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최초의 캐릭터 ‘꼬비’
‘평택’을 떠올리면 ‘항만’ 혹은 ‘미군부대’를 먼저 생각했다. 또한 어떤 곳을 갈 때 스쳐 가는 도시로 도로 표지판에서만 그 이름을 보곤 했다. 딱히 평택을 가야겠다거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랑이배꼽양조장의 막걸리를 맛보고 난 후 다시 그곳이 그리워졌다. 달달하고 상큼한 맛의 막걸리, 병에 그려진 귀여운 호랑이 웃음 그리고 온 가족의 애정이 담긴 양조장이 다시금 마음을 그곳으로 이끈다.
자급가족(自給家族) 양조장
평택 토박이인 이혜인 대표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학업과 취업을 하고 신문 기자 생활을 하다가 다시 평택에 돌아왔다. 디자이너 일을 하던 언니 이혜범 씨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두 딸은 술을 빚던 아버지를 따라 평택에서 함께 술을 빚기 시작했다. 화가인 아버지, 도예가이자 요리 연구원인 어머니, 디자이너인 큰딸, 사진가인 작은딸, 호랑이배꼽양조장이 이만큼 조망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술을 빚는 일 이외에도 가족 모두가 이렇게 자신이 가진 역량을 양조장 곳곳에서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잇는 허브 호랑이배꼽
호랑이배꼽양조장의 막걸리는 화강암을 뚫고 나오는 맛 좋은 물에 해풍을 맞고 자란 작은 쌀알의 평택 미(米)로 빚은 술이다. 게다가 여타 양조장과 달리 생쌀을 으깨 술을 만드는 것이 이곳 막걸리가 깔끔하고 마시기 편한 완숙주가 된 비법이다. 또 귀엽고 재미난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던 양조장에도 깊고 진한 이야기가 배어 있다. 한반도의 형세를 기상하는 호랑이에게 빗대면 평택이 정확히 호랑이의 배꼽 자리에 있어 이름 붙인 것이라고 한다. “포유류에게 배꼽은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매개체잖아요. 시대를 잇는 허브인 셈이죠. 우리도 여기 호랑이 배꼽인 평택에서 발효 문화와 전통주를 매개로 조상들이 만든 전통문화를 잇고 싶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이들은 평택의 좋은 자원으로 술을 만들기 위해 양조장 이름에도 평택의 색을 덧입힌 것이다.

화가이자 양조장 설립자인 이계송 씨는 프랑스나 일본만 하더라도 ‘지주(地酒)’라는 개념이 있을 정도로 지역에 기반한 술과 그 지역 사람들이 그 누구보다 앞서 가치 있게 소비해 주는 문화를 보고 양조장을 꾸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브랜드 인지도와 대중과의 소통을 원했던 이 대표는 세계 최초의 전통주 캐릭터 호랑이 ‘꼬비’를 만들었다. 노란색에 활짝 웃는 미소가 돋보이는 꼬비는 춤을 추고 요가를 하며 막걸리 병, 전용 잔, 칠링백 등 호랑이배꼽 막걸리와 다양한 상품에 그려져 있다. 그는 전통주가 올드하다는 편견을 깨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다가가기 위해 혼술이 가능한 350㎖ 제품부터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막걸리도 만들었다.

손유미 객원기자 mook@hankyung.com
사진=스튜디오텐(STUDI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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