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대선정국 혼란 속 공기업 직원 일탈행위 천태만상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7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대선 경선이 치러지고 온 나라가 화천대유 사건으로 떠들썩한 틈을 타 공기업 직원들의 일탈행위가 천태만상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원 A씨가 회사 내부 기술 자료를 본인 석사학위 논문에 활용했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A씨가 무단 방출한 기술 자료는 공개가 제한된 B등급 중요 정보로 알려졌다. B등급 정보는 승인 없이는 반출이 불가능한 자료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는 국가 핵심 시설로 기술정보가 유출됐을 때 국익과 안전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이번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줄을 잇는 가운데 내부 직원이 정보를 보란 듯이 유출한 것은 한수원의 도덕적 해이의 단면을 보여준다.
실제로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올해 한수원 인터넷망을 겨냥한 외부 공격시도는 총 5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영대 의원은 “국가안보의 핵심시설인 원전을 책임지는 공기업으로서 직원들의 일탈행위에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직원 B 씨는 학술대회에 참가한다고 타낸 출장비를 빼돌려 배우자와 관광을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원칙이 바로 선 한수원을 만들겠습니다’라고 게시해 이번 직원들의 일탈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직원들의 근무 태만이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이 8일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내부감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사에서 근무하는 현장지원직 8명은 올해 여름 총 4차례 근무지를 이탈해 시장에 가거나 업무차량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후 작업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들의 일탈행위는 업무 차량 블랙박스 확인 과정에서 들통났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블랙박스를 통한 직원 감시라고 반발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장지원직은 대법원 판결로 용역직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상태에서도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여 화를 자초했다.
이에 대해 김상훈 의원은 “누구나 선망하는 공기업의 정규직원으로서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강원랜드는 임원들이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흔히 관용차라고 불리는 업무용 공용 차량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회삿돈을 마치 주머니 속 쌈지돈처럼 사용해 개인적인 용도로 필요했던 주유비와 고속도로 통행료도 공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측은 ‘관행’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국민의 힘 권명호 의원(울산 동구)은 “관용차를 사적으로 쓰면서 관행이니까 괜찮다는 잘못된 생각을 아직 못 고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더 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제기한 권명호 의원 역시 울산 동구청장 재직 시절 구 의회로부터 “울산 동구가 벤치마킹 목적으로 구입한 관용차를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구청장 전용 차량으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공공기관은 탈세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이 국회예산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30%가 4588억을 탈세했는데 이 중 강원랜드가 882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