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사진=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 제공
사진=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 제공
LG와 롯데를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롯데의 이번 인사 키워드는 ‘외부 수혈’ 충격 요법으로 요약된다.

롯데지주 등 롯데 계열사는 11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롯데의 이번 인사는 주요 그룹 중 가장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외부 인재를 주력 사업군의 전면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김상현 전 DFI리테일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기존 유통·호텔 사업군을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과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유통군 총괄대표로 내정된 김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꼽힌다. 1963년생인 그는 1986년 미국 P&G에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홈플러스 부회장도 지냈다. 2018년부터 홍콩의 소매 유통 회사인 DFI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롯데는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유통 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핵심 외부 인재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발탁’ 관행으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대대적 쇄신 의지를 반영한 인사라는 평가다. 롯데쇼핑의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로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선임한 것도 충격 요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신임 호텔군 총괄대표에 선임된 안세진 사장도 신 회장의 파격 외부 영입 사례로 꼽힌다. 1969년생인 그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신사업 전문가로 통한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과 사업 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신사업과 경영 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 가치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외부 인사 영입을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부 수혈’로 위기 극복 의지 내비친 신동빈
신 회장은 부진한 실적의 유통·호텔 사업군의 수장을 교체한 것과 달리 화학 사업군을 맡고 있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신임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실적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킨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도 그룹의 미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점을 평가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와 함께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산업군별 계열사 관리를 맡고 있던 조직인 비즈니스 유닛(BU)을 헤드쿼터(HQ) 체제로 전환했다.

출자 구조와 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이 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쇼핑·호텔·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갖추고 1인 총괄 대표이사의 주도로 면밀한 경영 관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는 “철저한 성과주의 기조에 따라 승진 임원과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렸다”며 “조직 개편을 통해 더욱 신속한 의사 결정도 가능해짐으로써 조직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