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은행‧증권 부문 앞서…신한금융은 카드‧캐피탈 사업에서 우위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올해 최초로 순이익 ‘4조원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빚 증가세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면서 은행의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비은행 계열사를 키운 노력도 결실을 보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모두 실적을 이끌면서 종합 금융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졌다.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손해보험사 인수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면서 ‘리딩 금융그룹’ 타이틀(순익 1위 금융지주)을 둘러싼 KB금융과 신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한 곳이 승자가 됐다. 신한금융이 2018년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를 인수하면서 KB금융을 추월했고 지난해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리딩 금융그룹 경쟁에서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했다.
‘조용병 2기’
종합 금융 완성한 신한

KB금융와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M&A 경쟁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 이후 10년간 대형 M&A가 없었다. 외형 성장보다 숨을 고르며 내실을 다지기에 집중했다. 그러다 2017년 조 회장이 취임한 후 공격적인 M&A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조 회장 취임 첫해 M&A로 몸집을 불린 KB금융그룹에 리딩 금융 자리를 내주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18년 이후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 부동산 신탁사 아시아신탁, 벤처캐피털 네오플럭스 등 알짜 매물들을 인수해 왔다. 올 1월엔 신한BNPP 자산운용을 신한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7월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한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고 10월엔 프랑스 BNP파리바 그룹과 BNP파리바카디프 손해보험(카디프손보)의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해 그동안 전략적 제휴 관계였던 카디프손보의 지분 94.54%를 인수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를 품에 안으면서 은행-카드-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으로 이어지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조용병 2기’에 사실상 전 금융업권을 커버하는 금융그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 것이다.

조 회장은 카디프손보의 인수를 완료하면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더케이손해보험사를 인수해 디지털 손보사(하나손해보험)를 출범시킨 하나금융처럼 카디프손보도 디지털 보험사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기준 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카디프손보에 당장의 순익 기여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이번 인수는 당장의 이익보다 업계 전반을 스크린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며 “생명보험사 인수처럼 M&A 효과를 바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외는 규제 이슈가 적고 공공 데이터를 개방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외국계 회사는 한국 보험사와 달리 헬스케어·마이데이터 활용 등 부분에 대한 경험이 앞선다. 신한금융이 앞서 인수한 외국계 보험사 오렌지라이프와 카디프손보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한금융이 미니 보험(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을 선보여 향후 마이데이터(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와 연계해 초개인화 서비스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T 기업)가 디지털 손보사 설립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디지털 손보사는 기존 보험사와 달리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이데이터가 연계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업은 상품 시장이 다양하고 고객 니즈도 천차만별이다. 일본은 이미 대형 보험사가 여러 고객을 타깃한 소형 보험사들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한국 보험사는 백화점식으로 운영됐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1사 1라이선스를 유연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한국도 대형 보험사는 건강·연금·종신 등에 특화하고 전문 분야가 아닌 상품은 분사한 회사(디지털 손보사 등)에서 파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 신한과 격차 더 벌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연간 순이익 4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누적 순이익 격차가 2분기 300억원대에서 3분기 2000억원대로 벌어지면서 KB금융이 훨씬 앞서고 있다.

두 금융그룹의 주요 자회사별 실적을 비교하면 은행 부문에선 KB금융이 우위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2조2003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은행(2조1301억원)과 제주은행(216억원)의 순이익을 합쳐도 KB국민은행이 486억원 앞선다. 가계 대출을 옥죄기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KB국민은행(311조8000억원)이 신한은행(263조7200억원)에 비해 원화 대출금이 많았던 영향이 컸다.

증권에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상반기까지 엇비슷한 성적(각 3772억원, 3229억원)을 냈지만 3분기 들어 격차가 벌어졌다. 신한금융투자가 사모펀드 판매 투자 상품에 대한 추가 손실(829억원)을 인식하면서 3분기 순이익이 446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675억원, KB증권은 5433억원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은 그룹 내에서 둘째로 높은 기록이다.

반대로 여신 전문업(카드·캐피탈)에선 신한금융이 앞섰다. 신한카드는 업계 1위를 수성하며 3분기까지 538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신한캐피탈은 208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KB카드와 KB캐피탈은 각각 3741억원, 170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보험사는 생보사만 따지면 신한금융의 성적표가 더 좋다. 올해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해 통합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019억원이다. 반면 푸르덴셜생명은 255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KB생명보험은 전속 채널을 없애고 법인 보험 대리점(GA) 채널로 정비하는 과정으로 일시적 손실이 발생해 181억원의 순손실이 났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의 순이익(2692억원)까지 합치면 보험사 전체로는 KB금융이 앞선다.
돋보기
‘주가 부양’ 나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두 회사 모두 최근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은 2019년 당시 주가(4만5000원대)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3개월간 신한지주의 주가는 3만7000원과 4만1000원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결국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2년 만에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추진하며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섰다. 해외 IR은 해외 기존 주주를 유지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다. 신한금융은 어피니티에쿼티·블랙록 등 사모펀드 운용사와 싱가포르투자청·노르웨이중앙은행 등 대형 기관투자가를 주주로 두고 있다.

조 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화상으로만 소통했던 주주 및 글로벌 기관투자가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참석해 신한금융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알릴 계획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