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 없애는 AI 신용 평가 모델…‘은행’과 파트너 맺으며 급성장 중

[비즈니스 포커스 ]
업스타트의 홈페이지 / 사진=업스타트홀딩스
업스타트의 홈페이지 / 사진=업스타트홀딩스
최근 미국의 나스닥에서 ‘차세대 빅테크 종목’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업이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호령하는 나스닥에서 1년여 만에 주가가 10배 이상 오르며 이른바 ‘떡상(어떤 수치 등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은어)’에 성공한 핀테크 기업 ‘업스타트홀딩스(Upstart Holdings)’다.

2012년 설립돼 2020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한 업스타트홀딩스(이하 업스타트)는 상장 당시 26달러였던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며 한때 39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11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12월 8일 현재 19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업스타트에 대한 관심은 11월 주가가 소폭 하락한 이후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나치게 달아오른 주가가 소폭 조정 받으며 지금이 오히려 업스타트에 투자하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업스타트가 시장에서 성장해 나갈 여지가 더욱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텐배거(10배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주식 종목) ’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업스타트에 대해 알아봤다.
나스닥에서 ‘떡상’한 핀테크 스타 업스타트
‘대출 절벽’ 없애는 AI 신용 평가 모델

업스타트는 인공지능(AI) 신용 평가 모형을 기반으로 대출을 혁신하고 있는 P2P 금융 기업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은행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크레디트 스코어, 바로 ‘신용 점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신용 점수 중 하나인 FICO 점수가 대표적이다. 피코(Fair Isaac Corp.)라는 신용 평가 회사가 매긴 미국 국민의 개인 신용 점수로, 미국 금융회사들이 대출 심사를 할 때 가장 신뢰하는 지표 중 하나다.

업스타트는 ‘FICO 점수’와 마찬가지로 자신들만의 신용 평가 모형을 통해 개인들의 신용을 평가하고 이를 은행과 연결해 주는 핀테크 업체라고 할 수 있다. 업스타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진짜 신용도’에 맞게 손쉽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FICO 점수를 비롯한 대부분 개인들의 신용 점수는 과거의 금융 거래 내역에 기초하게 된다.

이는 다시 말해 금융 거래 내역이 없는 사회 초년생을 비롯해 실제로는 ‘신용 위험도’가 매우 낮은 사람들도 제대로 자신들의 신용 점수를 평가받지 못해 대출 거래에서 거부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얘기다. 업스타트는 AI 기반의 신용 평가 모형을 통해 이와 같은 ‘낡은 시스템인’ FICO 점수를 교체하려는 것이다. 이른바 ‘대출 절벽’을 없애고 대출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데이브 지로아드 CEO / 사진=업스타트홀딩스
데이브 지로아드 CEO / 사진=업스타트홀딩스
업스타트는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뭉쳐 창업했다. 공동 창업자 3명 중 2명이 구글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데이브 지로아드 업스타트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엔터프라이즈 부문 사장을 맡으며 1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낡은 대출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목표로 개발한 업스타트의 신용 평가 모형은 개개인의 신용도를 보여줄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뤄진다. 개인마다 대략 1600여 개의 정보가 분석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주로 활용하는 신용 평가 모형이 대략 5~8개 정도의 주요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되는 것과 비교된다.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교육 수준과 생활비는 물론 통신 비용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보다 정확한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다.

업스타트는 P2P 금융 기업이지만 자신들이 직접 대출을 실행하는 비율은 2% 미만이다. 나머지 98%의 대출은 파트너 은행들을 통해 진행된다. 개인들은 업스타트의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소득 정보나 금융 거래 내역 등을 입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AI가 신용도를 분석한 뒤 은행과 같은 기관들의 대출 상품을 추천해 준다. 쉽게 말해 업스타트는 개인과 은행이 원활하게 대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맡는 플랫폼이다. 이와 같은 대출 중개를 통해 개인과 은행들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업스타트의 주 수익원이다.

핀테크 업체로서 은행과 같은 기존의 금융회사들과 ‘경쟁’하기보다 ‘협업’을 택한 업스타트의 전략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먼저, AI를 통한 개인들의 정확한 신용 평가를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은행들과의 ‘협업 관계’를 통해 수많은 은행들에서 핵심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력이 더욱 높은 신용 평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2020년 12월 상장 당시만 하더라도 업스타트의 파트너 은행은 10여 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파트너 은행의 숫자는 미연방신용조합(NAFCU) 등을 포함해 30여 곳을 넘어섰다. 지로아드 CEO는 이와 관련해 “향후 5년 내 수백여 곳의 은행들과 파트너를 맺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대출 생태계 혁신’의 시작, 자동차 대출도 본격 진출

개인과 은행은 업스타트를 이용할 때 장점이 뚜렷하다. 개인들은 기존 은행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업스타트를 이용할 때 더 높은 확률로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더욱 저렴한 이자율에 대출을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업스타트를 이용한 대출은 연간 이자율(APR)이 평균 대비 16%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승인율 또한 은행과 비교할 때 27% 정도 높다.

은행들은 산더미 같은 서류를 뒤져 보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 신용도를 평가하는 업스타트를 통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안전한 대출 거래’가 가능하다. 업스타트 측은 AI를 기반으로 한 신용 평가 모델을 활용하면 ‘채무 불이행’ 비율을 7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스타트를 ‘차세대 빅테크’로 점찍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개인 대출자와 기존 은행들의 ‘협력자’로서 업스타트의 독특한 포지션을 고려할 때 향후 ‘금융 서비스를 뒤흔드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이는 실제 ‘수익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업스타트를 통해 대출이 승인된 건수는 36만 건에 달하고 액수는 31억 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8% 증가한 것이다. 업스타트는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만큼 늘어난 대출 승인 건수는 그대로 이익에 반영되는 구조다. 현재 수수료는 업스타트 전체 매출의 9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업스타트는 2021년에도 꾸준히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2021년 2분기 1억9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업스타트는 3분기 2억2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249.53% 늘었다. 지난 9월 30일을 기준으로 12개월 동안 업스타트의 매출은 6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9.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스타트는 지난 3월 클라우드 기반의 자동차 소매 업체 프로지디소프트웨어를 인수하며 ‘자동차 대출 사업’을 본격화했다. 미국의 자동차 대출 시장은 업스타트가 현재 주력으로 삼고 있는 개인 신용 대출 시장보다 6배 정도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추후에는 학생 대출과 주택 담보 대출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사업 모델이지만 한계 또한 명확하다. ‘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모델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히 경제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출이 필요한 시기일 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파산 위험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스타트 AI 기반의 신용 평가 모형의 ‘높은 정확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경제 위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봐야 비로소 검증될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