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 일상 회복 본격화 예상…최대 리스크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스페셜 리포트] 2022년 재테크 키워드
치열한 논의 끝에 '석탄 발전 감축' 등 기후 위기 대책에 합의한 글래스고 기후변화 총회/ 사진=연합뉴스
치열한 논의 끝에 '석탄 발전 감축' 등 기후 위기 대책에 합의한 글래스고 기후변화 총회/ 사진=연합뉴스
2022년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지속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기존의 경제적 이론에 기반한 예측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의 시작이다. 특히 2022년은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세계 경제에도 ‘패러다임 대전환’이 더욱 가속화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재테크 키워드를 짚어봤다.

위드 코로나 시대, 경제 성장의 키는 ‘백신 접종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2월 1일 글로벌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2022년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글로벌 경기는 2021년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OECD에 따르면 대부분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2019년 말 프리 팬데믹 수준을 뛰어넘었고 2022년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가오는 ‘투자 신대륙’…기후 기술·DX· 우주 산업 ‘주목’
물론 이번 오미크론 변이처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쇼크’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 요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경기 회복을 둔화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 성장을 이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 경기 회복 속도의 차이는 2022년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마다 ‘백신 접종률’에 따라 경제성장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미 지난 4월 경제성장률과 백신 접종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가 빠른 경제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백신 접종 100만 명당 전 세계 GDP가 약 79억3000만 달러(약 9조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는 수출 호조와 민간 지출 회복을 이유로 2022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상향 조정하며 2023년까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3.3%)·한국개발연구원(KDI, 3.0%)·한국은행(3.0%) 등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와도 비슷한 수치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공포, ‘제로 금리’ 시대의 종말

인플레이션은 2022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당초 인플레이션은 2021년 경제 회복이 시작되는 초반 일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재 나타나는 양상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으로 예상됐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며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0%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30년간 최고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동조화 현상이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12월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 신용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물가가 1%포인트 오를 때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000~2007년 0.1%포인트에서 2010~2021년 0.26%포인트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논의의 핵심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정책’을 어떻게 꾸려야 할 것인지로 옮겨 가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기조’에 따라 시장에는 유동성이 흘러 넘쳤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 등에서는 전에 없던 활황이 이어진 이유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커지는 인플레 공포에 대응하기 위해 ‘돈 줄 죄기’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칠레·콜롬비아·멕시코·러시아·폴란드 등이 최근 금리를 인상했고 2022년까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호주·뉴질랜드·스웨덴 통화 당국도 최근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11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2020년 3월부터 이어진 ‘제로 금리 시대’가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시작 이후 1년 8개월여간 지속됐던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시작 이후 1년 8개월여간 지속됐던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 세계의 시선은 미국 중앙은행(Fed)에 쏠리고 있다. 이미 인플레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Fed의 긴축 전환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JP모간은 12월 10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당초 첫 금리 인상이 내년 9월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보다 3개월 앞당긴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인상률은 0.25%포인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12월 14일 보고서에서 Fed가 내년 3월 양적 완화를 끝내고 5월, 7월, 11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 결국 소비 수요 위축, 기업의 마진 압박에 이어 매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경기 하락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Fed의 긴축 초반에는 주식 등 위험 자산 수익률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변화의 흐름이 읽히는 만큼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유연한 자산 시장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 ‘기후 금융’ 등 새로운 기회 열린다

팬데믹 장기화에 커지는 인플레 공포까지 도처에 ‘위기’가 널려 있는 2022년이지만 새로운 ‘기회’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으며 재테크 패러다임 또한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 UBS는 2022년을 ‘새로운 발견의 해(A Year of Discovery)’라고 명명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지난 2년간의 힘든 시기를 뒤로하고 2022년에는 새로운 방향으로 물꼬를 튼 ‘글로벌 자산’의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UBS가 특히 주목한 키워드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기후 금융과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을 디지털 기반으로 빠르게 바꿔 놓고 있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기술’이다. UBS는 ‘넷 제로(탄소 중립)’는 향후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투자 트렌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2050년까지 매 10년 동안 재생에너지에 50조 달러(약 5경9000조원) 이상의 글로벌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50% 이상의 자금이 ‘탄소 배출 저감’ 기술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테크, 공기 정화 및 탄소 저감 솔루션, 탄소 거래 전반에 걸려 ‘매력적인 장기 투자’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투자처’로 기후 금융에 대한 관심이 월가를 비롯해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점점 더 뜨거워지는 중이다. 향후 10년간 넷 제로 투자가 연간 6조 달러(약 70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JP모간 등 투자은행들도 ‘기후 변화가 인류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며 기후 변화 관련 대응 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UBS는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비대면화·디지털화가 촉진되면서 ‘ABC 기술’과 관련한 산업 분야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꼽았다. 이 분야는 2020년 기준 3840억 달러(약 455조원)에서 2025년 6200억 달러(약 735조원)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UBS는 특히 2022년을 기점으로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이커머스·화상 회의 등과 같은 일부 테크 관련 산업들은 사용량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디지털 대전환’은 장기적인 추세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데다 팬데믹이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ABC 기술’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UBS는 이와 관련해 향후 빅테크 중심의 대장주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기술’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 기술주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스페이스 X의 로켓 발사로 상업성이 증명된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페이스 X의 로켓 발사로 상업성이 증명된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주 산업’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관심을 모으며 2022년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글로벌 우주 산업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성장률 14.3%를 기록하며 2020년 3850억 달러(약 457조원) 대비 2040년 1조 달러(약 118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항공 우주 장비 제조 업체인 스페이스X(비상장)가 로켓 재활용에 성공하면서 사업성을 검증 받았다. 향후 기술 발전 및 혁신 기술과의 융합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궤도상에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안착했고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과거 테슬라와 같이 수익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주가 상승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