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략부터 미래 준비까지 척척
외부 조력자에서 조직의 수장으로
재계 주름 잡는 맥킨지·베인·BCG 출신 CEO들

[스페셜 리포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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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그룹 경영진에게 경영 현안에 대한 컨설팅을 해 주던 컨설턴트들이 기업에 영입돼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외부 조언자에서 조직의 수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컨설턴트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듯 기업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진단, 해결 방안을 도출해 주는 기업 경영의 해결사 역할을 한다.

특히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인수·합병(M&A) 전략, 기사회생의 묘수를 찾는 기업들에서 경영 코칭에 능한 컨설턴트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주요 기업의 인사에서도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 CEO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LG그룹은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의 홍범식 (주)LG 경영전략팀장(사장)에게 경영전략부문장을 맡겨 미래 준비를 위한 지주사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그룹 재건 작업에 한창인 두산그룹은 조력자인 김도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 대표 파트너를 (주)두산 그룹포트폴리오 총괄 사장에 선임해 미래 전략을 맡겼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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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맥킨지·베인앤드컴퍼니·BCG 출신 맹활약

현대차그룹에는 맥킨지·액센츄어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거친 지영조 이노베이션 담당 사장이 있다. 지 사장은 미국 브라운대에서 기계공학 학·석사, 응용수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AT&T 연구원을 거쳐 맥킨지·액센츄어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전략·마케팅 등을 컨설팅한 전략통이다.

2007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신규 사업, M&A, 플랫폼과 서비스, 산업 혁신 관련 이슈 등을 포함한 전사 전략을 담당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지 사장을 영입해 전략기술본부장을 맡겼다. 전략기술본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직속 부서로, 정보기술(IT)·인공지능(AI)·신소재·로보틱스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으로 LG그룹을 거쳐 SK그룹에 발을 들였다. 유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고 딜로이트앤터치 뉴욕사무소에서 선임회계사를 지냈다.

유 부회장은 유학 생활과 미국 컨설팅 회사 근무 경험을 통해 재무 감각뿐만 아니라 글로벌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맥킨지 한국사무소 설립 멤버로 활동하며 LG그룹의 컨설팅을 맡던 중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눈에 들어 1998년 LG건설(현 GS건설)에 입사해 34세의 나이에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1998년 최태원 SK 회장에 의해 SK그룹에 스카우트됐다. 유 부회장은 맥킨지에서 컨설턴트 업무를 수행하며 최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회장은 SK그룹에서도 (주)SK 종합기획실장 상무보, (주)SK 최고재무책임자(CFO), SK에너지 R&C부문 사장,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 SK에너지 R&M부문 사장, SK그룹 글로벌성장(G&G) 추진단장, SK E&S 대표이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에너지화학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SK E&S를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수소 등 미래 에너지 사업의 글로벌 확장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 부회장은 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SK그룹의 최대 위기로 꼽히는 2003년 SK의 분식회계 사건과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사태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당시 SK의 CFO였던 유 부회장은 소버린과 대화 창구 역할을 하며 출자 전환을 둘러싼 채권단과의 협상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도 글로벌 현장을 함께 누비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최 수석부회장이 위험 지역 이라크 출장 때 유 부회장이 함께 방탄복을 입고 동행했고 두 사람은 SK E&S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LG그룹에서는 홍범식 (주)LG 경영전략부문장(사장)이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다. 홍 사장은 구광모 LG 회장 취임 첫해인 2018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영입돼 구 회장의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로 주목받았다.

홍 사장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 SK텔레콤 상무를 거쳐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를 맡다가 (주)LG에 합류했다.

SK텔레콤에서는 기업의 성장 전략과 이노베이션을 담당하는 전무로 활동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포트폴리오 전략과 성장 전략, M&A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만큼 LG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전략 컨설팅 경험 살려 그룹 재건 중책도 맡아

두산그룹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을 영입해 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포트폴리오 재편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겼다. 두산그룹은 올해 11월 (주)두산 지주부문 내에 ‘그룹포트폴리오 총괄’을 신설하고 BCG 서울 대표 파트너를 지낸 김도원 사장을 그룹포트폴리오 총괄 사장에 선임했다.

김 사장은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 엔지니어링 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BCG에 입사해 약 25년간 에너지 사업 분야 등을 담당해 왔다. 2019년부터 BCG 서울 대표 파트너를 맡았다.

BCG는 두산그룹의 구조 조정 작업과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의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을 컨설팅하는 조력자였다. 김 사장은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가스터빈·해상풍력·수소 등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재계에서 컨설팅 회사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맥킨지와 인연이 깊다.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두산퓨얼셀 대표이사에 올해 10월 선임된 정형락 사장도 맥킨지와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가 2011년 두산중공업 전략기획총괄 전무로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과거 두산그룹과 맥킨지는 컨설팅 업무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도 활발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비모스키 제임스 전 두산 부회장, 김용성 전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이상훈 전 두산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맥킨지 출신으로 채워졌던 시기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두산그룹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과감한 변신을 꾀할 때도 맥킨지에 사업 구조 재편 방향에 대해 자문했었다. 당시 두산그룹은 맥킨지 컨설팅의 조언에 따라 주력이었던 OB맥주를 매각하고 소비재 사업들을 차례로 정리했다.

유통 ‘빅2’ 이끄는 베컴·BCG 출신 CEO

유통업계 컨설턴트 출신 CEO는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BCG 출신의 강성현 롯데쇼핑 롯데마트 대표(부사장)가 대표적이다.

강희석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 유통기획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졸업했다.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에 합류해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로 활동했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2019년 10월 이마트 대표에 선임됐다.

당시 경기 불황과 유통업 규제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이마트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강 대표는 2009년 이마트 경영 컨설팅 자문을 맡으면서 정 부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강 대표는 미국 월마트의 컨설팅 경험을 살려 정 부회장이 추진한 이마트 트레이더스·스타필드·이마트24·SSG닷컴 등의 신사업 컨설팅 자문을 담당했다.

강 대표는 전문점 사업 재편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 등 체질 개선 전략으로 이마트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취임 1년 만에 이마트와 온라인몰 SSG닷컴 대표를 겸임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수장에 올랐다.

롯데마트는 2020년 11월 강성현 대표를 선임했다. 강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HEC그랑제콜파리에서 전략재무 MBA 과정을 마쳤다. 한국까르푸를 거쳐 BCG에서 유통·소비재 프로젝트 팀장을 맡았고 2009년 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강 대표는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롭스 대표를 거쳐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맡아 10년간 적자였던 롯데네슬레코리아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 구조 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끌고 빅 마켓 전략 등 브랜드 쇄신 작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강 대표는 올해 3월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롯데쇼핑 이사회에 입성한 데 이어 지난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쇼핑이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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