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현실화…서민 경제 직격탄
한국 수출도 빨간불

[경제 돋보기]
미국 텍사스 오데사의 퍼미안 분지 유전 시추.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오데사의 퍼미안 분지 유전 시추. 사진=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제 5월에는 새 정부가 탄생한다. 하지만 대선 승리의 축하도 잠깐이고 산적한 경제 문제들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새 정부를 준비하는 당선인의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년이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며 경기 침체를 겪어 왔는데 여기에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며 올해의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지금까지 7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려 왔다. 팬데믹 첫해인 2020년 4차례의 추경을 편성했고 2021년 2차례, 올해도 2월 1차 추경으로 16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도 지난 1차 추경 이후 2차 추경을 편성하는 것으로 이미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상태다. 이렇게 팬데믹 재난에 따른 재정 지원이 늘어나고 또 세계적인 글로벌 공급망 위축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로 높아졌고 미국에서는 8%에 이르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재정 긴축과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회복을 기대하던 세계 경제는 또다시 동력을 잃어 버리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길어지고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미국은 금융 제재에 더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경제 정책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물가는 더욱 오르게 된 것이다. 우리도 원자재의 해외 수입 의존도 높은 국가인데 원유·가스·석탄 등의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 생산 비용을 더욱 높일 것이고 물가를 더욱 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금까지는 조심스럽게 언급되던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특히 경기 침체 중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서민 경제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서민 가계 수지가 좋지 않은데 이제 물가가 더 오른다면 가계 수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4분기 소득 분위별 가계 소득 및 소비 지출 발표에 따르면 5분위 소득 계층 중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소득 가구는 가처분 소득 대비 34.3%의 가계 수지 적자를 보였고 2분위는 16.6%의 흑자로 나타났다. 반면 최상위 소득 계층인 5분위 소득 가구는 47.4%의 흑자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더욱 오른다면 가계 지출 부담이 커질 것이고 하위 소득 가구의 가계 수지 적자는 더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득 면에서 볼 때도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어려운 중에도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수출의 힘이 컸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 수지 적자가 지난 연말과 올 연초에 연속 발생하면서 수출에 비상등이 깜빡이는 중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경제 성장에 구름이 덮이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고 세계 경제는 뒷걸음질치며 소비 수요 감소가 우려되고 또한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물가도 비상이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수출 호조로 버텨 온 경제가 어려워지며 소득이 감소하고 물가 상승으로 지출이 증가하며 가계 수지 적자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소비 침체를 가져오며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 대선은 끝났고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를 준비하면서 현실 경제를 살펴보고 대선 과정에서의 공약들이 경제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다듬으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동안 경기 침체 중에도 부동산과 주식 시장 활황 등으로 재정 수입이 기대 이상으로 높았기 때문에 재정 지출 확대가 어느 정도는 감당됐지만 지금은 경제 상황이 바뀌면서 재정 지출 여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재정 지출 또한 선별된 사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비용 상승에 따른 수요 하락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막는 정책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경제의 새 국면에서 새 정부는 먼저 어려워진 민생을 살피면서 그 무엇보다 경제를 일으키는 데 우선하길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엎친 데 덮친 경제 문제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