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현대차 상용화 고삐 속 롯데도 출사표…내년 잠실~인천 실증 비행 간다

[스페셜 리포트]
사진=11월 11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시험 비행을 마친 독일의 2인승 UAM ‘볼로콥터’가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김영우 한국경제 기자
사진=11월 11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시험 비행을 마친 독일의 2인승 UAM ‘볼로콥터’가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김영우 한국경제 기자
하늘을 나는 택시, 이른바 ‘에어 택시’로 불리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산업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현대자동차 등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롯데도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는 내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잠실까지의 실증 비행에 착수해 2024년 UAM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업계는 UAM 운항에 필수적인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UAM은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활용한 교통 체계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소음이 적고 친환경적이다. 승용차 이용 시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갈 수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서울 등 메가시티에서 차량의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30km를 밑돈다. 하늘을 나는 3차원 공간의 UAM이 대도시의 교통 정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롯데, 인천공항~잠실 하늘길 잇는다
사진=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의 UAM ‘호크5’. 롯데지주 제공
사진=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의 UAM ‘호크5’. 롯데지주 제공
롯데지주와 롯데렌탈은 11월 16일 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모비우스에너지, 인천광역시 등과 7자 업무 협력을 통해 내년 UAM 실증 비행을 추진하는 협약식을 진행했다.

비행체와 배터리 모듈 개발은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와 모비우스에너지가 각각 담당한다. 인천시와 항공우주산학융합원은 UAM 시험 비행과 사업 운영 지원 역할을 하기로 했다. 롯데렌탈은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을 추진한다. UAM 이착륙장(버티포트)·충전소·터미널 등 제반 인프라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그룹 내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집해 실증 비행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 UAM 컨소시엄은 상용화 비행을 위해 3단계 과정을 거친다. 1단계로 내년 엔진 항공기를 통해 항공 데이터를 수집하고 동시에 전기 항공기로 지상 데이터를 수집한다. 2단계인 2023년부터 전기 항공기로 항공과 지상 데이터까지 수집·분석할 계획이다. 3단계인 2024년 승객을 태운 UAM의 첫 단계 상용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롯데가 UAM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한 신사업 목적만은 아니다. 롯데가 보유한 관광·쇼핑 인프라와 항공 교통 연결을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인천에서 UAM을 타고 잠실 버티포트에서 내린 승객이 롯데정보통신의 자율 주행 셔틀로 환승해 호텔이나 쇼핑몰로 이동하는 풍경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롯데렌터카 등의 공유형 모빌리티와 개인 및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망라해 UAM 탑승 전후 최적화한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롯데의 백화점·대형마트·호텔 등 다양한 지상 인프라를 UAM 버티포트로 일부 활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여러 모빌리티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렌탈은 자율주행 기술 기업인 포티투닷(42dot)과 양해각서(MOU)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공동 연구와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바스(Baas) 사업 협력 MOU를 체결하며 모빌리티 플랫폼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11월 5일 전기차 충전사 ‘중앙제어’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밸류 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6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임시 운행 허가를 한국 최초로 취득하고 세종시 등에서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은 물론 저탄소 미래를 선도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UAM 시대에 대비해 내년 실증 비행이 성공할 수 있도록 그룹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 에어 택시로 해외 시장 두드린다
사진=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가 개발 중인 UAM ‘버터플라이’ 개념도. (주)한화 제공
사진=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가 개발 중인 UAM ‘버터플라이’ 개념도. (주)한화 제공
한국 기업 중 UAM 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한화다. 한화그룹의 방산·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2019년 7월 한국 기업 최초로 UAM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오버에어와 UAM ‘버터플라이’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신사업부를 출범시키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자체 센서·레이다·항공 전자 기술과 오버에어의 ‘최적 속도 틸트로터(OSTR)’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UAM 기체 버터플라이의 상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UAM의 심장인 전기 추진 시스템 개발은 마무리 단계다. 2024년까지 기체 개발을 마치고 2025년 서울~김포 노선 시범 운행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버터플라이는 4개의 틸트로터를 장착한 전기식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타입이다. 버터플라이의 틸트로터는 기존 헬리콥터와 달리 대형 로터 4개를 전방과 후방의 날개에 장착한다. 이륙 시 수직으로 사용하고 운항 중에는 방향을 바꿔 수평으로 작동할 수 있어 적은 에너지로도 장시간 운항할 수도 있다. 분산 전기 추진 방식(DEP)인 만큼 하나의 프로펠러나 로터에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버터플라이는 기체의 엔진 역할을 하는 전기 추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배터리 완충 시 최대 시속 320km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며 “출근길 오전 8시 정각 경기 용인 터미널에서 출발해 15분 만에 서울 광화문역에서 내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기체 개발과 별도로 도심 상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 체계 연동 시스템 등 UAM 모빌리티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UAM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국내외 기업과 전방위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지난 1월 SK텔레콤·한국공항공사·한국교통연구원과 ‘UAM 사업 협력을 위한 4자 MOU’를 맺었다. UAM 기체 개발, 버티포트 인프라 구축, 운항 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 등 ‘UAM 밸류 체인’ 구축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해외 UAM 시장 진출도 노린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영국 스카이포츠와 MOU를 체결했다. 스카이포츠는 UAM 버티포트를 만드는 기업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UAM 인프라 규제 논의 ‘그랜드 챌린지’에 참여해 도심 공항 기술을 검증받은 곳이다.

두 회사는 UAM ‘원스톱 탑승 서비스’ 개발을 진행한다. UAM 탑승 수속장을 걷기만 해도 신원 확인과 수하물 검색이 완료되는 초간편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생체 인증 장치와 자동 보안 스캐너가 탑승자의 모바일 예약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돼 KTX 이용이나 택시 호출 서비스처럼 신원을 빠르고 안전하게 검사하는 방식이다.

한화시스템은 또한 지난해 ‘위성 통신 안테나’와 관련해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투자를 단행하며 신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UAM과 우주 인터넷 분야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배경은 ‘시너지’다.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이 UAM 사업의 핵심인 교통 관리·관제 시스템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UAM은 수백 미터 고도에서 날아다니는 만큼 지상 통신망으로는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다. 위성 통신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UAM 기체는 물론 자율비행 서비스·인프라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선제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2030년 UAM 사업에서만 연매출 11조4000억원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달아오른 ‘에어 택시’ 선점 경쟁
현대차, 승객·물류 UAM 시장 모두 잡는다
사진=현대차의 UAM 개념도. 현대자동차 제공
사진=현대차의 UAM 개념도.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배터리 기반 동력 시스템 분야의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UAM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승객과 화물 운송 시장을 아우르는 포괄적 UAM 제품군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 양재동 본사와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등에 흩어져 있는 한국 UAM 사업 부문을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 현대차 사옥으로 통합 이전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대차는 202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실물 크기의 UAM 콘셉트 ‘S-A1’을 처음 공개했다. S-A1은 날개 15m, 전장 10.7m 규모로 조종사 등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8개의 로터를 통해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한 전기 추진 수직 이착륙 기능을 탑재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S-A1의 최고 속도는 시속 290km로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 동안 초고속으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형식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낙하산 전개 시스템, 탑승자 간 원활한 대화를 돕는 저소음 설계, 탄소 복합재를 이용한 경량화 등으로 안전성·편의성·경제성 등을 갖췄다.

현대차는 S-A1 초기 모델 상용화 이후 조종사 없이도 자율비행이 가능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2028년 출시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비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UAM 상용화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천공항공사·현대건설·KT와 UAM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이 파트너십에 대한한공이 참여했다. 각 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UAM 상용화 시점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1월 화물 운송용 무인 항공기(Cargo UAS)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단순 소형 화물 운송용 드론이 아닌 중형급 화물을 나르기 위해 비행체에 날개가 있는 고정익 형태의 카고 UAS를 2026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도로나 수상 인프라로 충족하기 어렵던 도시 간 중형 화물의 고속 운송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UAM 상용화에 앞서 관련 법규 인증과 인프라 확대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설립한 미국 UAM 독립 법인 ‘슈퍼널’을 앞세워 글로벌 UAM 시장 선점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다. 미국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슈퍼널은 내년 캘리포니아 주에 연구 시설을 오픈하는 등 현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슈퍼널은 최근 영국 알티튜드 엔젤, 독일 스카이로드, 미국 원스카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기체 개발과 운영 체계 등 업계 공통 표준 수립을 위해 협력하는 등 글로벌 UAM 생태계 조성에 나선 상태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