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변석개 부동산 규제로 집값 폭등하고 세금도 올라
세금 폭탄에 빚 지거나 집도 처분

[경제 돋보기]
서울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부동산원이 매월 공개하는 공동 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관한 보고서는 전국의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실제 거래에 신고 접수된 물건의 가격 수준과 변동률을 파악해 만들어진다. 주택 거래에서 공동 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공동 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택 가격의 변동 상황을 보다 잘 반영해 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9월 공동 주택 실거래 가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 공동 주택 매매실거래가격지수는 16.96%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1.44%는 물론 연간 상승률 16.27%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12.04%로 지난해 동 기간은 넘어섰지만 연간 상승률 13.64%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수도권은 20.72%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은 물론 연간 증가율 18.34%를 이미 크게 초과함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국토교통부가 내년도 전국 공동 주택 공시 가격 상승률 추정치를 20%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어 올해 전국의 평균 집값 상승률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공시 가격 상승률이 30%에서 40%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속적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하게 된 이면에는 부동산 정책의 뼈아픈 실책이 자리하고 있다. 서민의 주거 안정과 같은 정치적 슬로건으로 접근하기 전에 주택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수요·공급의 원리를 활용하는 정책을 고민했어야 했다. 서민의 주거 안정은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의 안정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지, 정부의 조변석개 규제를 통해 달성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의 가격 통제 일변도의 반복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폭등하고 1가구 1주택까지도 엄청난 세금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최근 종부세법 개정으로 인해 1가구 1주택은 0.5%에서 0.6%, 다주택자는 최고 6%까지 세율이 올랐다. 공시 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모두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세금 부담은 누적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자본 이득은 실현된 이익이 아니다. 실현되지 않은 이득에 대해 가격의 변동성을 담보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금 흐름이 매우 적은 퇴직자나 노년의 은퇴자들은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엄청난 보유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금 납부를 위해 빚을 지거나 극단적인 경우 집을 처분해야 한다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종부세는 재산세와의 이중 과세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종부세 기준이 1가구 1주택의 경우 공시 가격 11억원 초과인데 8월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 실거래 중위가격이 12억9000만원이라는 점에서 부자들만 낸다는 정부의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다.

종부세 폭탄의 풍선 효과로 상가 주택에서 주택을 없애고 빌딩에서도 주택을 가능한 한 줄이고 다주택자는 원룸을 상가와 사무실로 변경하고 있다. 세금 부담으로 인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슬로건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힘들 때 임대료를 깎아 주는 착한 건물주를 장려했던 정부가 어려울 때 국민에게 세금을 줄여 주는 착한 정부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정책 실패가 부른 종부세 쇼크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