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일본 등 증시 반등 여력 큰 선진국 투자 비율 높이고 중국 등 신흥국은 낮춰야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성장 모멘텀 둔화 속 자산 배분 전략
3분기를 지나면서 글로벌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이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델타 변이 확산,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 지연과 실적 모멘텀 둔화에 따른 경기 및 실적 피크 아웃 우려로 인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 기금 금리(0~0.24%)와 자산 매입 프로그램(월간 국채 800억 달러, MBS 400억 달러)을 동결하고 향후 통화 정책 정상화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Fed와 주요 선진국 간 통화 정책 차별화로 외환 시장에서는 당분간 달러화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 영국 중앙은행(BOE)이 부양책 축소 가능성을 일부 표출했지만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 기조에 동의했고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PEPP(팬데믹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 월평균 1000억 유로) 축소가 테이퍼링으로 인식되는 것에 선을 그었다.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통화 중 엔화와 유로화가 달러화 강세에 무게를 실어 줬다.

문제는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헝다그룹 사태, 반도체 경기 우려 등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흥국의 통화 약세로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상 신흥국의 비율을 높이기 어려워진다.

올해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대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러한 영향이 컸다. 따라서 환율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 반등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회복 모멘텀의 둔화로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제조업 공급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됐다. 하지만 현재 성장률 전망치가 경기 둔화나 침체를 우려할 만큼 하향 조정되지 않았다. 델타 변이에 따른 조정일 뿐이다.

기업 실적 피크 아웃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남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주요국이 전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국면에 접어든 현재는 이익 증가율의 둔화보다 기업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진국 증시가 매력적인 이유도 ROE의 추세적 상승에 있다. 추세의 전환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주요 신흥국은 ROE가 하향 조정됐다.

기업 이익 관점에서 선진국 증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ROE 외에도 신흥국의 이익 증가율 둔화 속도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의 이익 증가율을 감안할 때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의 둔화 속도가 연말까지 신흥국에서 더 가파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섹터 단위로는 경기 소비재, 산업재, 에너지의 이익 증가율과 모멘텀이 두드러진다. 경기 소비재는 ‘위드 코로나’로 내구재 소비, 여행, 레저 활동 회복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산업재와 에너지는 인플레이션에 친화적인 섹터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이 소재·산업재로 전이되는 흐름이다. 소재는 글로벌 탄소 중립 가속화에 따른 정책 모멘텀이 기대된다. 연말 배당 기대와 금리 상승의 수혜주인 금융 또한 고려할 만하다.

성장 모멘텀 둔화에 대응하는 자산 배분 전략으로 연말까지 위험 선호를 유지하며 주식(★★★) 비율 유지, 채권(★) 비율 소폭 축소, 대체 투자(★★★☆) 비율 소폭 확대를 제안한다. 매크로 환경상 주식의 비율을 낮춰 대체할 만한 매력적인 자산이 크게 없다.

다만 주식 내에서도 지역·국가·섹터별로 차별화된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일본 등 증시 반등 여력이 큰 선진국의 비율을 높이고 한국·대만·중국 등 신흥국의 비율을 낮추되 트레이딩 관점에서 조절할 것을 제안한다.

이창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
2021 상반기 글로벌 ETF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