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소제기 사례 늘어나…무의식적으로 이행 미루다 예상치 못한 피해 볼수도

[법으로 읽는 부동산]
막대한 소송비 부담으로 번지는 이행 의무 지체[최광석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을 해제당하거나 손해 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또 이와 별개로 막대한 소송 비용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소송 비용 부담과 관련해 최근 필자가 경험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첫째 사례는 이렇다. 아파트 임대차 만기가 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확히 3일 만에 변호사를 선임해 임차인이 10억원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의뢰인인 임대인은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 반환할 계획을 갖고 기존 임차인에게 집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기존 임차인이 이를 협조하지 않아 결국 임대차 만기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그러자 임차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만기 3일 후 변호사를 선임한 후 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인으로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마치 소송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변호사와 철저히 계획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임대인에게 상당한 소송 비용 부담이 예상될 수 있었다. 기존 임차인으로서는 새로운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줄 법적 의무가 없고 이 때문에 만기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것은 법적으로 임대인의 책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송 비용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변호사 보수의 소송 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라 10억원이라는 소가에 따른 인지대는 364만9500원(송달료 제외)이고 변호사 보수 한도는 1590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같은 결론에 대해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며칠이기는 하지만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해 소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변론 종결 전에 보증금 반환이 마무리되면 임차인 청구는 기각될 수밖에 없는데 소송 비용은 패소자 부담이 원칙이다. 패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소송을 취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임대인이 소송 비용을 부담할 여지가 없다는 논리를 추론해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는 판결이나 조정에서 소송 비용 부담에 관한 판단을 하게 되지만 이 사건처럼 소를 취하하는 경우처럼 소송 비용 부담에 관한 판단이 없을 때는 소송 비용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별도 재판을 하면 된다.

소 취하는 처음부터 소송 계속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므로 그 소는 원고에게 무익한 것, 즉 권리의 신장 또는 방어에 필요한 행위가 아니었던 셈이다.

따라서 패소한 당사자에게 준해 소를 취하한 원고가 소송 비용의 부담자가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임대인이 이행기에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득이 소가 제기됐을 때 소 제기 후 채무가 변제됐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인 피고가 소송 비용을 전부 내지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실무다.

청구 금액이 크면 계산된 소송 비용 한도 금액이 적지 않아 그 금액의 절반만이라도 임대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억울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체 기간이 매우 짧다면 더더욱 그렇다.

둘째 케이스는 반대로 임차인이 의뢰인인 경우였다. 의뢰인은 서울 강남구에서 건물을 임차해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건물주는 두 사람이었고 부부였는데 남편 지분은 51%, 부인 지분은 49%였다.

그런데 의뢰인은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가 아니라 남편만을 임대인으로 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임대차 보증금 소송을 준비하면서 의뢰인에게 그 이유를 확인한 바 법에 문외한이라 별다른 이유 없이 무심코 계약한 것이었다).

이후 건물주 부부는 이혼했고 그 와중에 공유물 분할 판결에 따라 건물과 토지 지분 전부가 경매에 처해지고 타인에게 낙찰됐다. 낙찰된 후 의뢰인은 임대인인 남편에게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요청했지만 보증금 중 51%만 반환하겠다는 답변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필자에게 소송을 의뢰했다.

임대차 계약서상 임대인 표시에 부인은 없었고 보증금입금이 남편 계좌로만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부인을 임대인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건물주 남편만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 제기 후 약 열흘이 지나자 갑자기 건물주 남편의 태도가 돌변했다. 보증금 51%가 아니라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변호사를 선임해 소 제기가 된 만큼 보증금 반환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었다. 소송 비용 확정 신청을 통해 전부 청구하면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 금액에 대해서도 협상을 요구했다.

소송 비용 문제를 의식하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만연히 채무 이행을 지연하는 채무자가 적지 않다. 반면 적지 않은 소송 비용을 염두에 두고 소 제기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채권자도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상당히 금액이 인상되면서 현실화된 변호사 보수의 소송 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대법원규칙 제2936호)의 영향 때문이다.

결국 소송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채무는 되도록 지체 없이 이행하는 것이 예상하지 못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