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전보다 높은 성장률과 인플레…잠재 성장률과 중립 금리의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것

[머니 인사이트]
사진=12월 9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진=12월 9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0년 12월 ‘머니 인사이트’를 통해 제시했던 2021년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의 화두는 ‘큰 변화(The great shift)’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과 탈세계화의 영향으로 첫째, 향후 경제 성장의 동력이 지난 50여 년을 이끌던 노동과 자본에서 ‘기술 혁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둘째, 소수 대형 기술주에 대한 집중 투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들(BIG : Bio·Information·Green Tech)로 전환되면서 이들이 폭발적 성장기에 진입할 것이다. 셋째, 공공성이 강조되는 자본주의의 등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하며 ‘기후 변화 대응’은 향후 10년 장기 성장을 이끄는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채권 시장 울고 주식 시장 웃는다

2022년의 화두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Way back to normality)’이다. 2022년은 팬데믹의 영향권 아래에서도 제한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들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진통을 넘어서야 하는 해가 될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 위험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금융 시장 측면에서 어디로, 어떤 수준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상화의 ‘기준’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 기준에 따라 정책의 회수 속도와 강도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2023년 선진국의 실질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을 팬데믹 이전인 2011~2019년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2022~2023년의 실질 성장률과 인플레 전망은 팬데믹 이전보다 각각 1%포인트, 0.5%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됐던 초기에는 팬데믹의 부정적 충격이 경제에 ‘영구적 손상’을 끼쳐 향후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고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될 것을 우려했지만 정작 미래의 실질 성장률과 인플레의 합인 명목 성장률은 팬데믹 이전의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보다 약 1.5%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에서 균형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먼저 물가 측면에서는 인플레 용인 정책 프레임으로 변화한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 임금 상승과 복지 확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인 경제 활동 참가율 하락, 핵심 설비와 인력의 내재화 과정에서의 비용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 성장 측면에서는 재정 확대에 관대해진 사회 분위기, 높아진 저축 수준, 인프라와 설비 투자 증가, 기후 변화 대응, 기술 혁신에 의한 생산성 향상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진 성장률과 인플레는 결국 잠재 성장률과 중립 금리의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잠재 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성장률을 의미하며 중립 금리는 이러한 잠재 성장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의 균형 금리를 의미한다. 현재 금융 시장은 Fed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속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시작될 2022년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상이 도달해야 할 높이와 함께 잠재 성장률과 중립 금리 상향이 논의되면서 채권 금리의 상승세가 보다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를 팬데믹 이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쟁은 단기적으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장·단기 금리 수준을 모두 높임으로써 채권 시장에는 부정적이겠지만 명목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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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설비 투자, 10년 성장 동력 될 것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한국은 2021년 1분기 기준 민간(비금융 기업+가계)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 금융 위기 당시보다 높아졌다. 가계의 DSR이 상승한 영향이다. 이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익숙해진 경제 주체들과 가파른 부채의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이제부터는 부채가 많은 가계 등 취약 계층의 부실화 가능성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연초 이후 장·단기 금리가 모두 급등했고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 DSR은 추가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경제가 정상화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몇 가지 이슈를 짚어보자.

첫째, 글로벌 경제의 성장 궤도는 안정적이며 2022년에도 팬데믹 이전의 추세보다 여전히 강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미국의 2021~2023년 실질 GDP 성장률은 5.5%→3.7%→2.8%, 한국은 3.9%→2.9%→2.6%를 전망한다. 2021년보다 점점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팬데믹 이후 이례적인 회복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반면 중국의 5%대 성장에는 익숙해져야 한다. 중국은 ‘공동 부유’를 통해 경제의 핵심 기조를 성장에서 분배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처럼 대규모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의 육성 산업(친환경·첨단 기술)은 성장하고 내수 소비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효율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 변화로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첨단 산업과 핵심 소재, 인력을 내재화하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비용 최소화를 위해 신흥국으로 생산을 외주화(아웃소싱)한 결정이 오히려 조달 비용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미국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6월 오프쇼어링(해외 아웃소싱) 추징세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인센티브가 포함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다. 무형 자산 투자와 서비스 생산 비율이 높아 주가와 실물 경제의 괴리가 컸던 미국 경제의 향후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셋째, 새로운 비즈니스로 빠르게 전환하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향후 10년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강화되는 친환경 생산 기준은 전통 산업의 생산 설비 업그레이드로 이어지고 있다. 자금은 풍부하다. 팬데믹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44%, 30% 급증했다. 탈탄소화 정책으로 채굴이 제한된 화석 연료 가격의 빈번한 급등과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오히려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에너지원에서 화석 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GDP에서 유류 소비 비율이 차지하는 비율을 감안할 때 국제 유가 상승이 경기 둔화로 이어지기 위한 가격 수준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연평균 105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 교수(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