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고립, 각국 에너지 안보에 부정적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절약 기술 주목

[경제 돋보기]
미국 텍사스 오데사의 퍼미안 분지 유전 시추.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오데사의 퍼미안 분지 유전 시추.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그 어느 나라도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 대국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각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이 러시아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쉘·엑슨모빌 등 세계 유수의 대규모 석유 회사들도 잇달아 러시아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일본도 러시아 사할린의 석유·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으로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 사할린의 에너지 자원 개발에 나선 측면도 있는데, 막상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담이 커진 셈이다.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 경제의 고립화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도 석유·가스 에너지 개발 사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 시대에 발생하기 쉬운 에너지 공급 불안 위기를 더욱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세계는 점차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재생에너지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석유와 가스의 사용을 당장 중단할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 의존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과도기에도 누군가는 점차 없어지게 될 화석 에너지 산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상당 기간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구조의 중·장기적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국에서 만들 수 있는 태양광·풍력 발전과 함께 이들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 장치로 수소를 만들어 열에너지로 활용하는 인프라를 구축, 관련 기술의 고도화에 주력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은 저렴해야 할 에너지의 가격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장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에너지 전환 노력과 함께 중요한 것은 에너지의 소비량 자체를 감축하는 일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에너지 소비 절약을 모색해 왔고 추가적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차세대 에너지 절약 기술 개발에 한층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주택이나 사무실에서 순에너지 소비량을 제로로 하는 ZEH(Zero Energy House), ZEB(Zero Energy Building)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과 함께 건자재의 단열성을 제고하는 것, 고효율 히트 펌프식 급탕기의 보급, 각종 전자 제품에 탑재되는 모터·반도체 등 핵심 전자 부품의 절전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등의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주택·사무실·공장의 공조 기기, 조명 기기 등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절전 효과가 큰 최적의 기기 운전 패턴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전력을 축전지에 저장하거나 전력을 판매하는 등 가정·기업·공장·전기차에서의 스마트형 EMS(Energy Management System)의 조기 도입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 혼잡에 따른 연료 낭비를 억제하기 위해 AI 기반의 지능화된 도로 교통 관리도 과제가 된다. 각종 에너지 인프라의 지능화에 필요한 정보기술(IT) 분야 자체의 절전 성능 향상, 특히 데이터센터의 절전 성능 향상, 지역 분산 배치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자체 전원 확보 등도 중요하다. 이와 같이 각종 전자 기기, 기계의 절전 성능 향상과 전력 등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과 분배를 촉진하는 지능화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 에너지 절약과 함께 국산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활용도 촉진할 수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고유가 대안 차세대 에너지 절약 기술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