터리 양산 이후 2023년 6세대, 2025년 7세대, 2027년 8세대 배터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SDI는 2027년 8세대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가 준비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900km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급속 충전에 따른 기술 안정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인력 충원에 나서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7월부터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 세계적인 석학이자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K온은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