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 타격, 신용도 강등…사업장 정리·HMR 시장 진출해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

[마켓 인사이트]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신메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아워홈 제공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신메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아워홈 제공
식자재 유통·단체 급식 업체인 아워홈이 실적 악화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채산성이 낮은 사업장을 정리하고 가정 간편식(HMR) 사업을 키워 수익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적극적인 사업 구조 개편으로 경쟁사에 비해 빠르게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단, 식재료와 인건비가 오르고 있고 단체 급식 경쟁 입찰이 확대되는 등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

아워홈이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워홈의 지난해 매출은 1조7200억원, 영업이익은 250억원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급식·외식 수요가 크게 줄면서 아워홈은 2020년 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워홈이 적자를 낸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단체 급식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시장 내 경쟁력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워홈은 전국 각지에 구축한 물류센터와 생산 공장 등의 사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식품 제조와 식자재 유통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키웠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도 해외 사업장을 설치해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8년에는 미국 국제공항 내 기내식 공급 업체를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대했다.

부문별 매출 비율(2020년 기준)을 보면 식음료 부문 46.8%, 식품 유통 부문 53%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 급식 시장에서 아워홈은 매출 기준 2위의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

단체 급식 시장의 경쟁이 치열지고 업황이 비우호적으로 바뀌었지만 아워홈은 외형 확대를 앞세워 양호한 영업 현금 흐름을 창출해 왔다.

최저임금 상승과 신규 거래처에 대한 초기 투자 비용 등이 수익성을 끌어내려도 비계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단체 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늘리며 2019년까지 꾸준히 외형을 키웠다. 군대·병원·오피스 등에서 위탁 급식 업체 이용이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워홈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16년 1조4000억원에서 2019년 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연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창출 규모도 1400억원 이상을 유지했다. 단체 급식과 식자재 유통 사업은 경기 민감도가 낮은 필수재로 여겨져 수요 변동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아워홈은 실적 악화의 위기에 직면했다. 외식 산업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식음료 부문의 높은 고정비 부담, 신규 사업장 초기 비용 등이 맞물려 부정적 영향이 확대됐다. 2020년 매출은 2019년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또 2020년에는 영업 실적 악화와 함께 기업어음(CP) 할인 관련 선급 비용 지출, 마곡 사옥 관련 투자, 김포물류센터 토지 매입 등으로 잉여현금흐름(FCF)까지 적자로 돌아섰다. 차입 구조 장기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 조달에도 나서며 총차입금도 큰 폭으로 늘었다. 2020년 연결 기준 아워홈의 총차입금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시장 안팎에선 급식 업체들의 사업·재무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같은 우려는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재 아워홈의 단기 신용 등급은 ‘A2+(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다.

당초 아워홈은 최고 단기 신용 등급인 ‘A1’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계속된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실적 회복 전망 때문에 신용 등급이 한 단계 강등됐다.

신용도 강등 이후 아워홈은 전사적으로 효율성 개선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내식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점을 공략해 HMR 사업에 힘을 실었다. 신규 수주 물량 확보에 집중하는 대신 채산성이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거래처를 재편하고 해외 신규 고객 영입에 주력했다. 자체 온라인 채널인 아워홈몰의 매출 확대에도 나섰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각종 홍보로 신규 회원을 빠르게 늘렸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급식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식품 유통 부문에서 HMR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소폭 증가했다”며 “지난해 손익 부진 점포를 폐점하고 채산성 중심으로 거래처를 조정하면서 영업을 효율화해 영업이익이 1년 만에 흑자 전환됐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 터널 벗어난 아워홈, 회복세 이어 갈까
일감 몰아 주기 규제 강화 등 과제도 산적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워홈의 실적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눈앞에 놓인 상황이 만만하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의 완화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급식·외식 수요가 더디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급식 경쟁 입찰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당분간 식음료 부문의 저하된 실적이 아워홈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제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워홈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만 해도 3.8%였다. 2020년 마이너스 0.6%를 기록했고 지난해 1~3분기에는 1%로 나타났다.

연이은 투자로 재무 안정성이 약화된 상태다. 아워홈은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전까지는 안정적인 영업 현금 창출 덕분에 차입금이 낮은 수준이었다. 2019년 말까지 차입금 의존도는 26.4%에 그칠 정도였다.

2020년 장기 CP를 대거 발행하며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8528억원을 나타냈다. 2019년 말 86.9%였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210.1%로 치솟았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당분간 FCF가 제약될 것으로 전망돼 차입 부담이 단기적으로 감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재료비·인건비·물류비·마케팅비 상승 등 수익성 부담 요인도 여전하다. 단체 급식 일감 개방이 아워홈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에 대해서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 평가사들의 판단이다.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 주기 규제 강화 대응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0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 급식 시장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워홈이 오랜 업력과 다양한 업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존 거래처와 거래 관계가 종료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