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득 증대 조건, 적절한 분배·신성장 인프라 재구축 등
한국도 양질 고용과 디지털 혁신 중요

[경제 돋보기]
쉽지 않은 日 소득 배증 계획, 해법 있나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일본 중의원 선거 과정에서 자민당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해 각 정당이 앞다퉈 분배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 신중한 정치 스타일의 기시다 총리가 과감한 분배 정책을 실제로 실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측면도 있고 그가 내세우는 소득 배증 계획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9년 정도에 걸친 아베‧스가 내각에서도 일본 경제의 성장률은 저조했고 1960년대 이케다 내각이 소득 배증 계획을 추진했던 시기와 현재 일본 경제의 상황은 너무나 차이가 있다. 1960년대는 일본 경제가 평균 10%가 넘는 실질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10년 내 국민소득을 2배 이상으로 하겠다는 소득 배증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가 소득 배증을 주장하는 것은 30년 이상 계속되는 일본의 임금 정체 현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 국세청 조사 기준으로 보면 작년 1년간 일본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433만 엔(약 4433만원)이었고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로는 2015년 이후 일본의 평균 연봉(구매력 평가 기준)은 한국을 계속 밑돌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노동자들의 의료보험 등 각종 준조세 부담이 커지고 가처분 소득이 더욱 감소해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본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소득을 배증할 수 있을까. 물론 성장률을 끌어올려 소득을 배증할 수 있지만 1960년대와 같은 고도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9년간의 아베노믹스로 대폭적인 금융 완화, 재정 확대, 엔저에 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의 성장세는 민주당 정권 기간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 등 일단 분배에 주력해 내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이러한 소득 주도 성장이 고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국과 달리 일본은 내수의 비중이 높고 30년이나 임금이 정체되고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기업의 수익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임금 인상 정책이 모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본 기업의 내부 유보는 9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2021년 3월 말 기준으로 484조 엔(은행 및 보험 제외)에 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수 기반의 강화 정책과 함께 일본 정부는 디지털 혁명, 그린 혁명 등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면서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 도약하려는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에너지가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인프라 교체에 따른 막대한 수요가 수반되고 이를 디지털 기술로 지능화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각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함께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결국 일본의 소득 배증 계획은 쉽지 않지만 적절한 분배와 내수의 활성화, 신성장 산업 육성 및 성장 촉진 효과를 가진 인프라를 재구축하면서 새로운 기업의 육성 및 거대화와 함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소득 증대의 조건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도 이와 같은 조건을 고려하면서 디지털 기술과 그린 기술로 제조업을 혁신하는 한편 지식 집약적인 서비스업 강화, 제조업의 서비스 및 솔루션 역량 강화 등이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일본처럼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이 과제가 되고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부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 극복 등도 중요할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확대와 대규모화를 유도하면서 양질의 고용 기반을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