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울주군수…영남 알프스 9봉 인증 인기, 국제공공미술 비엔날레 추진도

[지자체장 24시]
“걷고 싶은 천상의 길 ‘영남알프스’로 오세요”[지자체장 24시]
이선호 울주군수
울산대 행정학과 졸업. SK노동조합 민주화추진위원회 초대 의장을 지내고 한미FTA저지 울산운동본부 공동대표, 대통합신당 유시민 후보 울산선거대책본부 본부장 등 역임. 2021년부터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고 2018년 민선 7기 울주군수에 당선. 올해 거버넌스지방정치대상 공모대회 지방자치단체장 부문 코로나19 대응 분야 최우수상 수상.

이선호 울주군수는 잘 듣는다. 군민들의 민원은 물론이요 같이 일하는 울주군 공무원들의 작은 의견 하나도 허투루 듣는 법이 없다. 이 군수는 소통하는 군정, 장벽 없는 군정을 펼치겠다는 첫 마음을 지난 3년여 동안 그대로 지켜 왔다.

“당선되고 군청에 첫 출근했을 때 지하 주차장에 차량 지정 주차 공간이 빼곡하게 있더군요. 바로 없애라고 했습니다. 높은 직급으로 대접받으려고 군수가 된 게 아니잖습니까.”

인터뷰에 동석한 한 공무원이 귀띔하길 군수실이 있는 층에 모든 엘리베이터가 다 서는 것을 본 이 군수가 “다른 층은 홀짝수제를 실시하는데 여기만 특별할 이유가 없다”며 다른 층과 똑같이 운행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작은 행동 하나가 공무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근 울주군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른 영남알프스 9봉 인증도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울산 영남 알프스 9봉 완등 인증을 받으면 기념 은화를 주는 것인데 울산 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많은 방문객이 몰려 큰 인기를 끌었다. 영남알프스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서 시작해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 등에 걸친 산군을 말한다. 유럽 알프스처럼 풍광이 아름답다.

-전국 처음으로 전 군민 재난지원금을 실시한 도시가 울주라고 들었습니다.

“23만 울주군민이 살기 좋은 도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일에 많이 몰두했습니다. 경기도가 이슈가 돼 더 많이 알려졌지만 전 군민 재난지원금을 처음 실시한 도시가 바로 울주입니다. 고민이 많았죠.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판단을 해야 하는데 잠도 거의 못 잘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첫 테이프를 잘 끊은 덕분에 전국적으로 보편적 복지의 물꼬가 트였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군민들과 군청 공무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덕분에 그들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울주군 내의 12개 읍면 주민들과 원탁 토론회도 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한 토의도 자주 합니다. 더 많이 듣고 군민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것이 군수로서의 소임이라고 봅니다. 읍면장 임명 중 일부는 각 지역 주민이 선발해 하도록 하고 있어요. 군수의 가장 큰 힘 중 하나인 임명권을 내려놓은 이유는 단 한 가지예요. 군민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군민이 원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울주군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발표했습니다.

“‘사람과 문화를 잇는 울주’, ‘내가 잇는(있는) 울주여행’, ‘디자인으로 잇는 울주’ 등입니다. 관광도 주변과 연계가 잘돼야 발전합니다. 사람도 여행도 문화도 연결성이 중요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변모된 생활 속에서 울주군이 가진 넓은 지역과 많은 자원, 다양한 세대를 연결하고 통합해 주민과 관광객이 모르는 울주의 가치와 시간, 공간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도시 브랜드는 발표했지만 실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문화 인프라와 마인드 정립이 이번 도시 브랜드의 첫째 과제입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풍부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 예술 실태 조사를 통해 ‘문화이음’이라는 사업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울주 국제 공공 미술 비엔날레 개최를 위한 그림도 나왔습니다. 올해 비엔날레 환경 분석을 위한 포럼과 간담회를 추진하고 내년에는 공공 미술 조각 심포지엄, 2023 울주 국제 공공 미술 프레 비엔날레를 순차적으로 개최한 뒤 2024년 제1회 울주 국제 공공 미술 비엔날레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울주 군립예술단도 창단합니다. 문화적으로 풍성한 울주가 될 겁니다. 주민이 참여해 직접 만드는 공정 관광 인프라도 조성 중인데, 공정 관광 추진 공동체 ‘삼동 작동마을 옥수수 익을 무렵’, ‘배내골로 떠나는 주말여행 배내두럭’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내년에는 공정 관광 여행가 양성과 공모 사업 등도 할 예정입니다. 이제 토건 사업은 그만해도 돼요.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해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죠. 울주가 가진 풍부한 자연과 인적 자원이 우리의 가장 큰 힘이에요.”
“걷고 싶은 천상의 길 ‘영남알프스’로 오세요”[지자체장 24시]
-올해 영남알프스 9봉 인증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울주는 산과 바다, 도시의 편안한 생활 인프라까지 두루 갖춘 곳입니다. 울주에는 공항 빼고 다 있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울주의 지리적·문화적 장점을 잘 가꾸면 이만한 관광 도시도 없어요. 특히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 사업은 올해 울주의 인기를 한껏 드높인 여행상품 중 하나였죠. 영남알프스를 활용한 울주군만의 특화된 레저스포츠 프로그램 중 울주 나인 피크 트레일 대회도 있습니다. 9봉이 지나는 간월산·고헌산·문복산·가지산·운문산·천황산·재약산·영축산·신불산을 아우르는 총 길이 105.6km에 상승 고도 8805m인 코스로 한국 최장거리, 최고 난도를 자랑합니다. ‘가장 걷고 싶은 천상의 길’로 꼽히는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전경과 억새평원이 펼쳐지는 천혜의 자연 경관에 더해 부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트레일 대회이자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리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 대회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대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관광 자원도 소개해 주세요.

“울주군 옹기축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콘텐츠의 한계로 명성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 지명 설계 공모를 통해 앵커 시설을 다시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옹기 장인들의 정신을 이어 받은 문화를 형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울주는 구석구석 가 볼 곳이 참 많습니다. 범서 선바위도 그중 하나인데, 백룡이 살았다는 태화강 상류 백룡담 푸른 물속의 기암괴석과 경치가 빼어난 곳이죠. 요즘 젊은이들의 포토 존으로 사랑받는 곳이에요. 선바위 옆에는 연어를 비롯한 태화강 생태계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볼 수 있는 태화강생태관도 있어 자녀들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제격이죠. 바다를 끼고 트레킹 체험을 할 수 있는 해파랑길 중 울산 4코스의 솔개공원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자원입니다. 푸른 동해 바다를 감상하면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솔개공원은 마치 해외와 같은 이국적인 아름다운 풍광이 큰 자랑거리입니다.”
“걷고 싶은 천상의 길 ‘영남알프스’로 오세요”[지자체장 24시]
-그래도 울산 하면 해돋이 명소로 가장 유명합니다.

“매년 마지막 날이면 간절곶은 전국 해돋이 인파로 그득합니다. 그만큼 간절곶 해돋이는 울주만의 자랑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자원입니다. 그래서 간절곶을 더욱 세계적인 관광지로 활성화하기 위해 이곳에 선라이즈 컬처센터와 드라마 세트장 부지를 중심으로 한 감성 치유 공간인 마음챙김센터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사계절 내내 관광 수요를 이끌 수 있는 낭만을 테마로 해변 야간 경관 조명 설치 및 광장형 거리 등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경유형 관광지에서 벗어나 관광객들이 좀 더 머무르고 싶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해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입니다. 여담이지만 가끔 간절곶과 호미곶을 혼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빨간 우체통이 있고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 바로 울주 간절곶이니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군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인 만큼 많은 사람이 간절곶에서 새로운 희망과 함께 다가오는 2022년도 잘 살아갈 힘을 얻어 가길 바란다고 했다. 울주만의 자랑인 언양·봉계 한우불고기특구에서 미식 여행도 해보고 영남알프스의 겨울 산행과 해파랑길 트레킹으로 마음이 쉬는 힐링 여행도 가능하니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겠느냐는 자랑도 끊이지 않았다. 이 군수는 “다가오는 새해, 간절곶에서 전국 각지의 관광객과 만나길 희망한다”며 “새롭게 달라진 울주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선정 SRT매거진 기자 sjlgh@hankyung.com 사진 성종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