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투업 등록 국내 1호 등록업체 김성준 렌딧 대표

[비즈니스 포커스]

한국 1호 온투업 등록 기업인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한국에서 P2P 금융 산업이 태동하던 2015년부터 꾸준히 “온라인 투자에서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금융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고 새롭게 탄생한 금융 산업이 제대로 된 기반을 갖추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믿음에서였다.

실제로 그는 2015년 창업 이후 지난 6년간 업계·정부·국회를 설득하며 세계 최초의 P2P 금융법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법 제정 이후 한국 1호 온투업 등록 업체들이 탄생하고 제대로 자리 잡는 데만 1년 7개월이 걸렸을 만큼,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진통 끝에 결국 '새로운 금융산업'의 탄생을 지켜본 그는 2022년을 앞두고 온투금융의 본격적인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김 대표에게 ‘온투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의 의미와 앞으로의 변화를 다시 한 번 물었다.
김성준 렌딧 대표/ 사진=렌딧
김성준 렌딧 대표/ 사진=렌딧
- 한국의 온투업 등록 1호 기업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이 클 것 같다.

"말씀하신대로 한국에서 제정된 온투법은 세계에서 최초로 제정된 P2P금융산업 관련법이다. 또한 국내 스타트업 산업에서도 규제를 법 제정으로 풀어내어 법적인 산업명이 만들어진 최초의 사례로 주목 받았다. 이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산업을 함께 일구어낸 여러 P2P금융 회사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다.

2015년 3월 렌딧을 설립할 때 부터 이 산업은 기술과 금융이 융합된 완전히 새로운 금융산업이기 때문에, 기술 기반 금융 산업이라는 본질을 잘 짚어내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강력하게 할 수 있는 법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본격적으로 법제화 작업이 이루어진 시간 뿐 아니라 약 6년의 시간이 걸려 우리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큰 보람을 느낀다. 사실상 하나의 새로운 산업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렌딧맨 모두도 자랑스럽다. 온투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

-온투법이 제정되는 동안 지난 몇 년 간 국내 P2P금융에서 여러 사건 사고가 있었다.

"온투법의 제정으로 마침내 국내 온투금융(P2P금융) 시장도 글로벌 트렌드와 발맞춰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 졌다. 전세계적으로 P2P금융은 기술 기반으로 중금리대출을 혁신하기 위해 성장해 온 새로운 금융 산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산하의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연구소(CCAF)’가 2020년 4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P2P금융의 경우 개인신용대출이 전체의 67.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중금리대출 활성화와는 상관이 없는 부동산 PF와 부동산 담보대출, 동산 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게 사실이다.

기술 기반의 신용평가모형 개발보다는 해당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보다 중요한 분야들이다. 때문에 창업 초반에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개인신용대출 보다 기술 기반을 갖추지 않은 회사들이 비교적 쉽게 산업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온투법 시행으로 과거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온투법은 산업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강화, 그리고 신산업 육성 등의 주요한 사안들을 꼼꼼하게 정의하고 명시한 법률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라는 산업의 정의와 온투업 등록, 영업행위 규칙, 서비스 전반에서 반드시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법에 따른 감독, 검사, 처벌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중 특히 P2P금융은 물론 기존 금융권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조항이 있다. 바로 제35조인 ‘금융기관 등의 연계투자에 관한 특례' 조항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앞으로 은행이나 증권사, 여신전문금융업자 등 다양한 금융회사가 P2P금융이 취급한 대출에 연계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내용은 세계 대체금융 발전의 커다란 조류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기업은행(British Business Bank)의 사례다. 영국기업은행은 영국 정부가 중소기업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설립한 은행이다. 이러한 설립 목적에 맞게 P2P금융기업 펀딩서클을 비롯한 여러 P2P대출 플랫폼에 정책적으로 대체투자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보호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계투자를 위해서 금융기관의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조직이 P2P금융회사의 대출 심사평가능력과 채권 운용, 내부 통제 등을 면밀히 검토하게 되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감사 프로세스를 통해 금융기관의 연계투자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이 가려지게 되어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간접적인 보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영미 시장의 경우 금융기관의 연계투자가 시작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와 대출자의 입장에서 온투법 시행으로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 있나.

"명확하지 않았던 산업의 지위가 명확해 졌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라는 새로운 제도권 금융이 탄생했다는 점은 사실 국내 금융산업 역사에서도 기념할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존과 달리 앞으로 렌딧 대출은 대부업 대출이 아니라 온투업 대출, 투자 역시 온투업 투자가 된다.
이렇게 새로운 금융산업에 딱 맞춤옷 같은 법이 제정됨으로써, 온투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보호도 그만큼 강력해 진다. 특히 온투금융기업이 파산 또는 영업 정지 등이 되더라도, 연계대출 채권은 완전 회사 자산과 절연되어 보호가 된다는 점, 대출자의 상환금과 투자자의 투자금 등 온투금융 소비자 자산과 기업 자산 역시 완전히 신탁 분리 보관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꼭 강조하고 싶다.

기존에 자신의 신용에 딱 맞는 정교한 신용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해 고금리를 받지 않아도 되었던 대출자들이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사례도 많았을 것이다. 온투금융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이러한 중신용자들이 본인에게 맞는 합리적인 중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는 포용적 금융 혜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중금리대출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렌딧의 강점은.

"온투금융은 중금리대출을 자발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탄생한 최초의 금융 산업이다. 우리는 오롯이 회사의 역량을 중금리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업계이며, 중금리대출을 위한 자금 역시 각자의 플랫폼을 통해 모집하며 중금리대출을 위한 자금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점이 타 금융 업계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렌딧이 지난 6년간 축적한 개인신용 중금리대출에 대한 데이터 역시 큰 경쟁력이다. 특히 6년간 대출을 집행하고 운영하며 축적한 대출자 상환 데이터는 렌딧이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상환 데이터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필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큰 규모의 대출을 집행할 수 있어도, 상환 데이터는 단기간에 축적할 수 없다. 중금리대출을 운영하며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훨씬 정교한 중금리대출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중금리대출은 매우 큰 범위를 가진 대출 분야다. 3~4% 대의 은행 대출과 약 20% 안팎의 제2금융권 대출 사이에 넓은 구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중금리대출 구간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이기 때문에 기존 은행권이 활성화 시키지 못했던 구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 온투금융은 기존에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해 본인의 신용과 동떨어진 고금리대출을 받아야 했던 중신용자들에게 적정금리를 찾아 주는 역할을 통해, 기존에 형성되지 못했던 중금리대출 구간을 크게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22년 렌딧의 계획은 무엇인가.

"2021년은 1호 등록기업으로 온투업 등록을 완료한 후, 여러 금융관련법 기준에 맞춰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진단하고 정비하는 작업 등을 거치며 내실을 다진 한해였다. 2022년은 본격적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새로운 출발의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렌딧이 생각하는 온투금융의 핵심은 빅데이터 분석과 AI기반의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에 넓게 분포하는 중금리 구간의 대출을 혁신하는 것이다. 실제로 렌딧은 자체 개발한 렌딧신용평가모형(LSS)을 통해 기존에 이 중금리 구간이 활성화되지 못해 중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적정 신용자들이 고금리를 받아야 했던 문제를 풀어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이 단순히 새로운 재테크 수단일 뿐만이 아니라 이처럼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기술 기반의 혁신적인 임팩트 산업이라는 사실을 꾸준히 알려 나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신뢰를 높이고 회복할 수 있을 때 렌딧 역시 더욱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