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5년 선고한 1심 깨고 2심에서 형량 폭탄
“장기간 격리해 평생 참회하도록” 일침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사진=한국경제신문
1조원대 펀드 사기로 붙잡힌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의 관계자들이 2심에서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징역 25년에서 징역 40년으로 형량이 대폭 늘었다. 투자자 3200여 명이 눈물을 흘린 초대형 금융 사기에 대해 법원이 엄벌을 내렸다는 평가다.

초대형 사기에 철퇴…김재현 대표, 징역 25년→40년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박재영·김상철 부장판사)는 2022년 2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대표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원은 1심대로 유지됐다.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씨는 징역 20년과 벌금 5억원,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변호사)는 징역 15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 윤 이사에게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이 씨에 대한 51억7500만원의 추징 명령은 항소심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재현·이동열 피고인에 대해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며 “윤석호 피고인은 유·무죄 판단엔 변함이 없지만 원심의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사기 과정에서 매출 채권 양수도 계약서, 이체 확인증 등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에 대한 형량도 무거워졌다. 그는 1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가 이번 2심에선 징역 17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송상희 옵티머스 이사에 대한 형량도 징역 3년·벌금 1억원에서 징역 8년·벌금 3억원으로 가중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3년 넘게 사모펀드를 운영하면서 공공 기관의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는 펀드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약 1조3000억원을 편취한 초대형 금융 사기”라며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충격을 주고 금융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손상하는 등 사회에 끼친 해악이 크다”고 지적했다.

약속과 전혀 다른 투자…3200명이 속았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는 옵티머스가 2020년 6월 사모펀드 만기를 하루 앞두고 판매사들에 갑자기 환매 연기를 요청하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 등 펀드 판매사들이 곧바로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이 운용사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선 실제로는 투자금 대부분을 비상장사 사모 사채 매입과 각종 부동산 사업 등에 쓴 사실이 밝혀졌다.

옵티머스의 사기 수법은 대담했다. 이 운용사는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 기관 발주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의 확정 매출 채권에 투자해 연 3~4%의 수익률을 내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시공사에서 직접 매출 채권을 사들이거나 시공사 관련 업체의 사채를 인수하면서 매출 채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등을 투자 방식으로 거론했다.

옵티머스는 이 같은 수법으로 40여 개 펀드를 통해 약 1조3526억원을 그러모았다. 투자금의 98%를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SPC)들이 발행한 사모 사채 매입에 썼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했던 설명과 달리 SPC들은 주식 매입이나 부동산 사업 등 위험 자산에 투자했다.

만기가 다가온 기존 펀드 가입자에게 줄 환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들어온 투자금으로 SPC가 발행한 사모 사채를 사들이는 식의 ‘펀드 돌려막기’도 벌어졌다.

김 대표 등 경영진은 수차례에 걸쳐 펀드 자금 수백억원을 이체해 개인 계좌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들의 사기로 피해를 본 투자자만 3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김 대표 등 경영진 4명을 재판에 넘겼다. 2021년 1월에는 경영진 3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옵티머스의 고문단으로 활동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같은 해 8월 무혐의 처분됐다.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옵티머스 사기단’에 대한 형사 처분은 대법원에 가서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등 피고인 5명은 이번 2심 판결에 불복해 일제히 상고장을 제출했다. 다만 이들이 형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3200여 명이 피해를 본 초대형 금융 사기 사건인 만큼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 역시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 평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돋보기]
‘또 다른 대형 사기’ 라임운용 관계자들도 줄줄이 중형

옵티머스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일어난 대형 금융 사기인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사태 관계자들도 법정에서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라임 사태는 옵티머스 사태 때보다 더 많은 1조6000억원대의 자산 피해를 낳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2021년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7676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의 ‘펀드 돌려막기’ 범행을 인정하며 업무상 배임 및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회삿돈 6억원을 횡령하고 약 7676만원을 챙긴 것도 범행으로 판단했다.

이 전 부사장은 앞서 2021년 1월 해외 무역 펀드의 부실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직접 투자할 것처럼 속여 2000억원 규모의 펀드 18개를 설정해 판매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누적된 형량만 징역 25년, 벌금 43억원이다.

원종준 전 라임자산운용 대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같은 법원 1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돈을 받고 우리은행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라임 펀드와 관련한 로비를 펼친 윤갑근 전 대구지검 고검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추징 2억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손실 가능성을 숨긴 채 2480억원어치의 펀드를 팔았던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에 대해선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김정훈 전 청와대 행정관은 라임의 자금줄 역할을 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로비를 받고 금융 당국의 조사 자료를 건넨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은 1심이 진행 중이다.

라임은 2017년 5월부터 펀드 투자금과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활용해 5개 해외 무역 금융 펀드에 투자하다가 부실이 발생했다. 2년 후인 2019년 7월 부실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운용사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했다.

이에 따라 라임 펀드 중 173개가 상환 또는 환매가 연기돼 약 1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전 부사장과 원 전 대표 등 경영진은 펀드 부실을 감춘 채 투자금을 계속 그러모았다.

초유의 사기로 라임은 설립 9년 만에 파산을 맞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전대규 부장판사)는 2022년 2월 17일 라임에 파산을 선고했다.

한때 한국의 헤지펀드업계 1위(운용 자산 기준)에 올랐던 운용사가 사기 한 번에 몰락하게 됐다. 이 운용사 재산에 관한 관리 처분 권한은 예금보험공사가 갖는다. 채권자는 4월 21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수 있고 채권자 집회는 5월 19일 열린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