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전략 실패하지 않으려면 고객·이해관계인 관점에서 생각해야

[강함수의 레드 티밍]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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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즈 과정은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실질적으로 구매 행동을 하는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은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제품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메시징은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자 제품의 시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가치들을 고객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적합성 없이는 얻기 어렵다. 전략적 메시지와 좋은 메시지가 고객에게 도달되고 고객의 니즈와 제품 경험이 담긴 메시지가 기업에 들어와야 한다.

다시 말해 제품이 시장에 적합해야 한다는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product-market fit)’ 개념처럼 메시지와 고객 간의 적합성도 전략적으로 따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메시지’를 간과한다.

좋은 제품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이슈와 경험들이 공유되는 환경에서 제품만 바라보고 고객의 구매 행동을 기다려서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전략적 메시지, 브랜드 명성에도 영향

2011년 4월 농심은 시장에 없었던 프리미엄 라면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라면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었다. 당시 사회·경제적 환경은 생필품의 물가 인상과 관련해 민감한 상황이었다.

기업은 영양가가 높고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과 라면이 설렁탕과 같다는 의미의 메시지는 과장 광고 논란을 증폭시켰다.

당시 신제품의 맛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매우 좋았지만 결국 출시 5개월 만에 한국 판매를 중단하고 수출만 하게 됐다. 정치·경제적 배경으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될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준비가 필요했다.

‘프리미엄 제품’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관계인들이 어떻게 수용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전략적 메시지를 제품 출시 이전에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시장은 단순히 제품의 품질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품이 주는 가치와 의미, 기업이 제품을 생산한 의도, 고객 혜택,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 특별한 요구가 있다.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에 공급, 유통하는 마케팅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판매 촉진 목적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은 실제로 고객과 연결되기 어렵다.

필 사이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저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 이유’에서 기업 내부에서 사용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전달되지 않고 효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기업의 관점’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관점에서 구성된 통상적인 표현, 정보와 의견, 자신감 등은 고객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략적 메시징은 기업 관점의 마케팅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언어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제품 중심의 시장 상황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환경, 공중의 인식을 함께 고려한다. 전략적 메시징 과정을 거치면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생산 개발과 마케팅 언어는 달라진다.

전략적 메시징 과정에서 제일 먼저 진행하는 단계는 상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내부 언어를 해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제품의 메시지가 시장에서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인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로 발화되는지를 예측해 보는 것이다.

이때 사회·경제적, 정치·문화적 맥락을 고려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쟁점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전략적 메시징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8월 GS25에서 캠핑 행사 상품 구매 이벤트를 위해 만든 광고 포스터 안에 ‘남혐’을 조장하는 의미의 심벌들이 숨겨져 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수정·삭제·사과가 거듭되면서 대응이 미흡했다. 일부 네티즌의 불매 운동까지 일어났다.

이제 전략적 메시징은 브랜드 명성과도 연결된다. 여러 이해관계인이 쉽게 브랜드에 대해 의견을 제시, 평가하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온라인 공간에서 흘러 다닌다.

언어 표현 하나가 제품에 대한 인식과 관심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메시징 과정을 내부에 수용해야 하는 이유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