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픽업·인카페이먼트 등 신기술로 안전과 위생 잡아…빅데이터와 홍보까지 일석이조
[테크 트렌드] 오프라인의 최대 약점은 안전과 위생에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한 오프라인이 아니다. 전통의 사업 강자인 오프라인은 안전과 위생이라는 최대 약점을 만회할 비책을 들고나왔다. ‘비대면 기술’이다. 온라인 못지않게 안전하면서 동시에 편리하기까지 하다.어디에서든 비대면 픽업 공간
중국의 음료 브랜드인 헤이티는 매장 장에 ‘픽업큐브’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스마트폰으로 미리 음료를 주문한 고객이 픽업큐브에서 주문 코드만 입력하면 바로 음료를 찾아갈 수 있다. ‘헤이티고’라는 서비스다.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종업원과 대면해 상세한 주문 내역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결제 수단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다. 주문부터 수령까지 아무도 대면하지 않고 음료를 가져갈 수 있다.
비대면 픽업 공간은 음료를 그냥 테이크아웃해 마시는 것이 다가 아니라 특정 브랜드 매장의 공간을 즐기면서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대면이라는 안전장치를 하나 더 얹어준 셈이다. 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이 아니더라도 오프라인에 가고 싶지만 사람을 상대하기 귀찮은 날, 혼자 오롯이 있고 싶은 날이라면 그곳이 정답이 될 것이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와 유사하지만 픽업큐브라는 비대면 픽업 공간을 더해 이런 경쟁력이 만들어졌다.
비대면 픽업 전략을 일부 차용한 오프라인 서비스로 테이블 오더도 있다. 종업원을 부를 필요도, 메뉴판을 펼칠 필요도, 신용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이 레스토랑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테이블 위의 QR코드 스캔만 하면 다 된다. 특히 중국은 스타트업부터 노포에 이르기까지 이 서비스가 널리 적용되고 있다. 한국도 코로나19 사태로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됐을 때 혹은 사람과 접촉 없이 조용히 있고 싶을 때 유용하게 활용됐다.
한국의 LG유플러스 매장은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스마트폰 구매, 셀프 개통, 유심 카드 수령, 스마트폰 수령, 중고 폰을 매입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매장에서 스마트폰 셀프 개통 후 출력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유심 카드와 휴대전화가 보관된 박스가 열리고 이 박스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가면 끝이다.
온라인처럼 비대면만 강조한 것이 다가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해 볼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독보적인 강점인 체험도 여전히 놓치지 않았다.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직접 손에 쥐어 보고 이것저것 메뉴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고 여러 스마트폰 제품들로 찍은 사진들도 비교해 보고 요금제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존이 매장 안에 있다. 제품의 물성을 직접 체험한 뒤 구매할 수 있다는 오프라인의 최대 장점을 살렸다.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결제와 동시에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배송이 빨라도 다음날은 돼야 제품이 온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다르다. 결제와 동시에 제품이 바로 자기 손에 들어온다. 오프라인 픽업 공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조합해 소비자의 아쉬움을 사원하게 해소해 준다. 여러 유통 업체들도 온라인으로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게 해 주는 픽업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주문은 각자 편하게 할인 쿠폰도 쓰고 정보도 충분히 비교 분석한 뒤 스마트폰에서 클릭하지만 당장 제품 픽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하게 해 주면 소비자도, 유통업체도 윈-윈이다.
온라인 중고 거래를 위해 카페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격·일정·장소를 조율하는 귀찮은 흥정도 이제는 끝이다. 낯선 이와 일단 만나야 하는 불안이나 부담도 이제는 없다. 파라바라 중고 거래 자판기라는 아이디어 상품이 나왔다. 앱에 상품이 등록되면 구매할 상품을 결제한 뒤 파라박스라는 정해진 픽업 공간에서 상품을 가져가면 된다. 지나가다가 본 픽업 공간에 놓인 물건이 마음에 든다면 바로 구매한 뒤 가져갈 수도 있다. 앱을 통해 살 수도 있고 픽업 공간 옆의 결제 키오스크에서 살 수도 있다. 픽업 공간이 있으니 굳이 판매자와 약속하지 않고도 구매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상품을 먼저 눈으로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오프라인과 비대면이라는 조합으로 간편하게 거래가 된다.
앱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나온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공간인 BGZT 랩은 비대면 거래를 할 수 있는 로커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으로 거래를 다 끝낸 뒤 이 로커에서 오프라인 비대면으로 픽업한다. 지갑이 된 자동차, 인카페이먼트
차 안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차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필요가 없다. 인카페이먼트는 편의점·카페·주유소·주차장에서 자동차에 탄 채로 상품을 주문, 결제하는 서비스다. 드라이브 스루 아니냐고? 아니다. 드라이브 스루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스마트폰도 신용카드도 필요 없다. 자동차만 있으면 된다. 자동차 자체가 지갑이란 말이다. 그것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갑이다. 서비스가 가능한 매장 안내, 주문, 결제, 매장까지 가는 길 안내, 픽업 안내 같은 구매의 전 과정을 다 차 안 디스플레이가 해 준다.
르노삼성 2022년형 XM3 대시보드 중앙의 디스플레이에서 오윈이라는 앱을 누르면 지금 주변에 서비스가 가능한 카페·편의점·주유소 매장 목록이 뜬다. 자기가 원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등록해 둔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가 바로 진행된다. 카페까지 가는 길 안내도 차가 해 준다. 카페에 도착해 차 디스플레이의 매장 호출을 누르면 커피를 받을 수 있다.
고객은 상품 구매부터 수령까지 차만 있으면 된다. 차 자체가 ‘지갑’이자 ‘내비게이션’이자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픽업 장소’가 된다. 실물카드도, 스마트폰도, 긴 대면도, 긴 줄도 없다.
오프라인이지만 사람을 최소한으로 만나면서 공연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팬데믹(감염병이 세계적 유행) 이후 미국은 아티스트를 싣고 달리는 콘서트 투어 버스가 활성화됐다. 모션 체어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를 장착한 특수 제작 투어 버스를 타면 오프라인 공연 느낌을 실감나게 만끽할 수 있다. 버스 콘서트 안에서 직접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공연장 콘서트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대면 위험이 최소화된다.
이 비즈니스는 비대면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가능하다. 비대면 기술로도 사람들이 이제 오프라인 공연장 못지않은 감동과 재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의 발달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가 주는 현장감이 실제와 다를 바 없다.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를 통한 초저지연, 초고화질 동영상, 오감 만족이 되는 비디오·오디오 기술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준다.
이렇게 점점 대중화되고 안정화된 기술은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도 낮춰 준다. 인스타그램·유튜브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방식의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친근하게 접하게 해 주면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도 낮춰진다. 우리는 이렇게 된 제품과 서비스를 ‘대세’라고 부르게 된다.
오프라인에서 비대면 기술은 기업이 절대 놓칠 수 없는 분야다. 우선 기업이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가장 유용한 루트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탐색하고, 방문하고, 구경하고, 선택하고, 선택을 번복하고, 구매하고, 애프터서비스를 신청하는 전 과정이 비대면 기술을 통해 기업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런 높은 수준의 빅데이터는 기업의 안전·위생·매출·이익에 기여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더욱 잘 알게 된 기업이 업그레이드한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을 더 편하게 해 준다. 선순환이다.
둘째는 홍보다. 오프라인에 더한 비대면 기술은 오프라인 단독 혹은 온라인 단독일 경우보다 단연코 홍보에 효과적이다. 오프라인이라는 확실한 ‘물성’이 있어 체험과 경험의 입소문이 날 여지가 크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워낙 온라인에 익숙해 오히려 오프라인이라는 것 자체에 호기심을 느끼고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으로 해 본다는 것 그 자체를 경험이라고 여긴다.
오프라인과 비대면 기술의 컬래버레이션에 따라 오프라인의 최대 장점인 ‘체험’과 ‘바로 픽업’ 역할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단점으로 꼽히던 ‘취약한 안전’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됐다. 비대면 기술로 수집된 빅데이터가 고객의 취향을 더 확실하게 만족시켜 준다. 비대면 기술이 주는 홍보 효과도 크다. 장점은 최대화되고 단점은 최소화되니 고객이 모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순인 LG전자 VS 사업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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