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로 실물 자산 버블 우려 지속

헝다 위기 부른 中 부동산 융자 규제, 日 총량 규제와 유사
중국, 금융 시장 개방도 낮고 정부 통제력도 강해
일본 전철 밟지 않을 가능성 높아

한국,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 규제 고려 필요

[경제 돋보기]
일본 버블 붕괴 경험으로 본 중국 부동산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세계적으로 금융 완화가 장기화되고 물가 상승세가 높아진 데도 불구하고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등의 실물 자산의 버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돼 거대 부동산 업자인 헝다그룹의 경영 위기가 표면화되고 일본의 1990년대 버블 붕괴와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인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중국도 일본처럼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점차 경제 규모에 비해 부동산 가격과 부채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중국의 2021년 기준 대도시 아파트 가격의 평균 연봉에 대한 배율은 베이징이 55배, 선전이 57배 이상이고 1990년 도쿄의 18배를 훨씬 능가한다. 부동산은 소유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기반으로 가치가 평가되기 때문에 한 해 동안 창출되는 경제적 부가 가치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버블로 의심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 가격과 실물 경제의 괴리가 심해지면 어느 시점에서 버블이 붕괴 과정으로 돌아서 부동산 가격의 폭락과 함께 채무자의 파산이 속출해 금융회사의 경영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 버블 붕괴의 교훈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 당국자들도 오래전부터 부동산 문제를 고민하고 일본을 방문하면서 일본의 버블 경제기의 경험을 직접 들으면서 학습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헝다그룹의 경영 불안의 계기가 된 중국 정부의 부동산 융자 규제는 일본에서 1990년대 도입된 부동산 융자에 대한 총량 규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중국 정부의 총량 규제는 부동산 개발 사업자와 은행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실시되고 있다. 즉 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총자산 대비 총부채 규모 등을 제한하는 한편 은행의 부동산 대출 잔액의 확대도 제한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부실한 부동산 개발업자를 구제하기보다 이들을 질서 있게 퇴출시키면서 그 피해가 은행권과 주택 구입자 등에게 파급되지 않도록 주력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면서 금융 긴축의 강도도 조절하고 있다.

일본의 총량 규제는 악명이 높긴 하지만 좀 더 일찍 도입했으면 일본의 버블을 심화시키지 않고 은행 부실 문제의 악화를 막았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버블 붕괴에 대한 교훈으로 위기 발생 시에는 여론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투기에 가담한 은행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2008년 리먼쇼크에서도 잘 활용돼 금융 위기 확산 억제에 기여했다.

하지만 버블을 사전에 막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유동성의 유입을 억제해야 한다는 또 다른 교훈이 간과되는 경향이 컸다. 이에 따라 리먼쇼크 이후 세계 각국에서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동산 버블이 심화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일본처럼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버블 경제 당시의 일본에 비해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 훨씬 크다는 점, 당시 일본에 비해 중국 금융 시장의 개방도가 낮고 정부의 금융 시장 통제력이 보다 강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한국도 부동산 구매자의 재무 건전성 규제와 함께 거시적인 차원에서 부동산 대출의 조기 상환 유도를 포함한 총량 규제적인 규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강화할 필요도 있다. 개인 차원의 투기적 차입과 함께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관련 투자 및 융자의 팽창을 억제해 기업이 지식 집약형 무형 자산 투자를 기반으로 한 경영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