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회사 에자이, 3년간 평균 ROE에 ESG스코어를 곱해 ROESG 점수 분석
ESG 활동이 PBR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 증명

[스페셜 리포트] 2021 ROESG 톱 50
일본 제약사 에자이의 2020년 통합 보고서 /에자이 홈페이지
일본 제약사 에자이의 2020년 통합 보고서 /에자이 홈페이지
ROESG 모델은 2014년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을 일본 제약 회사 에자이의 야나기 료헤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구체화한 것으로, 기업의 3년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스코어를 곱해 ROESG 포인트를 산출한다.

특히 야나기 CFO는 주가순자산배율(PBR)과 ROE의 비례 관계에 주목했다(PBR=ROE×PER). ESG 활동이 PBR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입증해 ESG에 투입된 비용을 미래 투자로 간주, 이를 이익에 반영해야 한다는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PBR’ 모델을 주장했다. 야나기 CFO는 2021년 5월 개최한 ‘RI 재팬 2021’에서 강연자로 나서 ‘IIRC-PBR’ 모델과 에자이 사례를 설명해 큰 호응을 얻었다.

IIRC-PBR 모델의 핵심은 IIRC가 정의하는 5가지 비재무적 자본(지적 자본, 인적 자본, 제조 자본, 사회 관련 자본, 자연 자본)과 PBR이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데이터로 증명했다는 점이다.
‘ESG 투자하면 PBR 상승’…일본 제약사 실증 분석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야나기 CFO는 에자이의 ESG 핵심 성과 지표(KPI) 88개와 1088개의 시계열 데이터셋, 1만 개 이상의 기초 데이터, 28년분의 에자이 PBR 데이터를 확보해 다중 회귀 분석을 시행했다. 다중 회귀 분석은 독립 변수가 2개 이상인 경우를 분석 대상으로 하는 회귀 분석 방법으로, 변수 간 인과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추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확성과 신속성을 위해 에이빔(ABeam)이라는 AI 분석 솔루션 업체와 제휴해 ESG 활동과 PBR의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에자이의 야나기 료헤이 CFO
에자이의 야나기 료헤이 CFO
비재무적 자본과 PBR의 상관관계 밝혀

그 결과 장애인 노동자 고용률과 인건비, 거래 제조 약국 수 등이 P값 1% 미만의 유의미한 ESG KPI로 나타났다. 또 사원 건강 진단 진료 비율, 여성 관리직 비율, 육아 시간 단축 근무 제도 이용자 수, 해외 종업원 수 등이 P값 5% 미만의 유의미 지표로 분석됐다. 특히 인적 자본과 관련한 상당수의 KPI가 PBR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사원에 대한 복지 및 교육 등이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증명됐다.

실제로 에자이의 재무제표와 사내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가치를 예측해 보니 인재 확보에 10%를 추가 투자하면 5년 후 PBR은 13.8% 증가하고 연구·개발비를 10% 늘리면 10년 후 PBR은 8.2% 증가한다는 예상치가 나왔다. 또 여성 관리직 비율을 10% 늘리면 7년 후 PBR은 2.4%, 육아 시간 단축 근무 제도 이용자 수를 10% 늘리면 9년 후 PBR은 3.3% 증가하는 것으로도 나타나 ESG 활동을 통해 5~10년 후 에자이의 기업 가치는 500억 엔에서 최대 3000억 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에자이는 야나기 CFO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ESG 활동이 PBR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세전 영업이익(EBIT)에도 이를 적용한 ‘ESG EBIT’를 2020년 통합 보고서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비용으로 처리하던 인건비(생산 및 영업 활동 관련)와 연구·개발비를 영업이익에 환원한 것이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2019년 기준 1255억 엔에서 ESG EBIT 기준 3679억 엔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영업이익의 증가는 자연히 ROE와 PBR 증대로 이어진다.
‘ESG 투자하면 PBR 상승’…일본 제약사 실증 분석
야나기 CFO가 발표한 에자이 사례는 그동안 비용으로 간주되던 비재무적 자본, 즉 ESG 활동이 기업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로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는 ROESG 모델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연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랙록의 임팩트 투자 책임자 다니엘 라이스, 노무라에셋매니지먼트 후지와라 CIO 등 여러 장기 투자자들도 야나기 CFO의 연구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ESG는 비용 아닌 투자다

ROESG 모델이 ESG를 평가하는 데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 에자이의 사례만으로 ROE와 ESG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분석 결과는 어디까지나 상관관계를 증명한 것일 뿐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다만, ROESG 모델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측정하기 어려운 비재무적 ESG 활동을 정량화하고 기업의 이익과 연결, 이것이 비용이 아닌 미래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투자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에자이의 ESG 데이터와 28년분의 PBR을 빅데이터 분석해 상관관계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ROESG 모델을 제시했다. 이렇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ESG를 정량화하고 가시화하려는 노력은 현재 다른 여러 평가 기관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제는 ESG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ESG 활동은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전략적 방향에 맞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가시화되고 측정 가능한 ESG 추구로 자본 조달 비용은 감소하고 실적과 기업 이미지, 브랜드 가치가 개선되면서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김재필 KT 수석연구원·‘ESG 혁명이 온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